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요즘 남한의 탈북자들은 뉴스부터 교양, 오락 프로그램까지 다방면으로 출연해 북한 전문가로 해설을 하거나 입담, 노래, 연기, 춤 등의 재능을 선보이며 방송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방송출연이 늘면서 그들의 말과 행동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은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 그리고 진실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들이 방송에 출연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과거 북한에서 경험했던 일들, 혹은 남한에서 정착하며 겪었던 일들을 진솔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던데요. 사실 방송이란 게 과장이나 허위 내용을 담으면 큰 문제가 되잖아요. 그런데 워낙 탈북자들의 얘기가 폐쇄된 북한 사회의 얘기라 검증 자체가 어렵고 개인적인 의견이 걱정하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잖아요.
마순희: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가끔 프로그램을 시청하다보면 과연 저 말을 어느 정도까지 믿어야 할지 의문스러울 때가 적지 않습니다만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면서 그냥 통로를 돌려 버릴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유게시판이나 시청자 게시판 등 내용들을 읽어보면 충격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출연자의 입장에서 이런 게시판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사실 선생님도 아시는 사실이지만 ‘이만갑’ 초기에 우리 딸도 자주 출연을 했었잖아요?
이예진: ‘이만갑’이라고 하셨는데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의 줄임말이죠. 탈북자들이 출연해서 북한에서의 얘기, 남한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 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방송으로 화제가 됐었죠.
마순희: 네. 저도 가족특집에 출연한 적도 있고요.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보게 되는데 그게 그렇게 상처가 되더라고요.
이예진: 어떤 일이 있었는데요?
마순희: 저희 딸이 처음에 그 프로그램에 나갈 때 출생지를 달고 나가는데 세 딸이 평성 출신이라서 이름표에 평성으로 달고 나갔는데 ‘무산 출신이 왜 평성이라고 달고 나갔냐’ 이러면서 비난을 하더라고요. 게시판에 글이라도 달아야 하나 했어요. 딸 셋을 평성에서 낳고 아이가 유치원 때 무산으로 이사를 갔거든요. 고향은 평성이 맞는 거죠. 그래서 좀 억울하기도 했죠.
사실 북한이라는 사회가 선생님이 말씀하다시피 폐쇄된 국가라 어떤 정보에 대한 검증을 할 수도 없고 또 언론매체나 교통이 자유로운 국가가 아니다보니 백두산 지역이나 평양시, 그리고 산골이나 바닷가, 그리고 같은 지역이라도 간부들과 중간층, 그리고 일반 서민들의 생활수준이나 인식정도 등이 다 서로 다르다 보니 누구 말이 맞고 누구 말이 틀리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알죠.
우리 사람들 중에도 강의를 하거나 토론을 할 때 제일 어려운 것이 탈북자들 앞에서 출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상담실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이야기들을 듣게 되거든요. 서로가 자기 이야기들을 하는데 듣다보면 그게 알리는 것입니다. 아, 여기까지는 제대로 진실일 것 같은데 여기서부터는 너무 부풀리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상대방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는 있거든요.
이예진: 탈북자 분들은 그래서 탈북자가 나오는 방송을 잘 안본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런데 남한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에서는 방송이나 언론 모두 진실과 공정성, 공공성을 중시하잖아요. 남한에서는 그런 걸 담당하고 심의하는 방송심의위원회가 있어서 허위나 과장 보도, 건전성을 해치는 방송 등에는 사과방송을 하도록 조치를 하기도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허위과장 보도도 잦은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 민족끼리'가 북의 위협에 남한이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 있다고 선전 선동을 하기도 했잖아요.
마순희: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그 방송을 보면서 웃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손녀랑 함께 방송을 보았었는데 애가 엄청 웃긴다고 하더라고요. 뭐가 그렇게 웃기냐고 했더니 저 방송을 다른 채널에서도 보았었는데 자세히 보면 물건 사재기를 한다고 방송하는데 실제 장바구니에 담은 물건은 전혀 사재기 할 물건이 아닌 오래 보관할 수 없는 남새라는 거죠. 만들겠으면 제대로 만들 것이지 하면서요. 요즘 애들은 자기들끼리 동영상도 만들어서 동영상을 자유롭게 올리는 사이트 유튜브에 올릴 정도로 수준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정말 스마트폰으로 다시보기를 해서 보았더니 정말 보통 일상의 모습이었습니다. 외국으로 나가는 비행기 표가 예매의 몇 배라든지, 암시장에서 비행기 표가 몇 배로 팔린다든지 정말 말도 안 되는 내용에 저도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비행기 소리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정말 저희들이 북한에 있었으면 비행기를 평생 한 번 타 보기나 했겠어요? 저도 이번에 출장으로 제주도를 갔다 왔는데 제주도 항공권이 KTX 즉 북한식으로 말하면 급행열차 표보다도 더 싸더라고요. 게다가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공항에 가서 비행기 표를 받아서 가게 되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더라고요. 지난번에도 창원으로 열차를 타고 갔다가 올라올 때에는 김해비행장에서 김포비행장으로 국내선을 이용해서 다녀왔습니다. 비행기를 타는 것이 호사가 아닌 일반 교통수단으로 되고 있는 나라에서 더구나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구매 가능한 비행기 표를 암시장에서, 북한에서는 야매라고 하죠. 야매로 산다는 게 있을 법이나 한 일인가요. 사실 저희들은 이번에 시간까지 정해 놓고 도발을 한다는 내용을 전해 듣고 걱정이 되더라고요. 전쟁이 일어날까봐 걱정이 되는 게 아니라 저 말도 안 되는 보도를 해 놓고 체면 깎이게 어떻게 번복하려고 저럴까 라는 걱정인거죠. 예상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이번에 사재기에 대한 보도의 목적도 그것을 대한민국이나 세계를 향한 보도가 아니라 항상 그러했던 것처럼 북한의 내부결속을 위한 내용일 것이라는 것을 저희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예진: 남한과 북한의 방송적 기능에 얼마나 큰 차이가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닌가 싶은데요. 남한에서 점차 늘고 있는 탈북자들의 방송출연과 그 내용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공정성과 공공성 등을 중시하기 때문이잖아요. 앞으로 점점 더 탈북자들의 방송출연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탈북자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마순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모든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우리는 실제로 상상으로만 그려보던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우리들 북한이탈주민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신념의 자유, 의견의 자유, 표현의 자유, 토론의 자유 등 모든 자유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더 많은 방송에 출연하여 북한의 실상도 알리고 성공적인 정착모습을 보여주면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랄만한 일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북한에서 있었던 사실들을 일일이 검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포함해서 2만 7천명이 훨씬 넘는 탈북자들이 모두 그 방송을 듣고, 보고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잘 모를 수도 있고 잘못알고 있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자신의 인기나, 프로그램의 요구나 등에 의해서 없는 사실이라든가 아니면 과장된 이야기를 사실처럼 하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없었으면 합니다. 개별적인 탈북자들의 거짓 경력과 증언이 탈북자들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무너뜨렸는지는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비단 자신 뿐 아니라 모든 탈북자들의 인식에도 절대로 도움이 안 될 것이고 더욱이 해당 방송사에나 시청률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말 한마디, 전하고 있는 내용 한 가지 한 가지에 최대한 성실히 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프로그램에 출연할 가장 초보적인 자격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한국 사회에서 점점 더 비중이 커지고 있는 탈북자들의 역할, 탈북자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방송에 출연한다면 신뢰를 쌓을 수 있겠죠.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