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 중에 올 겨울 추위를 어떻게 버티나 하는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보단 잦은 연말 송년회 모임에서 어떻게 하면 술을 덜 마실까, 눈 오면 차는 얼마나 많이 막힐까 이런 고민들이 더 현실적인 것 같은데요.
집 걱정 없는 탈북자들, 그래도 고민은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오늘은 주택 상담을 해드립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은 탈북자들이 주택과 관련해서 궁금해 하는 것들이 뭔지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탈북자들에게는 우선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오게 되면 영구 임대주택이라고 해서 아파트를 받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마순희: 그렇습니다. 우리북한이탈주민들은 하나원 교육기간에 희망지역을 접수하고 나올 때에는 가족단위로 주택이 배정됩니다. 무연고 청소년인 경우 만 20세 도달 후 본인이 희망하면 주택신청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학업이나 기타 사정으로 주택을 유지하기 힘들면 24세까지, 간호가 필요한 중증질환자인 경우 1년간 보류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영구 임대주택은 남한 내에서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입주 조건이 따로 있죠?
마순희: 임대주택법에 의하여 영구적인 임대의 목적으로 건설된 주택으로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국가유공자 또는 그 유족, 일제하일본군위안부, 탈북자 등이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예진: 영구 임대주택이지만 그냥 보통 아파트와 다른 점은 없죠?
마순희: 그럼요. 저도 지금 하나원 나오면서 배정받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정말 아무런 불편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는 가족으로 나오다보니 평수가 큰 집으로 배정 받았고 모든 조건이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이예진: 선생님은 지금 몇 평에 살고 계시죠?
마순희: 21평이요.
이예진: 그러면 한 80제곱미터 정도 되네요.
마순희: 북한에 살 때에는 다섯 식구가 한 칸짜리 노동자주택에서 살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불편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더욱이 추운 겨울이면 벽으로, 천정으로 냉기가 스며들고 불을 때면 김이 서리고 벽에서는 물이 줄줄 흐르고...거기에 비하면 지금의 아파트는 정말 호화주택이지요.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전기밥솥, 일체 가전제품들이 다 갖출 수 있고 사시사철 더운물, 찬물을 마음대로 쓰고 온수난방이 되어 겨울에도 추운 줄 모르고 사는 지금의 생활을 이전에는 꿈이라도 꾸어 보았겠어요? 그런데 겨울이 오면 지금도 고생하시는 고향 분들에 대한 걱정에 마음이 무겁고 이렇게 저희만 잘 살고 있다 는 것에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짠합니다.
이예진: 집 없는 설움은 없어 봐야 안다고 하잖아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라면 받을 수 있는 영구 임대 주택, 그래도 주택관련 상담이 많다면서요?
마순희: 이렇게 주택을 다 마련해 주었지만 살다보면 이런저런 사정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작년 초여름의 어느 날 40대의 한 아주머니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하나원을 나오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지방에 집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딸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면서 기숙사생활을 하게 되어 방학에나 한 번 볼 정도였다고 합니다. 서울에 주택을 받으면 딸과 함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지방의 집을 반납했대요.
이예진: 국가에 반납을 했다는 거죠?
마순희: 네. 그리고는 서울에 있는 친구 집에서 살고 있는데 불편한 점이 많아서 다시 주택을 받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은 주택을 바꾸어 준다는 소리도 있는데 맞는지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2008년 이전에는 우리 탈북자들에게 한 번은 주택을 교환할 수 있도록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규정이 없어졌다고 알려드리고 상담을 해 보았더니 주택을 신청하려면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예진: 다시 주택을 신청하기가 힘들다는 거죠?
마순희: 네. 우선 전입신고를 할 때 임대주택이 아닌 일반주택으로 해야 세대주로 인정이 되지 탈북자들이 살고 있는 임대주택은 세대주로는 인정이 안 된다고 알려 드렸습니다. 그리고 주택청약저축을 가입하여 최소 6회 이상 납입하여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도 안내하였습니다. 인터넷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주택공지가 나왔는지 자주 확인할 수 없기에 제가 공지가 나면 알려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후 그 여성분은 전입신고를 일반주택에 하고 청약저축도 그날로 가입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금년 상반기에 국민임대주택 우선공급 공지가 떴고 그 분에게 알려서 신청을 했는데 마침 선정이 되어 주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예진: 한 번 반납한 주택은 다시 받기 좀 어렵다는 얘긴데요. 들으시는 청취자 여러분께서 용어들이 낯설 것 같습니다. 그 중에 국민임대주택 우선공급이라는 게 있다고 하셨는데 ‘우선 공급’이 뭔가요?
마순희: 주택공지를 할 때 탈북자들 몇 세대를 따로 공급을 하는 걸 말합니다. 배정한 세대는 일반 남한주민과 별도로 탈북자들 중에서 선정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선정될 확률도 높고요. 특별 분양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이것 역시 탈북자 몫으로 따로 분양을 하는 겁니다. 탈북자들 중 경제적 여력이 되고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분들을 위해 따로 분양을 하는 거라 탈북자들이 신청하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예진: 국민임대주택은 남한 주민들도 신청해서 그 중에 선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탈북자끼리의 경쟁은 조금 더 쉽다는 얘깁니다. 한국에 와서 처음에는 뭐가 좋은지, 나에게 맞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런 일들이 있을 수 있겠네요. 경험자로서도 주택을 분양받을 때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마순희: 하나원을 나오면서 누구에게나 주는 주택이기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좀 더 생각해야 할 줄 압니다. 한 번 반납하면 다시 받기가 어렵고 다시 받더라도 임대료가 싼 영구임대주택이 아니라 가격이 더 높은 국민임대주택으로 가야 하기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임대주택은 사고 팔 수도 없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명의변경도 안 됩니다.
이예진: 하지만 탈북자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있는 주택을 양도하거나 명의변경을 해야 할 일들이 생길 수 있잖아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순희: 제가 상담했던 사례를 이야기해 드릴게요. 40대 후반의 한 남성이었는데 전화로 다짜고짜 거리에 나앉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었습니다. 사연인즉 딸이 먼저 나와서 딸의 명의로 주택을 받았다고 합니다. 몇 년 후 부모님을 모셔왔지만 딸이 아직 미혼이라 새로 주택을 주지는 않고 딸 명의의 주택에서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딸이 시집을 가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주택을 받은 세대주가 나가는 것이므로 집도 당연히 내놔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 분은 북한에서 동사무소 지도원으로 일하던 분이라서 북한식으로 생각한 겁니다. 북한에서는 도시경영사업소에서 주택을 관리하기는 하지만 기업소에서 관할하는 주택이 대부분입니다. 저희가 살던 곳에서도 철도사택, 제재공장사택, 광산주택, 임업기계사택 하는 식으로 주택이 기업에 속해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철도사택에 살던 철도노동자가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그 주택은 당연히 비워주어야 철도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가 들어가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그 분은 딸이 세대주로서 받은 집이라 딸이 다른 곳으로 가면 집을 내 놓게 될까봐 한사코 딸의 결혼을 반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고 딸의 결혼을 축하해 주라고 했습니다. 임대주택의 명의 변경은 명의자의 사망이나 결혼 시에는 함께 살던 직계가족에게 명의를 넘겨 줄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그 분도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며 좋은 정보 알려 주어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이예진: 웃지 못 할 일인데, 그 분으로서는 얼마나 절박했으면 딸의 결혼까지 반대했을까 싶네요. 남한에서 추위에 얼어 죽을 걱정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탈북자들은 북한에 있는 부모, 형제, 친척들이 올겨울,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인데요. 추위라도 좀 덜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