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자기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을 자아 존중감이라고 합니다.
탈북자들에게는 이 자아 존중감, 자존감이 낮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의 자존감이 낮은 이유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탈북자들의 낮은 자존감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먼저 자존감이라는 게 심리적으로 왜, 얼마나 중요한지 궁금한데요. 자존감이 삶의 질을 좌우하기도 하나요?
전진용: 자존감은 어린 시절 기틀을 마련하지만 경험에 따라서 변화합니다. 어린 시절의 부모와의 관계, 가치관이 자존감을 형성하게 되고요. 성인이 되었을 때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삶에서 어떠한 긍정적 경험과 부정적 경험을 하였느냐에 따라 자존감은 변하게 되고요. 계속 부정적인 경험을 많이 하게 되면 자존감에 상처를 입게 되고 우울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자존감이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에게서 유난히 많이 보이는 자신감 결여, 낮은 자존감 역시 환경적인 영향이 있었겠네요.
전진용: 북한 사회 자체가 자존감을 낮출 수밖에 없거든요. 개인적인 목소리를 내기보다 국가나 조직을 위해 살기 때문에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지 않고 공동체 이익이 우선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태고요. 탈북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내가 도움을 주기보다는 받는 환경에 노출되는데요. 브로커의 도움, 중국에 살 때에는 중국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능동적이지 않고 끌려 다니다보면 자존감이 낮아지게 됩니다.
이예진: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도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하나요?
전진용: 남한에서는 어린아이의 모습과 같고 하나하나를 다 새로 배워야 하는 상황이 되거든요. 그러다보면 ‘나는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고요. 남한 사회에서 소외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사회로부터 떨어져 있다 보면 나의 능력이나 내가 가진 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예진: 제가 만나 본 탈북자들 중에서도 자신을 낮게 평가하거나 자신감이 결여된 경우가 많았는데요. 사례를 한 번 들어보시죠.
사례/사장님이 저한테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기에 수저 놓는 법도 모르냐고 하더라고요. 적응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차별을 많이 받으면서 자랐고 어떤 친구는 감정이 없대요. 한 청년이 웃지도 않았어요. 탈북자라는 자괴감,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어요. 남한 친구처럼 실패를 해도 내가 탈북자라서 실패를 했다는 거죠.
북한을 떠나 남한에 와서까지 떠돌이로 살면 안 되죠. 훗날 고향에 가서 부모형제, 자식한테 당당하게 할 말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걸 우리 탈북자들이 알고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하자고 하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예진: 자존감이 낮아서 힘든 분들도 계시고, 그런 걸 극복해서 자신감을 회복한 분들도 계셨는데요. 제가 만나본 탈북자들 중에서도 자존감보다는 자존심만을 내세우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자존감과 자존심은 전혀 다른 맥락이죠?
전진용: 자존감과 자존심은 모두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 나아가 자신을 좋게 평가하려는 마음인데요. 자존심은 타인과의 경쟁 속에서 얻는 마음이고요. 자존감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자존심은 타인과의 경쟁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패배할 경우 굉장한 상실감을 느끼는데요.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확고한 사랑과 믿음이기 때문에 경쟁 상황에 따라 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낮은 자존감이 유발하는 정신적인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전진용: 자존감이 낮다보면 어떤 행동을 할 때 자신이 쓸모없고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 생각들이 우울이나 불안 상태를 유발하기도 하고요. 우울이나 불안, 공포 상황에 계속 노출되면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존감이 더 낮아집니다. 특히 낮은 자존감은 결국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데에도 방해가 되거든요.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없고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사회적으로 위축되다보면 다시 일을 잘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반면에 자존감이 너무 높을 경우에는 타인의 비판이나 평가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그런 것을 지적했을 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예진: 자존감이 낮거나 높거나 전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전진용: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겠고요. 때에 따라서는 더 낮은 곳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사회에는 나보다 더 소외된 이웃도 있고요. 같은 탈북자들 중에도 가족이 같이 온 탈북자도 있는가 하면 혼자 온 사람도 있고 자신보다 몸이 더 안 좋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탈북자들이 나쁜 쪽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서 자신보다 더 나은 상황의 경우만 바라보게 되는데요. 그러다보면 더 자존감이 낮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반대편으로, 열린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또 하나의 방법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고, 자신보다 낮은 쪽의 사람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거죠.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는 없거든요. 사람들은 다 처음에는 어렵고 나와 똑같은 상황을 다른 사람이 겪는다고 해도 똑같은 상황, 똑같은 실수,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나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내가 해결할 수 없다, 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너무 자책하는 상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요. 실수나 시행착오를 받아들이고 누구나 겪는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예진: 그래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의 사랑도 많이 받는 법이니까요. 지금 나 자신의 시각부터 점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