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남녀 간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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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여러분은 상대방과 대화할 때, 자신의 입장부터 얘기하시나요? 아니면 상대방의 얘기를 먼저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나요?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매주 목요일 북한이탈주민들의 크고 작은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시간, <찾아가는 심리상담>에서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은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사람들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 중에서도 남녀 간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가운데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70%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중국에 거주하는 여성의 절반가량이 인신매매 경험이 있다는 조사가 발표됐습니다. 중국에서 많은 고생을 하고 한국에 정착한 탈북여성들은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일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남과 북 결혼정보회사의 박지아 사장이 탈북 여성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는데요. 다음 사연 듣고 다시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박지아: 중국 땅에 들어가서도 원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원치 않는 아기도 낳고 1차적으로 북한에서부터 정든 고향을 떠나는 것부터 1차적인 상처를 받잖아요. 이런저런 편견을 보는 게 마음이 아팠어요. 설사 중국에서 산 경력이 있어도 상관 안한다고 해서 만남을 가졌어요. 그러다 결혼까지 간대요. 그런데 남성이 전화해서 서운한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랬는데 여성한테도 전화가 왔어요. 결국은 문화적 차이죠.

이예진: 탈북하는 과정에서 오는 심리적 고충도 클 텐데요. 중국에서 겪은 경험도 큰 충격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심리적 고충을 겪는 탈북 여성들의 상담도 많이 있었나요?

전진용: 일단 중국에서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되고, 중국 현지 남편은 강자가 되고 북한이탈주민은 약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겪는 힘든 것들이 다음에 만나는 남자를 두려워하거나 적응이 안 되기도 하거든요. 제가 만난 어떤 북한이탈주민 여성은 중국 남편이 인신매매로 온 여성이 도망갈까 봐 잘 때 머리맡에 칼을 두고 잤대요. 그래서 더 무서워하게 되고 남자한테 질려버리는 거죠. 다음 남성한테 마음을 열려면 더 힘들게 되고 남한 남성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데 북한에서 온 여성이 재혼인 건 알지만 힘들었다는 걸 몰라서 그만큼 맞춰주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또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남한의 남성들도 북한이탈주민과 만날 때 더 많은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겠네요.

전진용: 그 분들이 좀 잘못된 남성상을 가지고 계실 것 아니겠어요? 남자들은 권위적이고, 나한테 폭력적일 수 있고. 남자들은 그런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좋은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여성들이 조금 더 마음을 열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에서 오래 부부관계가 지속됐던 한 부부가 있었는데요. 또 나를 때리는 남편이지만 나를 외부에선 보호해주지 않겠냐, 좀 참으면서 살면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왜 그렇게 사냐고 했더니 여성이 남편을 좋아하더라고요. 폭력적이고 술을 마시는 이 남자를 누가 거둬주겠냐, 나 아니면 남한에 와서 어떻게 적응하겠냐, 나만 좀 참으면 된다, 잘해줄 땐 잘해준다고 하는 거죠. 그런 부분은 외로움과 좀 맞물려 있는 것 같아요.

이예진: 네. 그 부부 역시 남한 사회나 남한 사람에 대한 신뢰와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아까 들으신 사연 중에서는 또 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이 만날 때 겪는 어려움 가운데 문화적 차이가 크다는 말이 나왔거든요. 이런 경우가 많은가요?

전진용: 네.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에 적응하는 중이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남한 남성들은 애매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있죠. 남한 남성들이 친절하게 대했을 뿐인데 북한이탈 여성은 나한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나중에 왜 이제 와서 그러냐고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남한 남성은 북한이탈주민 여성만 보고 결혼했는데 서로 얽힌 게 많거든요. 북한의 가족에 대한 부분, 북한에서 누굴 데려온다거나 할 때 그렇죠. 남한에도 시댁이나 친정과의 관계처럼 북한이탈주민이다 보니까 그런 관계가 더 복잡해지는 거죠.

이예진: 그럼 반대로 탈북 남성들이 남한에 와서 여성을 만날 때 겪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탈북 남성들이 남한에 와서 겪는 혼란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전진용: 남녀가 만날 때 인식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가 특히 많은 것 같은데요. 예전에 만난 탈북 남성이 남한에 와서 좋아하는 탈북 여성이 생긴 거예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남자들이 여자에게 특별한 행사나 선물을 해주잖아요. 가방도 들어주고요. 그런데 북한식으로 사랑을 표현한 거죠. 가방은 자존심이 있어서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고 한 거죠. 북한의 남성들은 박력 있게 여자를 이끌어야 여자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진 않잖아요.

이예진: 그렇죠. 그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잖아요.

전진용: 그런 것을 잘 이해하지 못 하고, 좋아는 하니까 괴로운 거죠.

이예진: 남한 여성을 만났던 거죠?

전진용: 탈북 여성이었는데요. 하지만 이미 북한에서 봤던 그런 여성은 아니었던 거죠. 이 여성은 남한 남성처럼 자신을 대해주길 바란 거죠. 북한에서 오신 남성은 북한에서 했던 방식으로 접근을 하지만, 잘 안 되고 그래서 고민을 하는 거죠.

이예진: 세계적으로 남녀평등 의식 자체가 북한과 다르게 향상됐기 때문에 북한에서 오신 여성은 훨씬 좋아진 여성인권을 보고 적응이 쉽지만 남성분들은 좀 다른 거죠.

전진용: 어떻게 보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죠.

이예진: 그렇죠. 그래서 변화가 더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런 탈북 남성들은 이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까요?

전진용: 시대의 흐름을 막는다고 해서, 내가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변이 다 변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내가 맞추면서 적응을 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예진: 네. 그러고 보면 남성이나 여성이나 북한이탈주민 스스로 인식의 변화가 먼저 필요할 것 같네요. 그래도 탈북 여성들은 적응이 좀 빠른 것 같아요. 탈북여성들은 한국에서도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 편인데요. 북한이탈주민을 상대로 한 상담사라는 직업이 있잖아요. 북한이탈주민들이 정착하면서 겪는 힘든 과정을 남한사람들이 상담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먼저 온 북한이탈주민들이 나중에 온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어떤 도움이 될까요?

전진용: 같은 북한이탈주민이고 먼저 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열기 쉬울 것 같고요. 세세한 얘기를 덜 하더라도 어떤 걸 겪었는지 아니까 좀 더 쉽게 마음을 열 것 같습니다. 상담을 하러 온 주민도 공유하는 것이 있거든요. 내가 겪는 것을 새로 오는 북한이탈주민도 겪을 테니까 어떻게 해결했다는 걸 들으면서 어떻게 해결하면 되겠다는 게 와 닿을 것 같고요. 말하기 어려운 상황도 도움을 받고 안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북한이탈주민들이 실제로 이런 상담사 활동도 많이 하고 있고 그 역할도 커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역할을 하는 것 역시 스스로 변화에 앞장서는 행동이겠죠. 스스로의 변화와 상대방에 대한 이해. 모든 인간관계에 꼭 필요한 일이죠.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북한이탈주민들과 남한사람 모두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인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은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사람들 사이에 겪는 갈등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