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면서 언제 가장 행복했나요?
대부분 아무 걱정 없이 뛰놀던 어린 시절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탈북자들에게 어린 시절과도 같은 때는 언제일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하나원에서 보내는 몇 달이 탈북하신 분들한테는 길게 느껴질지, 짧게 느껴질지 잘 가늠이 안 되는데요. 하지만 그 때 제대로 잘 배워놔야 사회에 나와서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잖아요. 더구나 지원금이나 혜택과 관련해서 헷갈려 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마순희: 하나원에 있을 때 선배들이 특강을 나와서 하던 말 중에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습니다. 지금 교육생 여러분들은 하루라도 빨리 사회에 나가고 싶어 하지만 정작 나가서 몇 년 살다 보면 하나원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단 며칠이라도 하나원에 와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해주는 밥을 먹으며 공부만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믿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다 설마 했지요. 그러나 지금 그럴 기회가 생긴다면 저도 정말 그렇게 하고 싶거든요.
이예진: 꼭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공부만 하고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학생 때가 제일 좋은 때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마순희: 맞아요. 그래도 하나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 길게 느껴 질 것입니다. 그러나 조급하다고 기일이 단축되는 것은 아니니까 기왕 있는 바에는 소중한 그 시간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나오면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배우지 못할 수도 있는, 대한민국에 정착하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항목들을 교육하는 거니까 열심히 배워두는 것이 앞으로의 정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생활하다보면 우리 정부의 탈북자 지원정책에 대하여 너무나도 모르는 분들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물어보았더니 하나원 교육을 하나도 못 받은 분들이었습니다. 2004년 7월에 윁남에서 400여 명의 탈북자들을 전세기 두 대로 대한민국에 데려온 일이 있었잖습니까? 그때 국정원은 물론 하나원도 한꺼번에 그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국정원 조사 시에도 한국에 먼저 나온 가족이나 지인이 있으면 이미 그 지인이 조사를 마친 상태기 때문에 가족관계나 인과관계가 확인이 되면 즉시, 즉시 하나원에 보냈고 하나원에서도 불과 며칠 사이에 필요한 가족관계 등의 수속을 신청해 놓고는 가족들이나 본인의 동의를 받으면 무조건 조기퇴소를 시켰던 것입니다. 물론 하나원 교육을 받았다 해도 다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정도의 교육도 받지 못하다보니 더 모르는 거죠.
북한이탈주민들이 대한민국에 도착하면 국정원에서 신원확인을 위한 조사를 거쳐서 보호결정을 받게 됩니다. 그 기간이 대체로 1개월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원에 입소하여 그전에는 두 달이고 지금은 3개월 즉 12주 동안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언어생활, 시장경제, 진로와 직업교육 그리고 직업훈련으로 요리나 제과제빵 기술도 배우고 봉제기술도 배워줍니다. 물론 어려움은 있겠지만 대부분은 한국에 정착해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원 교육이 끝나면 지역사회로 나가게 되는데요. 하나원 교육기간에 거주지 배정을 받습니다. 물론 본인의 요청에 따라서 갈 수 있기는 하지만 어떤 곳은 갈 수 있는 주택 수보다 수요자가 더 많은 경우를 생각해서 1지망, 2지망을 신청하는 것입니다.
이예진: 서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마순희: 네. 물론 신청자가 실제보다 더 많은 경우에는 제비뽑기를 해야죠. 저도 제비뽑기로 서울에 주택을 받았거든요.
이예진: 그렇군요. 그런데 요즘엔 먼저 한국에 나와서 적응을 한 후에, 또 그만큼 가족을 데려올 비용을 마련한 후에 북한에 있는 가족을 데려오는 경우가 많죠. 가족이 이미 먼저 한국에 나와 있으면 하나원에서 하는 신원확인 같은 것도 수월하겠네요?
마순희: 맞습니다. 먼저 나온 가족들이 이미 신원학인을 다 마치고 진술 시에 가족으로 이미 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수월하게 넘어 간답니다.
이예진: 길게는 몇 년간 보지 못하던 가족이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먼저 나온 탈북자 분들의 마음은 얼마나 더 조급해질까 싶은데요. 하나원을 나오기까지 기간이 있지만, 그 안에 하나원에 있는 가족을 만나볼 수도 있나요?
마순희: 맞습니다.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을 때에는 전화통화를 할 수 없고 다만 담당 조사관들이 먼저 정착한 식구들에게 확인 전화가 오는 겁니다. 그러나 하나원에 나가게 되면 공중전화가 몇 개 있거든요. 그리고 매 교육생들에게 월에 얼마씩 생활비로 금액을 내 주거든요. 그 돈으로 공중전화를 하는 거죠. 모든 생활이 다 하나원에서 보장되니 정작 돈을 주어도 쓸 일이 별로 없고 전화하는데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요즘엔 우리가 있을 때보다 그 용돈도 거의 배로 늘어났답니다.
이예진: 얼마나 된다고 하나요?
마순희: 저희 때는 월 4만원이었는데 지금은 7만원으로 늘었습니다.
이예진: 70달러 정도 되겠네요.
마순희: 네. 제가 잘 알고 있는 지인이 전화가 왔었습니다. 자기 남동생이 하나원에 들어갔는데 면회를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절차와 하나원 주소를 알려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원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에게 문의하여 알려주었습니다. 원래 면회를 가려면 교육생이 입소하여 한 달 정도 지나서 승인이 된다고 합니다. 교육생이 면회 오겠다는 분과 가족관계랑 주소랑 신청서 양식에 따라 써서 신청하면 다른 문제가 없으면 주말에 면회할 수 있도록 승인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알려주었더니 그 여성이 하나원에 면회를 가서 남동생을 잘 만나고 왔다고 고맙다고 전화가 왔었습니다.
이예진: 하나원에서는 가족 이상으로 매일 붙어서 생활하던 동기들이 있어 위안이 되지만 하나원을 나와 자신이 원했거나 혹은 추첨을 통해 앞으로 살아갈 지역의 집으로 가게 되면 그때부턴 정말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것이 많죠. 막막한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때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마순희: 처음 텅 빈 방안에 하나원에서 가지고 나온 가방 두 개를 덜렁 놓고 앉으니 막연한 생각이 들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인생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니까 한 번 뿐인 인생 다시 한 번 도전해 보는 거죠. 사실 살아오다 보면 가족 때문에, 혹은 자식이나 형제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전혀 새롭게 제 2의 인생을 살아간다고 봐야 되지 않아요? 이런 행운은 누구에게나 차례지는 게 아니거든요. 지금은 새로운 곳에서 온전히 나 혼자의 힘으로 내 생활을 개척해 나간다고 생각하면 나름 더 마음이 강해지고 도전의식도 생길 것 같은데요. 많은 분들이 자신들이 처음 정착할 때 외롭던 생각을 해서 후에 오는 후배들을 위해서 성심성의로 봉사도 하고 있었습니다. 하나원 교육기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겠지만 거의 모든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에 나와서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명심하고 하나라도 더 열심히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태어나서 걸음마를 배우고 말을 배우는 것처럼 탈북자들도 한국사회 적응하는 일이 걸음마부터 배우는 것 같다는 말씀들, 탈북자 분들이 종종 하는데요. 하나원을 한국에서의 걸음마를 배우는 곳으로 생각하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