탈북자들의 방송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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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최근 남한에서는 탈북자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탈북자들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친숙하게 여기는 남한의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긴데요.

하지만 정작 탈북자들은 탈북자들의 방송출연에 관심이 적거나 방송사로 항의전화를 걸기도 한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북한과 다른 남한의 방송환경과 늘어나고 있는 탈북자들의 방송출연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선생님도 그렇고 요즘 바쁜 탈북자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최근에도 탈북자들이 방송에 출연해 북한과 남한에서의 생활을 진솔하게 얘기하는 프로그램이 신설됐던데요. 탈북자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가 요즘 꽤 많아졌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요즘 저도 외부 일정이 없는 날이면 텔레비죤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거의 매일 탈북자들의 출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거의 모든 채널, 그러니까 통로들에서는 재방송 즉 지난 방송을 다시 내보내기도 하고, 본인이 선택해서 다시 보기를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어서 우리 탈북자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별 유선방송프로그램에서도 많이 소개하고 있어서 TV만 켜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참, 채널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요. 북한에서는 텔레비죤 통로, 혹은 편도라고 일반적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저희가 있을 당시 제가 살던 함경북도 같은 곳에서는 조선중앙텔레비죤이 유일한 통로였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프로그램만 볼 수 있었기에 만수대통로 등 북한에도 한 두 개의 통로가 더 있다는 것은 말로만 들었지요. 그런데 제가 한국에 와서 느꼈던 가장 큰 놀라움 중의 하나가 텔레비죤 채널이 엄청 많은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텔레비죤은 몇 백 개의 채널이 있어서 아무 것이나 보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데 그 중에는 무료로 보는 정규채널들도 있는가 하면 돈을 내고 가입해야 하는 유료채널도 있다는 것을 저도 처음에는 몰랐었는데 알고 나서는 놀라움이 컸습니다. 저처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저의 가정의 텔레비죤 시청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드려도 될까요? 실례로 저의 집에서는 뉴스시청을 제외하면 저와 사위, 딸, 손주 등 네 식구가 선호하는 채널이 다 서로 다르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물론 뉴스를 많이 보고 그 다음엔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사위는 예능프로그램과 FTV 즉 낚시채널을 애청하구요. 저의 딸도 역시 뉴스나 드라마 영화, 그리고 예능프로그램을 선호하고 중학교 2학년인 손주는 영화, 그것도 외국영화채널을 제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에는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어린이용 프로그램이나 게임관련 프로그램, 또 물론 어른들의 요구에 의해서이긴 하지만 EBS 교육프로그램도 자주 보군 했습니다. 그 외에도 온 가족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우리말 겨루기, 고등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도전 골든벨, 가족노래자랑을 비롯한 가요프로그램도 자주 봅니다.

이예진: 무료도 많지만 돈을 더 내면 볼 수 있는 유료 채널까지 하면 정말 백 개는 넘더라고요. 그중에 탈북자들이 활약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많다는 건데요. 특히 탈북자들이 가장 크게 활약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마순희: 아시는 것처럼 한 주일에 한 번씩 나오는 채널A의 이만갑 즉 ‘이제 만나러 갑니다’ 라는 프로그램, TV조선의 애정통일 남남북녀 같은 프로그램들이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채널 MBN의 ‘남심북심 한솥밥’도 매주 방영되는 프로그램으로서 탈북자와 남한의 유명연예인들이 2박3일 함께 한솥밥을 먹으면서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있더라고요. 저도 역시 탈북자인지라 탈북자가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리다가도 관심을 가지고 보군 합니다. 물론 어떤 프로그램 같은 것은 그냥 채널을 돌려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관심이 높은 편도 있지만 제가 상담실에 근무하면서 우리 상담사들이 안 좋은 전화들도 많이 받았거든요.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은 남북간의 화합을 모색하는 소통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한국사회에 북한에 대한, 그리고 탈북자들의 남한정착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많이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의견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제가 상담 받은 사례들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는데요. 프로그램에 나오는 탈북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호감이 생겨서 연락처를 알 수 없는지 물어보는 전화도 있었고 탈북여성과 결혼하고 싶은데 방법을 물어오는 남성들의 전화도 많았습니다.

이예진: 그런 전화 많았겠네요. 워낙 예쁜 탈북여성들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남한 남성들의 관심도 높은 것 같습니다.

마순희: 실제로 그런 효과가 있기는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부산에 계신다는 한 기업가는 탈북소년의 북한탈출 내용을 보시고 탈북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시면서 기부금을 내고 싶다는 전화를 걸어오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내용의 전화들도 많았습니다. 다짜고짜로 욕을 해대는 분들의 전화를 받으면서 우리 상담사들을 당혹스럽게 한 경우들도 있었는데요. 한 번은 저의 근무시간인데 함경북도에서 오셨다는 한 어머니가 긴 시간을 전화로 하소연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탈북자출신 상담사라는 것을 아시고는 더 화를 내시더라고요. 어떻게 저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한 번 만나 보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저런 방송은 없어져야 하는데 재단이 그런 것을 그냥 내보내게 두느냐고 도대체 뭐하냐고 하시는 거예요.

이예진: 탈북자 분이 보시고 화가 났던 거군요.

마순희: 네. 북한 우리 동네에선 그런 일이 없었는데 무슨 소리냐는 거였어요. ‘이제 만나러 갑니다’ 방송프로그램이 나갈 때 하단의 자막으로 우리 남북하나재단의 종합상담센터 연락처가 나오니까 아마도 방송국 연락처인줄로 착각하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여기는 방송을 관할하는 곳이 아니라고 잘 설명해 드리고 그분들이 의견이 있으시면 그 곳 방송사에 직접 연락할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리기도 했답니다. 또 ‘남남북녀’의 시청자 분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랍니다.

이예진: ‘남남북녀’라는 프로그램은 남한 남성과 탈북여성의 가상 결혼을 통한 일상을 그려보는 오락 프로그램이잖아요.

마순희: 네. 대한민국이 워낙 자유민주주의 사회인지라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든지 북한처럼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도 누구나 자신의 생각대로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 사는 곳이기는 하지만 저희들처럼 경색된 사회에서 살아오는데 습관된 사람들에게는 참 선뜻 공감이 안 되기도 하였습니다. 북한 어디서 남자한테 손찌검을 하는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있냐며 탈북자 맞느냐고 항의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이예진: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마순희: 방송에 출연한 탈북여성이 자기 마음에 안 맞는다고 손찌검한 일이 있었나 봐요. 탈북여성 맞느냐고, 저런 북한 여성이 어디에 있냐고 항의하시더라고요.

이예진: 혹시 이 얘길 듣고 놀란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도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요즘 남한에선 배우나 가수 등의 유명인들이 운동이나 노래, 춤 등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는 모습, 강원도 산골에서 자급자족하며 밥해먹는 모습, 심지어 해외 오지에서 며칠을 살아보는 모습 등 주어진 상황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그들의 모습을 담는 방송이 인기입니다. 생생한 재미가 있기 때문인데요. 남한 남성과 탈북 여성의 가상결혼 역시 그런 프로그램 중 하나죠.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다보니 여성이 남성의 등을 한 대 칠 수도 있지만, 북한에서 오래 살다 오신 탈북여성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나 봅니다. 방송국에는 그래서 항의하는 글이나 전화가 항상 넘칩니다. 시청자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준이나 생각에 맞지 않으면 고치라고 바로바로 지적을 하는 거죠. 요즘엔 탈북자들의 방송출연과 그에 따른 항의 전화도 많다고 하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