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북한에서 아옹다옹하면서도 그럭저럭 살았던 부부가 남한에 와서 이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경이 달라져서 일까요? 아니면 마음이 바뀐 것일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 부부가 이혼하게 된 속사정을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탈북자 상담 가운데 큰 부분이 법률 상담이잖아요. 법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묻는 상담전화가 많을 것 같은데요. 법률상담전화 중에는 어떤 질문들이 많은가요?
마순희: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으로 걸려오는 상담전화 중에 평균 10% 내외가 법률상담입니다. 특히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는 변호사님들이 직접 재단에 오셔서 법률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낯선 한국생활에 정착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기는 하지만 특히 법에 대한 상식이나 지식이 없어서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법률상담을 하려고 하는 분들은 재단에 전화를 주시면 전화로 받을 것인지 아니면 재단으로 찾아와서 상담 받을 것인지에 따라서 상담예약을 받습니다.
월요일과 수요일 중 어느 시간대에 상담을 받을 것인지를 예약을 하면 전화로 혹은 재단에 와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률상담을 받은 후 소송을 희망하실 경우 무료법률구조대상으로 신청이 가능합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또는 대한 변협 구조재단을 통해서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재단에서 무료법률상담을 하고 있는 항목들도 매우 다양합니다. 교통사고에 대한 상담, 채권, 채무, 가족 내 상속이나 이혼, 폭력, 족보 그리고 이웃 사이 혹은 동료 사이에 인권침해 사례 등 등 여러 가지 분야의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가족문제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지금 10쌍이 결혼하면 세 쌍이 이혼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말은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에게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예진: 한국 전체로 봐도 2000년대 들어 이혼율이 급증했는데요. 월간 이혼건수가 결혼건수의 40% 육박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는데요. 결혼은 두 사람이 원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이혼은 남편과 아내 어느 한쪽이 원하면 합의가 가능하잖아요.
마순희: 네. 그리고 이혼 사유에 대해서는 그 전 시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죠. 성격차이부터 경제문제, 부부로서 지켜야 할 도리나 의무 등을 소홀히 하면 이혼이 가능합니다. 탈북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특이한 건 북한에서 잘 살았던 부부가 남한에 와서 이혼하겠다는 경우도 간혹 있다는 겁니다.
이예진: 그 이유가 뭘까요?
마순희: 앞서 부부가 지켜야할 도리나 의무에 대해 말씀드렸잖아요. 간단하게 말하면 북한과 남한에서의 부부의 역할이나 지위가 좀 다르다는 거죠.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남편들은 거의가 가부장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북한에서는 개인들의 성격차이나 가정 내의 폭력이나 도리나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는 그런 사유로는 이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암묵적으로 이혼을 승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남편들은 직장에 출근하고 사회활동을 하면 되는 것으로 인정이 되고 집안일과 자녀양육 등은 모두 여성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한사회에 와서까지 북한식의 가부장적인 태도를 고치지 못한다면 어느 여성이든 참고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참다 참다 정 안 되면 이혼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끔 한국처럼 부부가 함께 가면서 어린 아기를 남편이 띠개로 업고 큰 가방을 들고 부인은 작은 핸드백을 들고 따라가는 모습을 북한에 옮겨다 놓으면 얼마나 놀랠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마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경악한다고 해야 옳을걸요.
이예진: 그렇다고 북한 남성들이 여성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죠?
마순희: 네. 도와주기는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어쩌다가 남편들이 부엌에서 부엌일을 도와주다가 손님이라도 오면 얼른 방안에 들어가서 아닌 보살하고 점잔을 빼게 된답니다. 하긴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남편들이 직장에서 벌어오는 것보다 여성들이 장마당에서 벌어오는 몫이 더 커지면서 북한도 많이 바뀌기는 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1년에 하루 남녀평등권이 발표된 7월 30일에 직장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을 위해서 한국식으로 말하면 조촐한 파티 같은 것을 준비하는 문화가 있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와 보니 놀라운 점이 많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이 가정에서의 남편들의 역할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한국보다 남녀평등권을 더 중시하지만 실제로 남녀평등인 세상은 오히려 남한인 것 같습니다.
이예진: 어떤 점에서 더 그렇게 느끼셨나요?
마순희: 사실 저는 아직 혼자라 잘 모르지만 저희 사위들을 보면 정말 딸들에게 잘 하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사위가 밥은 고사하고 빨래라도 널게 되면 한사코 못 하게 하였지만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하기는 딸들이 맞벌이를 하다 보니 집안에서도 밥을 하던, 설거지를 하던 빨래를 널던 누구나 시간이 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하기는 밥은 밥솥에 쌀을 안치면 자동으로 되고 빨래도 세탁기가 하니 널기만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요. 얼마 전에는 이사한 둘째 딸 집에 갔었는데 로봇 청소기가 청소를 하는 걸 보고 한바탕 웃은 일도 있습니다.
이예진: 요즘엔 기계들이 잘 발달돼서 집안일을 하기 쉬워지긴 했죠. 그러니까 일의 강도를 떠나서 함께 가사 일을 하려는 남편들의 마음이 중요한 거잖아요.
마순희: 네. 문제는 북한의 남편들의 가부장적인 태도가 쉽게 변하지 않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북한에서 잘 지내고 있던 부부도 이혼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자식들을 봐서라도 참는다고 참다가 결국은 이혼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북한에서처럼 가부장적으로 식구들을 대하면 어느 여성인들 그것을 달가워하겠어요? 더욱이 밖에 나가면 매너가, 북한식으로 말하면 여성을 위해주는 태도가 훌륭한 남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히 대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유교적인 전통적 가치관이 북한에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죠. 탈북 남성들 중에 북한에 있을 때처럼 권위적으로 남한 여성을 대접했다가는 아마 인기 없을 겁니다.
마순희: 그렇죠. 인기는 고사하고 정말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혼까지는 아니라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정말 어쩔 수 없이 산다고 하는 부부들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가끔 친구들끼리 소풍이라도 가보면 북한 남성들도 지금은 많이 바뀌어가고는 있습니다. 그전에는 여성들이 도시락을 싸 가지고 가면 좋아라 하고 설거지도 여성들의 몫으로 여겼지만 지난여름에 놀러 가보니 힘드니까 그냥 편하게 사먹자며 도시락도 싸오지 말라고 하고 무거운 것은 여성들이 들지도 못 하게 하는 것을 보면서 탈북 남성들도 많이 적응이 되었다고 농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이예진: 그렇게 천천히 적응하는 거겠죠. 그럼 다음 이 시간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사랑과 결혼, 성에 대한 남북한의 생각 차이에 관한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