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노인들의 고민

사진은 2002년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탈북 노인.
사진은 2002년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탈북 노인.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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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여성보다, 또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남성보다 더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이들은 아마 노인들일 겁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어느 연령층보다 덜 관심을 받았던 탈북노인들의 고민을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한국에서는 노령인구가 늘면서 노인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데요. 탈북 노인들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또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실까 이런 것들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먼저 탈북 노인들의 숫자는 얼마나 되나요?

마순희: 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1년에 한 번씩 전수조사, 즉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제가 2012년 전수조사 자료를 잠깐 소개해드리면 2012년 9493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는데 그 중에 남성이 2419명으로 25.5%이고, 여성은 7074명으로 74.5%를 차지합니다. 여성이 항상 7.5대 남성 2.5로 얘기하잖아요.

이예진: 항상 여성비율이 높죠.

마순희: 그 중에서 50대가 1063명으로 11.2%, 60대가 512명으로 5.49%, 70대가 448명으로 4.7%, 80대 이상이 72명으로 0.8%의 비율을 차지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가까운 자료로는 2013년 서울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조사에 응한 사람 2226명 중에서 60대가 156명으로 6.9%, 70대 역시 156명으로 조사됐고요. 80대 이상은 31명으로 1.4%를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다시 말하면 100명 중 60대 이상이 15%, 즉 15명 정도가 됩니다.

이예진: 남한 전체 노인 인구 비율과 비슷하네요. 탈북 노인들도 남한의 노인들이 받는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나요?

마순희: 받을 수야 있죠. 그런데 우리가 흔히 노령연금이라고 하는 것은 상위 30%를 제외한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 경제적 여력에 따라서 최고 20만원, 200달러까지 매월 국가에서 연금처럼 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북한이탈주민 어르신들이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서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받고 계시기 때문에 대부분 노령연금 대상이기는 하지만 노령연금 받는 것만큼 생계비에서 삭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시도록 배려해 드리고, 버스나 기차를 이용할 때를 대비하여 교통비로 매월 100달러 정도 나오기도 합니다.

이예진: 생계비와 관련해서 상담전화가 오는 경우가 많겠네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많은 사례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몇 가지 사례만 말씀드릴게요. 지방에 사시는 어떤 북한이탈주민이 전화가 왔는데요. 어머니가 생계비로 매월 700달러 정도 나왔는데 지난달부터 500달러 정도로 삭감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 어머니가 하나원 나오신지 얼마나 되셨는지 물어 보았더니 만 5년이 지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동안은 특례로 북한이탈주민인 경우 거주지 보호기간 동안에는 생계비를 식구 수에 1인을 더한 것만큼 즉 1.5배 정도로 드렸었는데 거주지 보호기간이 끝나면 특례의 혜택이 끝나게 된다는 것을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일반 수급자와 같은 금액을 생계비로 받게 된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또 다른 사례들도 있습니다. 경기도에 살고 계시는 70대의 어르신이 전화가 왔습니다. 생계비를 수속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가 왔습니다. 그분이 연세가 많으신데 그동안 어떻게 생계비를 받지 않고 사셨는지 물어보았더니 한국에 와서 거의 10년이 다 되도록 회사생활을 하셨다고 합니다. 외국에 나갔다가 이제 70세가 되어서 생계비를 받으려한다는 겁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열심히 일해서 직접 돈을 벌었기 때문에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받는 생계비는 그동안 받지 않아도 됐었다는 거군요.

마순희: 그렇죠. 관리사무소에서 전기설비를 관리하면서 60살이 넘을 때까지 일했고 그 이후에는 필리핀에서 개인 사업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어려워져서 다 정리하고 한국에서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려면 경제적 여력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그 기준이 대도시와 중소도시, 그리고 농어촌 등 지방이 서로 다르다고 잘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리고 동이나 지역의 주민센터에 가시면 사회복지담당자가 계시기에 그곳에 가서 신청하시도록 안내해 드렸습니다.

그 분이 감사하다고 하시면서도 전화로 받은 상담만 가지고는 한 번에 다 이해할 수 없으니 한 번 찾아 와주면 안 되는지 부탁하는 것입니다. 70살이 되도록 너무 열심히 살아오신 분인데 또 혼자시라 어려운 점도 많으실 것 같아서 그 지역의 전문 상담사 선생님을 연결해 드리면 자주 상담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탈북자들이나 지역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고 교류가 없었던 그분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고 상담 받았던 제가 찾아와 주기를 바라더라고요. 마침 인천 쪽으로 갈 일이 있었기에 퇴근 후 그분을 찾아뵙고 생계비를 어떻게 수속하는지 만나서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예진: 그런데 가끔 보면 형편이 넉넉한데도 기초수급비나 노령연금 등 지원비를 받기 위해서 불법적인 방법을 쓰는 탈북자들도 계시더라고요.

마순희: 그런 분들이 있죠. 또 제가 방금 이야기 했던 분이 그런 사례였습니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이 몇 십만 달러 정도로 수급자 기준을 훨씬 넘는다고 했더니 그 돈을 다 찾아서 통장 잔고만 없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수급자격이 되는지는 현재 통장잔액 뿐만 아니라 통장 입출금 내역도 함께 보는 거라고 설명해드렸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그동안 벌어놓은 것은 꽤 많은데 현재 벌이가 없으니 탈북자들을 위한 생계비를 받겠다는 거군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다른 탈북자들은 남한 정부의 생계비 지원을 다 받고 있으니까 자신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있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탈북자 지원이라는 게 스스로 자립하면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원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맞는 거죠.

그래서 그분에게 긴급의료자금을 지원 받을 때에도 최근 3개월 이내의 입출금 내역을 전부 조회해볼 정도인데 생계비를 신청하는 것도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해드렸습니다. 생계비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 콜센터에서 구체적인 상담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면서 그러려면 본인의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거주지 등 본인 확인을 거친 후에 상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알아보시도록 연락처를 알려드렸습니다.

이예진: 아무래도 탈북 노인들은 뭔가 새로 교육을 받아 일하기에도 역부족이고 체력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 돈 벌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 말씀하신 그 분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모았을까요?

마순희: 네. 그분은 중국에서 살면서 중국 조선족 부인과 함께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한국에 나와서 국제결혼으로 그 여성분을 데려오게 되었고 한국에서 함께 살다가 부인이 사망하게 되었답니다. 본인이 그동안 열심히 일했고 부인이 알뜰하게 저축도 했고 또 그 자본을 가지고 외국에 나가서 개인사업도 해서 적지 않은 돈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그분이 상담하면서도 선생님께서 직접 찾아와주길 바랬던 것처럼 탈북노인들의 문제는 생계 걱정도 걱정이지만 사회적 활동, 원활한 교류가 부족한 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거든요. 다음 이 시간에 사회활동이 적어서 생기는 탈북노인들의 문제를 짚어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