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이도 사는 탈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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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남한뿐 아니라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추운 겨울이 되면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 추운 겨울, 작은 나눔과 성의로 따뜻한 온기를 나누겠다는 거죠.

최근에는 그런 마음을 갖는 탈북자들이 많아졌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최근 자발적으로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탈북자 분들이 많은데요. 북한에서 봉사라는 개념을 몰랐을 텐데, 탈북자들 중에 봉사에 헌신적인 분들이 많은 이유는 뭘까요?

마순희: 한국사회가 워낙 자원봉사활동이 많이 활성화 되어 있어서 누구나 다 한 두 번씩은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우리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사회복지사들이고 자원봉사자들이거든요. 처음 보는 우리들에게 사심이 없이 도움을 주고 베풀어 주는 그들에게서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 새로 온 사람들을 위해 내가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베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복지관이나 하나센터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새로 배치 받아오는 탈북자들이 기분 좋게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주택을 깨끗이 청소도 해주고 맛깔스러운 밑반찬도 만들어서 안겨주기도 한답니다. 그렇게 고마운 사랑을 받았던 분들이 다음에 오는 후배들을 위해서 또다시 자신들이 봉사를 하게 되는 거죠.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또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우리가 어렵게 정착을 한다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우리보다 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갔다 오면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는 등 마음의 변화가 적지 않은 겁니다. 자녀들을 키우는 경우에는 자녀들을 데리고 봉사활동에도 함께 참여하면서 사회와 가정에 대해서도 옳은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이예진: 맞습니다. 남을 도와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그래서 마음이 더 넉넉해지고 그래서 봉사활동을 한 번 하시면 계속 하시더라고요. 그래선지 직업으로 자신도 꼭 사회복지사가 되어 탈북자 후배들을 돕겠다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마순희: 우리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하고 싶은 일 들 중의 하나가 사회복지사인 것도 사실입니다. 처음 와서 자기들의 정착을 한걸음, 한걸음 도와주던 사회복지사의 모습이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특별한 기술이나 숙련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비추어질 것이고 우리 탈북 여성들이 누구나 선호하는 사무직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일하면서도 배울 수 있는 사이버대학을 통하여서도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기에 많은 분들이 사회복지사 자격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인터넷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게 바로 사이버 대학이죠.

마순희: 네. 제가 제주도에서 만났던 사회복지사는 40대 후반의 남성이었습니다. 건강이 안 좋으신 어머님을 업고 두만강을 건너신 분이었는데요. 어머님을 모시고 살면서 어머님을 수발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게 되었고 사회복지서비스를 받다보니 자신도 요양보호사와 함께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사이버대학을 다녀서 사회복지사가 되었고 지금은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데 복지관에서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내두를 정도로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예진: 선생님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으시잖아요. 사회복지사라고 하면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시잖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죠?

마순희: 사회복지사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문제를 돕고 공공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들인데요. 한 마디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분들인데 공무원이죠.

이예진: 그렇죠. 직업적으로도 안정이 되어 있고 어려운 분들을 도와줄 수 있는 직업, 그런데 직업적인 것뿐 아니라 자기 시간을 쪼개서 돕는 분들, 탈북자들의 봉사단체도 또 생겼죠?

마순희: 우리 탈북자들이 기존에 있는 봉사단체에 동참하여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분들도 많지만 탈북자들이 직접 봉사단체를 조직해서 봉사활동을 활발히 해나가는 사례들도 많습니다. 그런 봉사단체들은 전국적으로 어느 곳에나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지역마다 다 있는 것 같아요.

마순희: 네. 남북하나재단에서는 지난 9월 착한봉사단 모집공고가 있었습니다. 탈북자로 구성되었거나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지역의 봉사단 중 활동내용이 우수하고 지역 사회 내에서 탈북자들의 인식개선에 기여하는 만 1년 이상 활동 중인 봉사단체를 대상으로 2016년도 탈북자 자원봉사 활성화 및 연합활동을 위해 착한 봉사단을 모집한 것입니다. 모집공고를 보고 많은 봉사단체들이 신청하였고 선정 기준에 맞추어서 심사를 거쳐 어울림 한마당행사에서 착한봉사단 인증서를 수여했습니다. 저도 거기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죠.

전국 각지에서 모여 온 봉사단체들이 행사 때 자기 봉사단을 알리고 북한음식 나누기를 비롯한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또한 김치나눔행사를 통하여 500여 상자의 김치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드리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미처 신청하지 못한 봉사단체들도 내년에 추가로 신청을 받는다고 하니 그 때에는 자신들도 꼭 신청하겠다고 하더군요.

이예진: 봉사뿐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들도 많으시잖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저희가 10월에 만났던 강원도 춘천지역의 탈북자들의 이야기도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춘천지역에는 새조위라고 아시죠?

이예진: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의 약자가 새조위죠. 탈북자들의 사회적응과 취업, 창업 지원 등 남한 적응을 돕는 민간단체라고 볼 수 있죠.

마순희: 네. 새조위에서 상담사교육을 받은 탈북자들이 여러 명 되는데요. 그들이 보건소나 시청 등에서 근무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춘천에서는 2011년부터 진달래 호반봉사단이라는 봉사단체를 꾸리고 지역사회를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고 지역의 민간단체들의 도움으로 토지를 구하여 해마다 배추와 무를 심고 가꾸어서 직접 김치를 담가 이웃들과 나누고 있었습니다.

매월 회비를 내고 있었는데 그 회비로 농사에 필요한 종자며 비료를 구입하기도 하고 회원들 중에 생일을 맞는 분들이 있으면 함께 축하해주고 서로가 화목한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금년에는 특히 탈북청소년들에게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북한 김치를 먹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만든 김치들 중 50여 상자를 서울에 있는 대안학교들에 보내주는 아름다운 봉사도 하였답니다. 누가 알아주건 말건 묵묵히 자신의 업무와 봉사활동을 함께 열심히 해나가는 아름다운 미담들은 가는 곳마다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예진: 이런 분들을 두고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반대로 법을 또 아무렇지도 않게 어기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얘기는 다음 이 시간에 나눠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