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과거 신상노출을 꺼려 방송출연을 자제하던 탈북자들이 최근에는 자유롭게 방송에 출연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마음껏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탈북자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예전에는 탈북자 분들이 방송 출연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가 봐요?
마순희: 그런 면도 있습니다. 그전에는 탈북자들이 출연을 해야 KBS의 '남북의 창'이라던가 MBC의 '통일 전망대', EBS의 '코리아 코리아' 등 몇몇 군데 출연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것도 얼굴이나 실명을 꺼리는 경우에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가명으로 나가는 것도 적지 않았거든요.
이예진: 네 주로 공중파라고 하는 몇 개의 주요 방송사들에서만 탈북자들의 얘기를 다뤘죠. 그것도 얼굴은 잘 안 보이게 처리를 하고, 목소리도 변조하기도 했잖아요.
마순희: 네. 그런데 지금은 종편채널들인 채널 A, MBN, TV조선 등 많은 방송사들에서 탈북자들이 많이 출연하고 있는데 거의 모두가 실명으로 얼굴도 그대로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출연을 꺼리는 사람들도 좀 더 대담해진 것 같기도 하고 출연료 즉 소득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두고 온 가족이 없거나 또 반드시 하고 싶은 사연들이 있다던가 하는 분들 역시 출연신청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각 프로그램들마다 시청자 게시판이 있는데 거기에는 출연신청을 받기도 하니까 누구든지 출연신청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사연을 들어보고 프로그램 제작의도에 부합되어야 신청이 결정되기도 하겠지만요.
이예진: 저희도 탈북자 분들의 얘기를 방송으로 담다보면 이름을 바꾸거나 목소리를 변조해서 내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 텔레비전에 출연하시는 분들을 보면 참 거침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순희: 네.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 방송국들의 여러 가지 채널에 탈북자 관련 프로그램도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출연요청도 많아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북한을 떠난 지 얼마 안 되는 분들, 즉 직행이라고 하는 분들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소개를 부탁하는 방송사들의 전화를 많이 받게 되는데 몇 년 전만 하여도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면 대부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물론 보상이 없이 요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만한 조건으로 출연하는 것은 거절하고 싶다고 하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 얼마간 살다보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한국에서 10만원이나 20만원, 100~200달러라는 돈을 벌기가 그렇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그런 정도의 인터뷰나 출연하는 정도를 가지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 바뀌는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인터뷰를 거절하던 분들도 얼마 지나게 되면 전화가 오는 것입니다. 그 때 하겠냐고 물어보던 인터뷰를 지금 할 수 있는지 물어 보는 겁니다. 그래서 방송이든 인터뷰든 필요할 때 하는 거라 다른 사람을 소개했고 앞으로 다시 부탁하면 그 때 전화 드리겠다고 하면서 왜 생각이 바뀌었는지 물어봅니다. 그러면 웃으면서 이야기하더라고요. 살아보니 별 것도 아닌 문제를 큰 비밀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생각했었다고 하면서 그만한 돈이면 한 달 교통비는 되고도 남을 거라면서 농담 삼아 이야기하더라고요.
사고가 감성적인 데서 실용적으로 바뀌었다고나 봐야 될까요. 그리고 지금 나오시는 분들 중에는 중국에서 오래 동안 살다가 오신 분들도 있고 먼저 온 가족이 북한의 가족들을 데려오는 경우도 많다보니 온 가족이 다 오다보면 더 이상 식구들의 신변 때문에 하고 싶은 말도 못하는 일은 없어진 것도 한 가지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예진: 사실 북한에 남아 있는 자신의 가족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방송을 꺼렸던 분들이 계셨잖아요. 이제는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는 탈북자들도 있고, 탈북자들을 출연시키고 싶다는 방송국들이 많아진 것 같은데요. 이와 관련된 상담전화도 있었나요?
마순희: 네. 상담업무를 하면서 그런 전화를 여러 번 받기도 했습니다. 채널 A방송국에서 탈북자 섭외를 위해서 특정인물의 연락처를 부탁하는 경우들도 있고 또 출연할 탈북자분들을 소개시켜달라는 전화도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도 '이만갑'에 출연하고 싶다는 지방의 한 여성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예진: '이만갑'이라고 하면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탈북자들이 나와서 고향 얘기부터 남한살이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자신의 삶을 재미있게, 혹은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프로그램을 줄여서 말하는 거죠.
마순희: 네. 그 여성분은 작년에 착한사례 발굴 건으로 만났던 여성이었는데 저와 한 고향이어서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은 사이인데요. '이만갑'에 출연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물어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출연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더니 자기가 북한을 떠나서 중국에서 너무 나쁜 사람들을 만나서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때의 그 후유증으로 지금 건강도 안 좋아서 일도 못한다고 하면서 그 때 불법체류자로 살았기에 억울해도 말 한마디도 못했던 일이 너무 분해서 지금 얘기를 하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살던 남성의 식구들이 모두 한국에 나와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한 번 방송에 나가서 얼마나 못되게 놀았는지를 폭로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연락처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니 그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반드시 본다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래도 속 시원히 터놓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출연 신청하는 법, 즉 '이만갑'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출연신청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전에 출연자 섭외를 위해 방송국에서 전화가 여러 번 왔었기에 연락처도 알려드렸습니다.
그런데 며칠 동안 전화가 없기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전화해 보았더니 신청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인터넷을 자유롭게 할 정도로 컴퓨터가 능숙하지 못해서 전화번호로 연락했더니 제가 알려준 번호가 없는 번호라고 나오더랍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남편이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말했더니 당장 그만두라고 만류하더랍니다. 그 때 힘들었던 사연들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으니 지금도 힘들어서 몸이 안 좋은 것 아니냐면서 툭툭 털어버리고 다시는 출연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하더랍니다. 잘 생각했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연락처들이 사무실 전화들이라 공중전화처럼 전화를 할 수는 있지만 그 전화로 다시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못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제각각 의견들을 보내다 보면 방송국에서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 그래서 발신은 되지만 수신은 안되는 전화로 설정해 놓은 것 같다고 이해를 시켰습니다.
이예진: 어떤 이유로든지 방송출연을 원하는 탈북자가 많아지면 출연도 쉽지는 않겠네요?
마순희: 신청을 했다고 모두 선정되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만들 때에는 시청률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겠지요. 그러기에 처음에는 탈북미녀들만 섭외하여 출연시킨 것이었잖아요. 지금은 탈북남성들 중에서도 특별한 분들 몇 명씩 출연하기도 하더라고요. 탈북이나 북송 이야기들, 북한의 뒷이야기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 남한 정착에 대한 경험담 등도 특별한 경우에 선정되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이예진: 방송에 출연하는 탈북자들이 늘어나고, 주목을 받으면서 방송에 출연한 탈북자들의 얘기를 두고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기도 합니다. 얼마나 진실하냐, 사실 이건 방송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문젠데요. 다음 이 시간에는 방송의 진실성에 대해 얘기해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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