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을 통해 느끼는 가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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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곁에 있으면 얼굴 찌푸릴 일이 많다가도 곁에 없으면 또 걱정되고 안쓰럽게 여겨지는 게 가족이죠.

특히 자식들은 ‘어머니’라는 단어를 내뱉을 때 근원을 알 수 없는 뭉클함을 먼저 느끼곤 합니다.

정작 어머니 곁에선 표현도 못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탈북자들에게 가족은 인생의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느끼는 가족의 의미는 어떻게 다를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최근 상담전화나 강연 등을 통해 갓 탈북한 분들을 많이 만났다고 하셨는데요. 한국에 가족이 있는, 연고가 있는 탈북자들이 많다면서요?

마순희: 네. 낯선 사회에 적응하도록 주변에서 도와주고 있지만 주변에서 도와주고 대한민국에서 아무리 희망대로 마음껏 공부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생활을 하더라도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생각은 지우려고 해봐야 지울 수 없고 항상 마음에 짐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행복하면 할수록 남아있는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여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가족을 데려오는 일들이 더 증가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한국에 먼저 간 식구가 없어도 소문이나 연줄을 통하여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서 탈북을 결심하고 실행한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사실 먼저 한국에 온 탈북자 중에 외로움과 그리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죠. 젊은이들이 홀로 한국에 와서 겪는 어려운 점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마순희: 물론 어린나이에 혼자 오게 되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죠. 한국에 오면 먼저 하나원에 오면 교육수준이나 나이 등을 고려하여 현지의 초등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청소년 반이라고 하나원 내에서 하나둘 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하나원을 수료한 후에는 부모나 보호자가 있으면 거주지의 각 급 학교들에 편입하거나 입학하게 되고 탈북청소년들이 많은 학교들에는 탈북자출신 교사들을 보조교사로 배치하여 공부와 학교생활에서 어려운 점들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또 보호자가 없는 경우에는 무연고 청소년 정착지원 관리지침이라는 게 있어서 거기에 따라 대안학교들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공부하게 됩니다. 그 때에도 역시 정규초등학교에 다니고 시설에서는 가정에서처럼 방과 후 생활을 돌봐주는 형태로 된 곳들도 있고 한겨레나 여명학교, 삼흥학교 등 많은 대안학교들처럼 생활과 학교공부까지 다 학교에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주택을 배정받게 되는데 일단 시설에 있다가 성인이 되면 본인의 상황을 고려하는 거죠. 주택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조건이 안 되면 24세까지 시설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제 주위에도 그렇게 대안학교를 거쳐서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입학하여 졸업까지 마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지금은 대학원까지 다니는 꽃제비출신 직원도 있답니다. 부모나 보호자도 없이 사실 그 만만치 않은 교육비까지 생각한다면 얼마나 큰 혜택인지 짐작이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그렇죠.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대학교 학비까지는 재외국인 특별전형 등을 통해서 무상 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홀로 한국에 온 탈북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주택이나 정착지원금 등을 바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관리할 수 있는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게 되는군요?

마순희: 네. 무연고 청소년이 하나원 퇴소 시에는 지원재단에서 정착금통장을 인수하고 거주지 편입 후 지급되는 정착금 등을 보호해제 시점까지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고 보호해제 시점이 된다는 건 다른 보호자가 생기거나 성인이 됐을 때 해제될 수 있는데요. 보호해제 시 무연고 청소년 본인에게 정착금관리내역과 함께 정착금통장을 인계해 주는 것입니다.

이예진: 어린 나이에 돈을 갖고 있는 게 위험하거나 막 쓸 수도 있으니까 관리를 하는군요. 그런데 가족단위로 함께 탈북하는 경우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꺼번에 나온다는 게 좀 위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마순희: 한 명이 나오든, 여러 명이 나오든 위험한 건 마찬가지 같아요. 그런데 제가 하나센터에 강의를 나가 보면 가족이 자녀들과 모두 함께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번에 182기로 나오신 분들을 위한 강의에서 만났던 분 중에서 부부가 22세 아들과 함께 온 분이 계셨는데요. 그 분은 북한에서도 그리 힘들게 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들이 평양의 유명대학에 다니는데 공부를 엄청 잘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자기가 보기에 북한에서 아무리 공부를 잘 해봐야 세계화 추세에 비추어 볼 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자식의 장래를 위해 꼭 한국에 가서 아들을 제대로 키우고 싶어 한국을 택했다고 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탈북청년들인 경우 등록금지원을 받으면서 제가 바라는 대학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고 유학까지도 갈 수 있지 않나요? 자녀들을 미래형 인재로 키우려고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이예진: 역시 남한이나 북한이나 자녀 일에는 열의가 높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족이 같이 나오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마음이 든든할 것 같은데요. 가족이 탈북해서 한국에 막 왔을 때 갖는 궁금증들은 어떤 것들이 있던가요?

마순희: 가족이 함께 나오면 마음이 든든하고 서로 의지가 되는 것은 당연한데요. 정착과정이라는 게 어른이면 어른에게 필요한 취업이나 학업, 청소년이면 청소년에게 해당되는 취업이나 학업, 그리고 어린자녀들이 있을 때에는 여러 가지 학습지원 등 각자가 필요한 분야들이 있기에 궁금한 문제들도 종합적이라고 봐야 옳겠죠. 그와 함께 가족의 내부에서의 문제들도 역시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도 적지 않답니다.

이예진: 아무리 가족이어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 각자 힘드니까 서로를 배려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같이 힘든 일을 극복해서 적응을 잘한 뒤에는 사는 데 가족만한 힘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순희: 상담하다보면 가족으로 오신 경우에 정착을 잘 하고 계신 분들도 많답니다. 그리고 형제들인 경우 어떤 정보가 있으면 서로 공유하고 돕기도 하면서 함께 대학을 다니는 자매들도 있었습니다. 부부 박사도 있고 온가족이 대학생인 가족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고충도 있지요. 저도 처음에는 가족이 함께 와서 두려운 것이 없었고 서로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똘똘 뭉쳐서 헤쳐 나가곤 했답니다. 그러나 항상 화목하고 행복하고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예진: 어떤 일들이 있으셨나요?

마순희: 가족이라는 이유로 관심하고 또 안쓰럽기도 하여 너무 참견하고 개입하고 하다보면 서로에게 상처도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세 딸을 데리고 온 저 같은 경우에도 쉽지는 않았거든요. 우선은 제가 50대, 딸들이 20대다 보니 적응하는 데서도 세대차이가 너무 나더라고요. 저는 보수적이고 완고한 편이고 자식들은 새로운 남한문화에 빨리 적응하고 그러다보니 가끔씩 삐걱거리기도 했답니다. 치마길이가 너무 짧다, 화장이 진하다, 남녀사이에 친구가 있을 수 없다는 등 하여튼 사사건건 잔소리였으니까요. 아이들이 저를 싫어하고 아이들끼리만 얘기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딸들의 자립이 응당한 것이기도 했지만 엄마로서의 지위가 무시당하는 것 같기도 했고 혼자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것들은 조급하게 해결될 문제들도 아니었고 어느 일방이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성실한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는 목적들이 서로 같았기에 어려운 점은 있었어도 서로가 인내하고 노력하면서 잘 이겨 나갔고 지금은 세 딸과 저 역시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으로서 큰 무리 없이 살고 있다고 봅니다.

힘들어도 어려워도 행복해도 즐거워도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게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목숨을 건 위험한 고비도 함께 겪었고 이 땅에서도 서로 도와가면서 자랑스럽게 잘 정착해 나가는 우리 세 딸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이예진: 그래서 위로받고 싶은 힘든 일이 있거나, 나누고 싶은 기쁜 일이 있을 때 변함없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가족인 거겠죠.

저도 오늘은 가족들에게 안부 전화 한 통씩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