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 합법 사이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어디에나 명암은 있기 마련이죠. 밝은 면 뒤에는 어두운 면이 있고요.

성공한 탈북자로, 혹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는 탈북자로 인정받고 상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지만 반대로 불법을 저지르다 고생을 하는 탈북자들도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불법인지 모르거나 불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 분들 중에 봉사를 점점 더 많이 하고 계시지만 반대로 또 법을 아무렇지 않게 어기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탈북자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이외로 불법행위로 인해서 법적제재를 받게 되었다는 상담들도 적지 않습니다. 평택에 살고 있는 한 남성의 상담 사례인데요. 법원에서 벌금 300만원, 3천 달러를 내야 한다는 통지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함께 동거하던 여성의 자녀들을 중국에서 데려오면서 알게 된 중국인 브로커 여성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그 여성이 위장결혼을 해서라도 한국에 가고 싶다고 국제 결혼할 남성을 찾아달라고 했는데 적당한 사람을 찾을 수 없으니까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자기가 해주기로 한 것입니다.

국제결혼 수속을 마치고 한국에 왔는데 그 수속을 해주었던 여행사가 불법행위로 조사를 받게 되었고 결국 위장결혼을 수속해준 것도 탄로가 났답니다. 벌금 300만원, 3천 달러 정도를 내야 하는데 당장 그만한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답해서 전화했다고 합니다. 지역의 담당상담사와 저랑 함께 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잘 몰라서 벌어진 일이기에 용서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었습니다. 그러나 불법행위는 했으니 법적처벌은 당연한 것이고 다만 300만원을 매월 얼마씩 나누어서 낼 수 있도록 처분을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은 돈을 받고 그 짓을 해도 별 일 없다는데 자기가 재수가 없었다고 말하는 그 남성과 준법정신에 대해서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또 임대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월세를 받아 챙기다가 강제 퇴거당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예진: 임대주택이란 게 나라에서 탈북자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준 건데 그걸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다는 거잖아요. 그건 또 불법인 거죠. 그래선 안 되지만 가끔씩 그런 일들이 있더라고요. 북한에서는 불법도 아니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이지만 한국에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들 또 뭐가 있을까요?

마순희: 워낙 북한에서는 살아가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 불법행위를 해도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한국에서도 그런 경향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주 이야기하는 문제지만 생계비를 받기 위해 근로능력자인 남편과는 위장이혼을 하고 혼자서 애들을 키우는 것으로 서류를 만들어 지원을 받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의사에게 뇌물을 고이고 가짜 진단서를 떼서 직장에 바치던 그런 현상들 역시 지금도 이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진단서를 떼서 생계비를 계속 지원 받거나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타는 등 흔한 현상은 아니지만 불법행위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예진: 그런 것들이 가끔 뉴스에도 나와서 탈북자 분들이 욕을 먹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운 거죠. 한국에 와서 나쁜 꾐에 빠지는 탈북자들도 있잖아요. 어떤 유혹들이 있을까요?

마순희: 사실 한국에 처음 와서 모르는 것도 많고 일하는 것도 쉽지 않다보니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면 넘어가지 않을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몇 해 전 제가 민간단체에서 활동할 때에 탈북여성들을 대상으로 건전한 소비생활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교육생들이 30~40여 명이 모였는데 한국에 와서 다단계 피해를 당하거나 다단계에 가입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더니 4명이 손을 들더군요. 거의가 다단계를 경험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그 4명 중에 두 명은 하나원을 금방 나왔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거의가 다 다단계에 가입되었었거나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이예진: 다단계라는 게 사람을 현혹시켜서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남한에서도 문제가 되는 사업방식이죠.

마순희: 네. 뉴스에 많이 나오죠. 그 사람들 눈에 비친 탈북자들의 모습은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기행각의 대상이 되기에 딱 적합한 인물들이었을 것입니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쉽게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저도 역시 휴대폰 다단계에 들어갔다가 겨우 빠져 나온 경험도 있고 기왕 물건을 쓸 바엔 애국심을 발휘한다고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다단계에 가입한 경험도 있거든요. 다행히 저는 몇 번 사보다가 홍보하는 내용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인차 탈퇴해서 큰 손해는 보지 않았지만 그 곳에서 엄청나게 피해를 본 탈북자들도 많았거든요. 금년 여름에도 지역에 홍보관이라는 것을 차려놓고 김이나 휴지 등을 무료로 나누어주면서 비싼 생활용품들을 판매하는 곳이 있더라고요. 제가 잘 아는 언니도 거기에 다녔었는데 할부라고 해서 비싼 가전제품을 구입하고 아직도 할부금을 내고 있거든요.

이예진: 다달이 나눠서 돈을 낸다는 거죠.

마순희: 네. 혼자서 사시면서도 건강에 좋다고 하여 정수기도 두 대나 있고 녹즙기며 전자레인지며 비싼 가전제품들로 가득합니다. 200만원이 넘는 전자제품도 2년 할부로 하면 10만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손쉽게 구매했는데 지금도 할부금만 해도 몇 십만 원씩 지불해야 한답니다.

다단계 뿐 아니라 또 다른 사례들도 적지 않은데요. 북한에서는 아편을 일상적으로 몸이 아플 때 많이 사용하잖아요. 저도 써보았는데 진통제나 지사제 등으로 아편을 쓰면 정말 귀신같이 낫더라고요. 외화벌이로 조직적으로 백도라지 재배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북한에서는 약담배라고도 해요. 저희도 집 앞에 꽃밭에나 혹은 텃밭에 몇 포기 심어서 처마 밑에 매달아 놓고 약으로 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여름이면 약담배 잎을 따서 상추처럼 쌈을 싸서 먹기도 했죠. 그러면 배앓이를 고치기도 해요. 그리고 아편을 조금씩 보관하고 비상약으로 쓰는 집들이 많았기에 아편이 그렇게 문제시된다는 것을 잘 몰라요.

이예진: 위험한 거잖아요.

마순희: 네. 그런데 저희들보다 후에 북한에서 온 분들은 지금 북한에서 제조한 아편을 얼음이라고도 하고 빙두라고도 하는데 많이 거래하고 있다더라고요. 그것이 국제적으로 엄중한 범죄로 보는 마약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몇 해 전 컴퓨터 학원에 다닐 때 중국관광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해서 나도 한 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이나 회사에 나가지 않는 가정주부들도 보따리 장사를 한다고 중국에 배를 타고 다니는 분들이 있는데 한 번 갔다 오면 몇 십만 원 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여권을 발급받아서 자유롭게 외국에 드나들 수 있으니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겁니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의 정해진 항구에 가면 그 곳에서 수하물로 가지고 배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짐을 다 꾸려놓아서 받아서 가지고 오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알아보았더니 콩, 고춧가루 등등 중국물건들 속에 본인도 모르게 아편 같은 것을 숨겨서 짐을 포장하는 경우가 있어서 절대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마약 운반책으로 쓰이는 거군요.

마순희: 그렇죠. 멋도 모르고 그 짐을 운반해 왔다가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쉽게 돈을 번다는 것은 다 그 만큼 위험부담이 따르는 것이지요. 누가 보는 사람이 없다고 법을 위반하면 그 때에는 들키지 않을 수 있더라도 CCTV가 다 설치되어 있는데 어떻게 피해 갈 수 있겠습니까?

이예진: 방범창이라고 보호와 감시를 위한 촬영화면을 말하죠. 다음 이 시간에 사소하지만 이렇게 쉽게 법을 어기는 탈북자분들이 많은 이유를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