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낯선 곳에서 길을 헤맬 때, 누군가에게 길을 묻기보다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찾아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창피하거나 자존심 때문이라고들 하는데요. 낯선 곳에서 길을 헤맬 때, 주변 누군가에게 묻기만 하면 헤매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탈북자들도 남한에 살면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많이 망설인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올 한 해, 탈북자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들, 어렵지만 도움을 요청했던 사례들을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됐잖아요. 올 한 해, 선생님도 많은 분들 상담으로, 또 착한사례발굴이라고 해서 정착을 잘 한 탈북자 분들을 만나는 일로 바쁜 한 해를 보내셨잖아요.
마순희: 그러네요. 벌써 한 해가 다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금년 한 해를 돌이켜 보니 한 일들도 많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전국의 더 많은 탈북자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익한 여행을 할 수 있었던 한 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예진: 네. 오늘은 올 한 해 어떤 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상담들을 해결해주셨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올 한 해 동안 탈북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상담요청을 많이 한 분야는 어떤 거였나요?
마순희: 저는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로서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에 정착하면서 부딪치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상담을 하고 있잖아요? 금년 한 해에 상담한 사례들을 떠올려 보았더니 그 중 가장 많은 상담분야가 주택과 취업분야의 지원제도들에 대한 상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민간단체활동에 대한 상담과 생활안정지원에 대한 상담, 그리고 법률상담도 여러 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전화로만 상담을 하군 했는데 금년에는 착한사례 발굴 차 전국으로 다니다보니 직접 현장에서 만나는 일이 더 많아져서 실제 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연초에 상담한 사례들 중에 주택상담을 하였던 40대 중반의 한 남성의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혼자 한국에 왔는데 가장 부러운 것이 가족이 함께 사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온 여성과 결혼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 여성이 한국에 올 때에는 혼자서 왔기에 독신이라 작은 평수, 의 주택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2년이 지나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데려오게 되었는데 먼저 나온 가족이 주택을 받았기에 그 집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택 명의자는 처인 큰 딸이었는데 시집을 가면 어머니가 여동생과 남자친구까지 함께 살다보니 집이 불편해서 큰 집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 보는 것입니다. 아직 새로 넓은 평수의 임대주택을 받을 돈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명의자인 큰 딸이 결혼을 하면 함께 살고 있는 직계가족에게 명의를 넘겨줄 수 있기에 어머니 앞으로 주택명의를 돌려놓고 어머니가 새로 국민임대주택공지가 나오면 좀 넓은 평수의 주택을 신청할 수 있도록 설명해드렸습니다.
이예진: 국민임대주택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나 막 한국에 와서 아무 것도 없는 탈북자들에게 저렴하게 빌려주는 아파트를 말하죠.
마순희: 네. 그런데 바로 며칠 전에 그분이 상담 받은 대로 명의 이전을 마쳤고 어머니가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했었는데 대상자로 선정이 되었다고 감사하다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보증금을 내야 하는데 아직 금액이 준비되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어떤 방법이 없는지 문의한다고 해서 상담을 해드렸습니다.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해서 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그 주택을 담보로 낮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해드렸습니다. 또 한국에 정착한지 5년이 지나면 받게 되는 주거지원금 잔액도 조기에 지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리고 하나원 주택담당자의 연락처도 알려드렸더니 너무 고맙다고 감사해 하더군요. 그 남성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상담을 하군 하는데 모르는 게 있으면 어머니에게 물어보면 항상 명쾌한 대답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비록 인사차로 하는 말일수도 있지만서도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더군요.
또 생각나는 취업상담사례가 있습니다. 경기도에 살고 있다는 50대 초반의 남성이었는데요.
취업 장려금에 대해 문의하는 것입니다. 몇 개월 안 있으면 만 3년이 되는데 회사가 어려워서 퇴직을 권고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퇴직하면 3년차 퇴직금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자세한 내용을 설명을 해드리다 보니 그 분이 지금 일하는 회사가 적성에 맞지도 않고 회사를 옮기고 싶어도 취업 장려금이나 다 받은 후에 나오려 했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에게 국가적으로 지원해주는 돈이 있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취업장려금이라고 1년 이상 근무하면 나오는 장려금이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더니 아직 어떤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 창업을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취업 장려금을 다 받을 수 있도록 상담을 해준 후에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고려대학교 사회봉사단에서 창업교육생을 모집한다고 하던데 확인해보고 참가할 의향이 있으면 신청하도록 상담해드렸습니다. 그 분은 창업교육을 받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고 하였고 앞으로 창업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고마워하였습니다.
이예진: 개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교육을 먼저 할 수 있었다는 거잖아요. 아무래도 주택 관련 상담이나 취업 상담이 많았네요.
마순희: 그리고 금년에는 잊을 수 없는 법률상담도 여러 건 해드린 것 같습니다. 어느 학원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퇴직금을 받지 못해서 상담을 해왔던 한 여성에게 고용지원센터의 근로감독관을 찾아가서 상담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주기도 하고 함께 남부법원에 가서 재산조회신청서를 접수하는 것을 도와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국군포로였던 아버지의 재산상속을 위한 딸의 민사소송건도 있었는데 변호사님의 자문을 통하여 유익한 상담을 해드리기도 하였습니다.
금년에는 상담을 하면서 본인이 문의한 한두 가지 내용만이 아닌 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들어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의료비지원에 대하여 문의했던 경기도 안산의 40대 여성이 있었습니다. 의료비신청서를 비롯한 필요한 서류들을 안내해주었는데 그 여성은 경기도 안산에서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미용실에서 3년 넘게 일하다가 지금은 자기 미용실을 갖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아직 처음이라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남북하나재단에서 지원하는 기창업자들의 설비개선자금 지원사업과 세무기장지원에 대해서도 안내해 주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신청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이예진: 탈북자 분들에게 국가적인 제도나 지원이 많은데 모르셨던 분들이나 어떻게 활용할지 몰랐던 분들에게 도움을 많이 줄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올해 가장 많았던 상담분야들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들을 말씀해주셨는데 한 가지 어떤 일로 고민에 처한 탈북자 분들이 상담을 하다보면 법적, 가정적, 경제적 상담까지 다 엮여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