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새로운 사회에 얼마나 잘 정착하느냐는 모두 각자의 노력에 달렸습니다. 탈북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죠.
하지만 탈북자들 중에는 주변사람들 얘기를 잘못 듣고 낭패를 보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에게 주변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탈북 선배들의 역할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처음 한국 사회에 발을 내딛었는데, 다가오는 사람들 중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정착의 도움을 받을 것인가 하는 어찌 보면 작지만 결국엔 인생의 큰 틀을 바꿀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 얘기 나눠보고 있는데요. 잘 모르는 남한 사람들보다는 탈북 선배, 그리고 선배보다는 함께 남한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온 동기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분들이 많다는 거죠?
마순희: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에는 대체적으로 그것을 건의하는 사람의 인간성을 보게 되는 것이기에 아마도 장시간 함께 있은 하나원 동기의 말을 더 믿게 되는 거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있습니다. 며칠 전에 만났던 파주의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는 여성분은 하나원 시절 총무로 활동하던 여성과 또 한 호실에서 친하게 지내던 분들과 지금도 연락하면서 잘 지낸다고 하더라고요. 컴퓨터 학원도 같이 다니고 사이버대학 정보도 알려주어서 대학을 함께 다니면서 서로 어려운 점은 도와가면서 대학을 졸업하게 되어 항상 고마운 친구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그래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듣고 시간을 보내다보면 대개는 믿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각자 기준이 세워지죠. 무작정 낯선 사람을 밀어낼 필요도 없다는 건데요. 전문상담사들의 얘기에도 좀 귀를 기울여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이럴 때 모든 상황을 한 번쯤 다 겪어본 선배들의 진심어린 한 마디가 중요한데, 한국사회가 익숙해진 선배들도 살기 바쁜 사람들은 후배들 돌아볼 여력이 없기도 하잖아요.
마순희: 사실 한국사회가 건성건성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보니 좀 정착을 했다고 해도 항상 바쁘기는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나올 때에는 정착도우미도, 하나센터도, 전문상담사들도 없다보니 시행착오 같은 것들도 많이 겪으면서 정말 몸으로 부딪치면서 적응해 나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처음 나오면 정착도우미들이 한 달 여 간 함께 정착을 도와주고 하나센터나 전문상담사들이 선배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겪지 않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저도 하나센터 교육 시에 선배특강이라고 먼저 온 선배가 후에 온 후배들을 위한 강의를 하는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강의시간이 저에게도 좋았지만 후배들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새로 나온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그분들에게서 고향소식도 듣고 그분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어 서로에게 참 좋은 교육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느낀 것이 있는데요. 10여 년 전에 한국에 온 우리들보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 오는 탈북자분들이 정착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희들 때에는 고난의 행군으로 죽지 못해 살아오다가 살길을 찾아서 탈북했다면 지금 오시는 분들은 북한에서 자본주의를 다소나마 겪고서 오는 사람들이라 한국의 자본주의에도 더 빨리 또 쉽게 적응하는 것 같더라고요. 오히려 그분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답니다.
이예진: 선생님처럼 10년 전에 오신 분들만 해도 탈북자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적 장치가 많이 갖춰져 있지 않은 때였죠. 지금은 또 탈북자 규모가 3만 명으로 늘어서 그에 맞는 지원과 혜택을 비롯한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남한에서 달라지고 있는 탈북자들을 위한 지원방안 등에 대해서는 곧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사실 더 나은 탈북자들의 미래를 위한 선배들의 역할이 참 중요할 것 같아요.
마순희: 지당하신 말씀이지요. 흔히 다른 나라에 이민을 간 사람들도 마중 나온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에 따라서 그곳에서의 생활이 많이 좌우된다고 하더라고요. 마중 나온 사람이 주유소를 하는 사람이면 주유소 계통으로, 세탁소를 하면 세탁소, 마트를 하는 사람이 마중 나오면 유통업 쪽으로 나가기 십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탈북자들도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정착하면서 어떤 사람이나 어떤 단체를 만나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더라고요. 저도 지금까지 북한이탈주민 상담사로 계속 일할 수 있게 된 것이 새조위라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민간단체를 만나게 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새조위의 국립의료원 북한이탈주민 상담실에서 근무하면서 새로 나온 많은 분들을 새조위의 북한이탈주민 상담사 양성 프로그램에 연계해주었는데 그 때 그 교육을 받은 분들 중에서 많은 분들이 전문상담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은 지금도 저처럼 새조위라는 단체를 잊지 못하고 거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에 늘 시간만 되면 동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처음에 누구를 만나 어떤 조언을 듣느냐가 이래서 중요한 것 같네요. 그런데 주변에 도움의 손길이 많아도 먼저 온 선배들에게 마음 놓고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 게 후배의 심정일 겁니다.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보는 게 좋을지 말문을 열지 못하는 후배 탈북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마순희: 새로 나오신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먼저 나와서 정착하고 있는 선배로서 한 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여러분들이 마음 놓고 꿈과 희망을 펼치면서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우리들의 제2의 고향입니다. 누구나 이 땅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꿈이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꿈을 위해 노력한다면 여러분들은 성공적으로 정착해 나가시리라 믿습니다.
여러분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먼저 온 3만 명의 탈북자 선배들이 여러분들을 응원하고 있고 앞으로 여러분들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에 올 수 많은 후배들이 여러분들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우리 함께 두고 온 고향과 식구들과 친지들 앞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리라고 믿습니다. 혹시라도 정착하시면서 궁금한 점이나 모르는 문제들은 언제든지 남북하나재단의 종합상담센터 연락처인 1577-6635에 문의하시던가 아니면 지역의 전문상담사나 정착도우미 그리고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선배 탈북자분들에게 주저하지마시고 문의하십시오.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많이 물어보고 많이 참고하면서 잘 정착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이예진: 잘 모르는데 말하기 창피해서 질문을 안 하고 넘어가는 학생보다 엉터리 같은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이 나중엔 뭐가 돼도 되더라고요. 그런 학생 같은 마음으로 노력해본다면 남한 정착에 대한 부담은 한결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