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고부간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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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의료재단 효성병원이 고부간의 갈등해소와 가족간의 화합을 위해 최근 개최한 '시어머니와 며느리 행복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사진은 시어머니(57)가 며느리 장은경(32)씨를, 장씨가 11개월 된 딸을 목말 태우는 장면으로 "3대가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모습.
경동의료재단 효성병원이 고부간의 갈등해소와 가족간의 화합을 위해 최근 개최한 '시어머니와 며느리 행복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사진은 시어머니(57)가 며느리 장은경(32)씨를, 장씨가 11개월 된 딸을 목말 태우는 장면으로 "3대가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고부갈등, 그러니까 며느리와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전 세계 어느 며느리나 시어머니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가 봅니다.

스페인에 ‘시어머니는 설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쓰다’는 속담이 있고요.

세르비아에는 ‘좋은 시어머니가 많다는 말은 흰 까마귀가 많다는 말과 같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 며느리들이 겪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며느리와 시어머니와의 갈등, 고부갈등을 겪는 며느리의 마음을 들여다볼 텐데요. 한 탈북자 며느리가 본 남한과 북한에서의 고부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사례/남한에서 시어머니가 남편한테 잘 하라고 얘기한대요. 그런 게 못마땅한 거죠. 남편 밥 챙기는 것까지 얘기하니까 불만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사위한테 ‘우리 딸에게 잘 해주게’ 이런 말을 해준 엄마가 없다는 게 서러운 거죠. 탈북자는 가족이 없는데 일방적인 요구만 받으니까요.

북한에서는 먹는 게 남한보다 부족하잖아요. 식생활 문제로 많이 다투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가정 대소사가 있을 때 며느리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요. 시부모님과 남편 의견만 따라야 하죠. 식량이 부족해도 시부모님 입장에서는 며느리가 어른을 좀 더 챙겨주길 바라고 그런 걸로 갈등이 생기더라고요.

이예진: 북한이나 남한 모두 고부간의 갈등은 있는 것 같은데요. 고부갈등이라는 것에 대해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특히 한국에서는 유교적으로 그 관계가 더 심한데, 시집온 며느리는 왜 항상 이렇게 시어머니 앞에서 죄지은 사람처럼 꼼짝 못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못마땅해 하는 걸까요?

전진용: 고부갈등은 부계가족의 구조적 특성에 원인이 있습니다. 고부갈등은 남편을 포함한 시댁 식구들이 오랜 시간 가치관을 공유해온 상태에서 며느리가 시댁의 가치관에 적응해가면서 겪게 되는 갈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다 시집온 며느리 한 명만 기존 식구들의 가치관에 적응하면 된다는 관점에서 서로의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강한 부모들이 자식의 결혼 후에도 간섭하려는 경향으로 바뀌면서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보면 남편보다는 직접 낳아 정신적, 육체적 교감을 나눈 아들에 대한 심리적인 유대감이 크고요. 유교적으로도 아들에 대한 심리적 기대감이나 의존성이 크기 때문에 며느리에 대한 불안감이나 심하게는 질투심이 자리 잡게 되면서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이예진: 특히 한국 부모들은 희생정신으로 자녀가 원하는 걸 다 베풀어주면서 키우는 경우가 많아서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아버지는 사위에게 섭섭하거나 은근히 미워하는 감정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전진용: 맞습니다. 특히 어머니는 그렇게 기른 아들에게 묘한 배신감이 생기면서 이로 인한 불만이 표출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 상대가 며느리에게 향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대결 구도가 형성되기도 하고 그런 관계에서는 아래 사람인 며느리가 상처받는 경우가 생기면서 시어머니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예진: 심리적으로 풀어보니까 이해가 가기는 하네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사회적으로 좀 구분해보죠. 북한이나 남한 모두 고부갈등은 있다고 하는데 사회적인 특성에 따라 며느리와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좀 많이 다른가요?

전진용: 북한이 남한보다 가부장적인 사회죠. 남한에서는 남편이 중간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도 하는데요. 북한은 그런 것이 없이 남자의 의견이 중요하고 그래서 며느리의 의견보다는 시댁 의견이 중요한 거죠. 그러니까 며느리의 의견보다 남편 의견을 따라야 하고 남편과 시어머니 사이에서는 시어머니 의견을 따라야 하고 시어머니보다는 시아버지의 의견이 더 중요한 사회라서 고부간의 갈등, 더 나아가 시댁과의 갈등도 더 심해지도 합니다.

남한사회에서는 아이도 하나인 집이 많고 핵가족이 되다보니까 시어머니와 아들과의 관계가 친밀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 틈새에 며느리가 들어오면 시어머니에게 질투심이나 시기심이 생기는 경우가 북한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이예진: 가부장적인 북한보다는 남한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향상되면서 며느리의 의견이나 입장도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에 관습을 기억하는 시어머니와 현대 며느리간의 갈등이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그런데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새롭게 형성된 탈북자 며느리와 남한 시어머니의 관계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전진용: 네. 탈북자들은 가족이 없는 상태에서 남한 생활을 하는 편이잖아요. 가족과 함께 온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으니까요. 그러다보면 친정식구들이 하나도 없는데 시댁에는 식구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위축되기도 하고요. 시댁식구들에게 받는 상처도 실제로 정당한 것일지라도 ‘내가 가족이 없어서 그러나’ 하면서 열등감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요. 실제로 부당한 것이라면 이에 대한 상처는 더 커지겠죠. 이런 게 커지면 막연한 피해의식과 함께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이 생기게 됩니다. ‘가족들이 있었으면 안 그랬을 텐데’ 하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우울감이 심해지고 말 한 마디에도 상처를 받고 그런 상처가 커지면서 괴로워지게 되기도 하는 거죠. 힘든 일을 친정 식구들에게 말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게 없어서 우울감과 상처가 커지기도 합니다.

이예진: 탈북 며느리와 남한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이 시간에는 탈북 며느리와 남한 시어머니, 그리고 남편의 현명한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