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의 의식전환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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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 한국에 살면서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여성들의 변화된 의식수준을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안정을 위해 결혼을 선택한 여성들의 사례를 들어봤는데요. 사실 안정을 위해 결혼을 선택한 탈북 여성 중에는 아이를 키우고 살다보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도 물론 많겠지만 자신의 인생을 한 번 돌아보는 때가 오잖아요. 다른 여성들과 비교도 되고요.

마순희: 네. 서로에 대해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지내보면서 결혼을 선택한 것이 아니기에 많은 경우에 그런 후회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가정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에는 자신의 꿈이나 인생목표를 잊고 남편이나 아이에게 집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대전에 살고 있는 30대 여성과의 상담에서도 그런 것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나와서 한 달 되기 전에 아는 언니의 소개로 한국남성을 소개 받았습니다. 만나보았더니 인물도 빠지지 않고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둘 있다고 하는데 경제적 여력도 그만하면 제 가족은 챙길 정도였습니다. 함께 살면서 자신이 살던 주택은 반납하고 남편의 집에서 살다가 7000만 원 정도, 그러니까 7만 달러 정도 되죠. 그 돈을 대출받아서 새 아파트를 장만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한 달에 생활비로 100만원, 미화로 따지면 1000달러 정도를 주는데 시어머니 생신이라도 되면 걱정이 태산이라고 합니다. 시누이 말로는 자기 어머니는 백화점 물건이 아니면 옷을 입지도 않는다고 하면서 생신선물을 꼭 백화점에 가서 사도록 하는데 50-60만 원 정도는 되어야 옷 한 가지라도 산다는 겁니다.

이예진: 백화점 옷 가격이 재래시장이나 상점에서 파는 가격보다 두어 배는 비싸잖아요. 시어머니 옷을 500달러 정도 주고 산다는 거네요.

마순희: 그렇죠. 그런데 얼마 전에 시장에 갔다가 3만원 하는 바지가 너무 편해 보여서 사왔는데, 남편이 돈도 없다면서 바지가 없어서 제 옷을 샀냐며 야단을 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시누이나 시어머니가 매일이다시피 와서 문제를 만들고 남편은 언제나 자기 집 식구들의 편만 들면서도 자기 어머니나 누나들과 잘 지내지 못한다며 야단을 치고 자신을 외면을 한다고 합니다. 저녁에 퇴근하면 눈도 마주치지 않고 TV로 야구만 보기에 정말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이예진: 권태기가 온 부부들이 그런 경우가 있기도 하던데, 어쨌든 이 부부, 사이가 많이 벌어졌네요.

마순희: 특히 애가 세 돌이 지나기 전에는 일하려 나가지도 말고 애만 키우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여성은 아마도 견디다 못해 자기 입에서 이혼하겠다는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아직 30대 후반이면 한창 나이인데 남편의 얼굴만 쳐다보면서 집에서 애만 키우면서 살지 말고 자신을 위한데 시간을 투자해 보면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17개월 된 아들이 있다기에 애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직 보호기간 중이니까 교육지원이 가능할 때에 정규대학은 아니라도 사이버대학에라도 입학하여 원하는 공부를 하든가 직업훈련으로 컴퓨터 학원이라도 다니면 어떻겠는가를 조언해 주었습니다. 남편이 생활비를 안 주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 취직을 하더라도 당당하게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지금의 한가한 시간을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해보는 것은 어떨지, 그러면 자신감도 생기고 남편이 자기에게 신경을 안 써도 본인도 크게 개의치 않고 자기 생활을 하면 되잖아요. 여가생활이나 가벼운 운동도 하면서 활기차게 말이죠.

이예진: 그래요. 확실히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달라 보이거든요. 그러다보면 남편도 좀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마순희: 맞습니다. 자기의 소중한 일생의 귀중한 시간을 누구의 처분만 바라면서 헛되이 보내기는 너무 아깝잖아요. 내가 당당해지면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 한다 이렇게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참고하겠다고 목소리가 많이 밝아져서 상담을 마쳤습니다.

이예진: 그런 경우에는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데, 그런데 뒤늦게 자기 인생을 돌아보게 된 여성들이 어쩔 수 없이 이혼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법률 상담도 많이 요청한다면서요?

마순희: 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는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두 시부터 다섯 시 사이에 법률상담을 해주고 있습니다. 가정문제로 이혼까지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워낙 북한에서는 법률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잘 알 수도 없거니와 안다는 것 자체가 아무 의미도 없었잖습니까?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이혼하더라도 여러 가지 법적 문제들이 있는데 그것을 잘 모르다 보니 여러 가지로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감수하고 있다가 무료법률상담을 통하여 자신의 권리를 알게 되고 법적 대응방법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한국에서도 아이 둘, 셋을 키우고 나서 다시 자신의 꿈을 이룬 여성들은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요. 탈북 여성들은 어떤가요?

마순희: 역시 자녀들을 키우면서 자신의 꿈까지 이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도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인 경우에는 가부장적인 면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육아나 가사 일에 대해서는 거의 여성이 전담하는 것을 당연시 하게 되고 그를 통해서 여성들이 받게 되는 스트레스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녀들을 키울 때에는 거의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뒷전으로 여기고 남편과 자녀들 수발에만 전념을 하고 있다가 애들이 웬만히 크면 그 다음에는 늦더라도 자신을 위한 일에 눈을 돌린다고나 할까요. 그러다 보니 대학에 가도 만학도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제가 다니고 있는 세종 사이버대학에도 애들을 키우고 늦게 대학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 중에는 탈북자 출신도 여러 명 있습니다. 이번에 저와 함께 졸업하는 대학 동기 중에 40대 중반의 여성이 있는데 애가 10살, 그러니까 딸이 일곱 살 때에 대학에 입학한 것이지요. 부부박사의 두 아들이 지금 모두 대학생이고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자부하는 탈북자들은 거의 자녀들이 다들 성장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예진: 그렇군요. 마음을 먹으면 늦게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계시네요. 한국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고,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섰다고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출산이나 육아문제에 대해서는 엄마가 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아직은 직업 일선에서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시되면서 정부나 기업들이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탈북 여성들도 풀어가야 할 숙제가 있지 않을까요?

마순희: 옳은 지적이라고 봅니다. 저는 가장 우선적인 것이 우리 탈북 여성들의 의식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로 행복한 자신의 일생을 위해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나원이나 하나센터 교육에서 여성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적성검사와 취업교육, 건강한 가정생활과 성교육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교육을 여성들의 특성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을 안정적인 정착이라고 보는 것은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대에 의존하고 상대가 바라는 삶을 살아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이 지울 수 없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탈북이라는 목숨을 건 모험을 단행하면서 찾은 희망의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행복과 성공의 모습인지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탈북여성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정책들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출산이나 육아 문제로 지원혜택을 못 받는 여성들에게는 상황에 따라서 맞춤형으로 기한에 대한 제한을 완화시킨다든가 육아를 하면서도 일할 수 있도록 아이돌봄 바우처 제도나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등 여러 가지 지원제도들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예진: 네. 이제는 한국 사회도 여성을 위한 정책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여성 스스로, 탈북 여성도 마찬가지고요. 개인의 역량 개발에 먼저 눈을 돌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