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꿈을 크게 갖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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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봤던 탈북자들은 한국에 오기만 하면 잘 살게 되는 줄 알았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만큼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탈북자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내는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꿈을 크게 갖는 이유는 뭘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예전에 선생님께서 하나원을 막 나온 탈북 청년이 2년 안에 집을 사겠다고 말해 웃은 적이 있었다고 하셨잖아요. 그 청년,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마순희: 네. 하나원을 나온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제가 만났던 그 청년은 남한에 오기만하면 금세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는지 2년 안에 집을 사겠다고 당당하게 말했었는데요. 그때 제가 남한에서 집을 사려면 적어도 십만 달러 이상은 있어야 하고, 그런 돈을 벌려면 공부도 해야 하고, 취업훈련도 받아야하고, 갖춰야 할 자격이나 준비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던 청년을 얼마 전에 남북하나재단에서 매년 주최하는 어울림마당행사장에서 만났습니다. 훨씬 성숙한 모습이 옷차림이나 행동에 묻어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나원 갓 나와서 구름위에 둥둥 떠 있는 것 같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최근 열심히 취업 훈련도 받고 회사에 출근한다고 들었는데 성실히 일한다면 2년 안에는 어렵겠지만 몇 년 뒤에는 원하는 집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예진: 그 청년뿐 아니라 험난한 탈북과정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중에 포부를 크게 갖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돈을 많이 벌겠다거나 꼭 성공하겠다, 이런 목표들을 가지는 분들이 많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거의 모두가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결심하고 있지만 실제로 성공적으로 잘 정착하는 것이 처음의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모두들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름대로 정착 성공을 이루어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만나본 탈북자들 중에 경기도에 살고 있는 40대 여성이 있는데요.

그 여성분은 제가 국립의료원에 있을 때 하나원을 마치고 사회에 나왔습니다. 아픈 동료를 동행하여 국립의료원에 왔었는데 그 때 제가 일하던 단체에서 창립행사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경기도에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 중에서도 새로 나온 친구들을 초청하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여성분이 하나원에서 총무를 했더라고요. 같은 기수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았던 거죠. 그래서 같은 기수의 수료생들인 지인들을 동원해서 행사에 참가했는데 그 때부터 우리 단체의 행사에 빠짐없이 참가할 정도로 열심이었습니다. 자신은 한국에 나와서 5년 안에 꼭 성공할 거라고 하더니 지금 금년까지 꼭 5년이 되는데 얼마 전에 가게를 하나 낸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저축하고 또 경험도 쌓아서 가게를 내기까지 한다고 하여 정말 놀랐습니다. 그 여성분처럼 개인 사업을 해서 성공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돈을 벌겠다, 혹은 성공하겠다고 다짐하는 분들을 보면 고향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가족 때문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마순희: 맞습니다. 사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는 것이 자신만을 위한 것은 아니랍니다. 거의 많은 분들이 북한에, 혹은 제 3국에 남겨진 가족들을 위하여 돈을 모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에 와서 배우고 익히고 경험하면서 습득한 지식과 비법들은 통일이 된 후 고향을 위해 무엇인가 이바지하려는 저희들의 바람이 있는 것입니다.

저도 사실 그동안 열심히 일하면서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는 4년제 사이버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고향이었습니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고향에서 사회복지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이 나이에도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지만 매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거의 모든 분들이 그러한 꿈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서 저 자신이 깊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이예진: 그런데 생각한 것만큼, 원하는 것만큼 돈을 벌기가 쉽지 않잖아요. 탈북자들이 가장 먼저 벽에 부딪치는 게 어떤 걸까요?

마순희: 돈을 벌기가 어떻게 쉬울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많은 분들이 북한에서, 혹은 중국에서 한국 라디오나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의 풍요로운 생활에 대하여 알게 되고 한국에 오면 누구나 다 그렇게 잘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습니다. 우스운 얘기지만 저희들이 한국에 갓 도착해서 조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이야기인데요. 조사가 끝나면 하루 종일 할 일이 없거든요.

그럴 때 그냥 창밖으로 화려한 서울 거리와 즐비하게 늘어선 고층건물들, 쉼 없이 달려가고 달려오는 형형색색의 승용차의 대열을 보면서 환상에 사로잡히는 것입니다. 너는 어떤 집에서 살고 싶냐, 너는 어떤 차가 마음에 드는지 차 색깔과 형태까지 선택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적어도 2-3년 아니면 5년 이상이 되어야 차를 사게 되는가 하면 10년 이상이라도 아직 자기 집을 장만할 엄두를 못 내고 있을 정도죠.

물론 차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빨리 살 수는 있지만 승용차 한 대 차 값뿐 아니라 유지비 즉 기름 값에, 보험에, 각종 세금에, 통행료 등등 유지비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상을 버리고 현실에 발을 든든히 붙이고 정착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가장 먼저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환상부터 깨야한다는 거군요.

마순희: 그렇죠. 물론 사람마다 자신만의 삶이 있고 사정들이 다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정착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자신의 두 번째 인생을 자신만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하고 노력해나간다면 누구나 다 잘 정착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저는 늘 가지고 있습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으로 시작한다는 것처럼 몇 년 안에 무엇을 이룬다는 식으로 조급하게 생각하고 무리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한다고 하여 하루아침에 정착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육상이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남들이 평생을 거쳐서 이룩한 것을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는 없잖습니까?

며칠 전에는 제가 잘 알고 있는 남성의 전화가 왔습니다. 아직 거주지 보호기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탈북자들에게 거의 무료에 가까운 혜택을 제공하는 의료급여 1종이 중지된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정확한 것은 모르겠는데, 차가 있어서 안 된다고 하던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더라는 것입니다. 그 남성은 질병이나 상해 등을 보장해주는 4대 보험에 가입된 회사에 다니더라도 5년 동안 의료급여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에게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드렸습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4대보험이 되는 회사에 다니더라도 취업특례로 거주지 보호기간인 5년 동안은 의료급여 1종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특례에도 적용기준이 있다고 말입니다.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의 400% 이상 넘어가는 경우, 즉 독신인 경우에 월 급여가 230만 원 이상, 그러니까 2천3백 달러 이상 되거나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면 1600cc이상이거나 10년 이하인 차인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안된다고 말이죠.

그분은 제가 알고 있는데 아직 가정을 이루지 않은 독신이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거든요. 그렇다고 젊은 사람이 낡고 볼품없는 차를 타고 다닐 수는 없을 거 아닙니까? 건강도 보기에는 좋아 보이는데 굳이 의료급여 수급자라는 딱지는 이제는 떼어도 좋을 것 같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아직 가족도 없는데 몇 번 가지도 않는 병원에 진료비나 약값은 혜택을 안 받아도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이젠 그런 것은 더 어려운 분들이나 받으라고 양보하세요’ 하면서요.

이예진: 네. 자립할 능력이 됐을 때는 또 다른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그 혜택을 돌리도록 되어 있죠. 하지만 의료나 취업, 학업 등 생활 전반적인 분야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탈북자들은 한국 정부의 혜택을 당연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정부의 혜택을 받으려고만 하다보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시간은 좀 걸리지만 자질과 자격을 갖추고 준비를 하는 과정, 사실 이게 성공하고 싶은 탈북자들에게는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성공하고 싶은 탈북자들이 해야 할 숙제에 대해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