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노인 위한 복지타운 건설된다면

사회복지법인 운암원은 부산진구 가야공원내에 부산첫 '도심 공원형 노인복지주택'인 운암실버타운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감도 모습.
사회복지법인 운암원은 부산진구 가야공원내에 부산첫 '도심 공원형 노인복지주택'인 운암실버타운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조감도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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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요즘 한국에선 3, 40대가 되면 앞으로 노후를 어떻게 하면 윤택하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노인들은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더 할 수 있을까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 정착한지 얼마 안 되는 탈북노인들이 바라는 건 무엇일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는 홀로 살면서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탈북 노인들에 대한 얘기를 해봤는데요. 반대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다면서요?

마순희: 네. 서울에서도 노원구에 노인들의 취미반, 노인동호회가 조직되어 많은 어르신들이 함께 여가생활도 즐기고 합창단 연습도 하여 작년에는 유럽으로 순회공연까지 갔었답니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정도 남북하나재단에서 지원을 받아서 제주도를 비롯해서 여러 명승지로 여행을 가기도 한답니다. 탈북자들로 조직된 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을 보호하는 한 협회에서는 정기적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강좌를 하고 있는데 컴퓨터 교육, 경제상식, 웃음치료, 노래교실 등 많은 여가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어르신들이 자체로 예술단을 꾸려서 멋진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은 어울림한마당에서도 사람들의 절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탈북자들이 자체로 하는 노인 단체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한국의 어르신들과 마찬가지로 복지관이나 노인정, 그리고 여러 가지 동호회에서 함께 잘 어울리며 살아가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예진: 나이 들면서 할 일이 없으면 더 아프고 늙는다는 말씀들을 어르신들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건강한 노인들은 적게 벌더라도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마순희 : 정말 맞는 이야기입니다. 나이 든 탈북자들도 일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제가 요즘 착한 통일이라고 한국에서 잘 정착하고 있는 분들의 사례를 찾아가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나이 드신 분들이 집에서 쉬면서 행사장이나 여가활동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열심히 일하고 계셨습니다.

물론 노령 연금이나 기초생활비를 받으면서 편히 지내도 되지만 조금이라도 벌어서 차곡차곡 모아서 자식들에게 보탬이 되게 하겠다는 마음들이 모두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나이 들어도 의사나 안보강사, 사회복지사,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전문직으로 일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한 전문직에서 일할 수는 없지만 미화원이나 주차관리원, 경비원, 학교 보안원, 요양보호사 아이 돌보미, 그리고 초등학생들 등하교 도우미 등등 어르신들을 필요로 하는 일들을 찾아서 하고 계시더라고요.

정말 급여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고 계시는 분들을 보면서 존경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제가 며칠 전에 만났던 69세의 요양보호사를 하시는 어머니는 이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냐, 내가 할 수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 있는 친구들 앞에 한국에 가서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주겠다고, 그래서 70이 다 된 지금도 일을 놓지 않고 있고 평생교육원에서 자격증취득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차곡차곡 모은 돈은 살았을 때 통일이 되면 친구들에게 나누어주고 통일이 되기 전에 죽는다면 그 돈을 모두 기부하시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예진: 그런 멋진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도 계시네요. 그리고 탈북 노인들을 위한 종합복지시설물도 생긴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네요?

마순희: 네. 주거형 종합복지타운이라고 하던데요. 한 탈북자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데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거의 확정된 거나 다름없다고 하긴 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착수해야 되는 거잖아요? 사실 복지시설들은 대한민국에 없는 곳이 없지만 북한이탈주민들만을 위한 시설은 아직 없잖아요? 많은 어르신들이 복지시설에 가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아서 그런 시설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그 단체의 회장님이 찾아왔더라고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탈북자들을 위한 주거형 복지시설을 만들려고 하는데 어르신들의 수요조사를 해보아야 한다면서 탈북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게 주선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평소에 저도 그런 사업이 희망 사항이었기에 흔쾌히 응하고 함께 어르신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는데요. 그분의 계획에 의한다면 탈북자 어르신들이 그 복지시설에 입주하고 여가활동과 건강관리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아래층들에는 사업장을 설치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일도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혼자서 외롭게 사시는 분들에게는 함께 지낼 수 있는 마음이 통하는 이웃이 있고 여가활동도 할 수 있고 건강도 염려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탈북 어르신들은 이런 시설에 들어가 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던가요?

마순희: 나이가 더 드시면 혼자서 식사를 준비하기가 귀찮아서 잘 드시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런 문제도 해결이 될 거잖아요. 사실 어르신들이 혼자 사시면 독거노인이라고 하여 한 주일에 몇 번씩 요양보호사들이 사회복지사들이 가정을 방문하여 도시락이나 밑반찬도 드리고 건강도 보살펴야 되는데 한 곳에 거주하게 된다면 그런 번거로움도 한결 덜할 것 같습니다. 저도 요즘 혼자살고 있는 제 친구가 어느 날 새벽 갑자기 어지럽고 몸을 움직일 수 없다고 전화가 오는 바람에 깜작 놀라서 병원에 달려 간 적이 있었습니다.

혼자 살면서 그런 일을 당하기보다 옆집에 친구라도 산다면 마음에 외로움이나 불안감이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이 되더군요. 그분 말씀에 제안서를 보고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셨고 내년 예산에는 꼭 포함시켜서 사업을 추진시키도록 하신다고 했는데 사실 100% 확정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확정되더라도 제대로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들은 어르신들은 그 사업을 언제하게 되느냐고 전화가 오기도 합니다.

이예진: 준비단계기는 하지만 하려고 한다는 게 중요하죠. 특히 한국 정부에서도 탈북 노인문제를 신경 쓰고 있다는 얘긴데요. 끝으로, 상담하시면서 탈북 노인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게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마순희: 저는 한 마디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전에는 적어도 다른 사람의 짐이 되기는 싫다는 것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봅니다. 나이 들어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매일 주변에서 손전화 문자로 좋은 글들을 보내주어서 항상 공감하면서 읽고 있는데 이런 글이 있더군요.

노후가 되면 경제력, 건강, 활력, 역할, 친구 등 줄어든 것 투성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즐거움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덕을 쌓으며 살아가야한다고 하더군요.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주려고 생각하고 틈만 있으면 걸어라’ 등등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들이 즐겁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되겠지요. 더욱이 우리 북한이탈주민 어르신들 경우 향수병 같은 것으로 더 마음이 상할 수 있기에 주위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 눈길 한번이 더 절실하리라 생각합니다. 그와 함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정부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네. 원래 행복은 스스로 찾는 거라고 하잖아요. 탈북 어르신들도 건강한 노후를 위해 뭔가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