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 심해지는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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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뭘 해도 의욕이 없고, 재미도 없고, 밥맛도 없고, 순간적으로 우울해지는 기분, 봄에 곧잘 드는데요.

봄이나 가을과 같은 환절기에는 사람의 감정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햇살 눈부시고 예쁜 꽃이 피는 봄에는 나만 이런가 싶어 상대적인 박탈감이 휩싸이기도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우울증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않는 30대 탈북남성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홀로 탈북한 30대 중반 남성의 고민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으로 걸려온 한 통의 상담전화, 어떤 내용이었는지 마순희 선생님께 들어봅니다.

마순희/이분이 한국에 와서 1년 넘게 병원에 다녔는데 효과가 없대요. 병원을 바꾸고 싶은데 한방병원을 다녀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한방병원 치료비도 지원하는지 전화했더라고요. 30% 정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병원을 왜 바꾸려고 하는지 여쭤봤더니 1년 넘게 정신과 치료를 받았는데 낫지 않아서 서양식 약을 써서 그런 것 같다고 한방으로 바꾸겠다는 거죠. 자신은 우울증이 심해서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람이 많은 곳엔 가지도 못하겠고, 그래서 일도 안 하고 있다는 거죠.

이예진: 네. 30대 중반의 이 남성은 최근 마순희 선생님께 자주 전화를 하셨다고 하는데요. 우선 이분의 고민은 1년 넘게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큰 효과가 없어서 한방병원 치료를 받아보면 어떨까하고 의료비 지원이 되는지 전화를 했던 건데요. 마순희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이분은 심리적인 상담이 더 필요해보였다고 합니다. 현재 우울증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1년간 약에 너무 의존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전진용: 약이라는 것은 만능이 아니고 본인의 노력이 같이 있을 때 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뇨약을 먹는 사람이 음식을 조절해서 먹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날 수가 없죠. 왜냐면 약과 식이요법이 같이 되어야 효과가 더 많아지거든요. 우울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 상황이 우울한데 약만으로 해결될 수 없거든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또 필요하면 상담도 하고 그렇게 해야 약을 효과가 더 증가될 수 있습니다.

이예진: 긍정적인 심리도 중요하다는 말씀이신데요. 선생님과 다른 분야이긴 하지만, 실제로 이분이 원하신다는 한방치료로도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까요?

전진용: 제가 한방 전문가가 아니라 한방 치료는 잘 모르겠지만,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죠. 근데 문제는 이 방법이 효과가 없어 다른 방법을 찾는다거나 한방 치료를 받아도 지금처럼 본인이 치료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현재 이분 증세가 꽤 심각한 것 같은데요. 마순희 선생님께 얘기 더 들어보죠.

마순희/사람들이 많은 곳엔 가기도 싫고 사람들 눈도 마주치도 못하겠고, 남들과 대화도 할 수 없다고요. 그래서 집에만 하루 종일 있다고 하는데요. 나름대로 뭔가 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으면 노력을 할 텐데 자신은 병이 있기 때문에 약으로 치료하려고만 하는 거죠. 혼자 사는 탈북 남성들 같은 경우에 우울증이 있는 경우가 더 많지만 이분처럼 증세가 심각하고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는 분은 없거든요. 아예 집 밖을 나가려고 하질 않으니까요.

이예진: 그러니까 일도 안 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피하고, 약을 타러 병원에만 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30대 중반이면 한참 일을 배우고, 실력을 쌓을 때인데 걱정이네요.

전진용: 우울증은 여성이 더 많지만 남성이 한 번 우울증에 빠지면 더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탈북 여성들과 달리 탈북 남성들은 주변의 사회 환경을 접하는데도 어려움이 있고, 실제로 취업에 있어서도 남성보다 여성이 유리한 면이 많거든요. 남성들이 인원도 더 적다보니 남성들이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도 더 위축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스스로 우울증 때문에 일도 못하겠고, 사람 만나는 걸 피하다보니 결혼에 대한 생각도 아예 못하고 있고요. 그런 고립감이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전진용: 한 번 위축되게 되면 그것 때문에 우울해지고 우울해지면 또 활동이 싫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따라서 어느 순간에 그것을 끊는 게 필요합니다.

이예진: 그런데 말이 쉽지 스스로 그 고리를 끊기 쉽지 않잖아요?

전진용: 180도 바꿀 순 없죠. 조금씩 시도해보는 겁니다. 하나센터나 복지관에서 하는 모임에 일단 가보기만 하는 거죠. 조금씩 변화를 접하다보면 나아지는 거죠. 오늘은 한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면 다음엔 한 마디라도 대화해보기, 그러면서 사람과 친해지고 활동하다보면 우울감이 줄어들거든요. 그런 걸 실천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예진: 이분의 증세가 심각해지면 어떤 단계로까지 갈 수 있나요?

전진용: 사실 누군가의 도움이 없거나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면, 사회생활을 거의 못하거나 더 심해지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다행히 이분은 치료의지는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다만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 병원치료에만 의지하면서 ‘난 이런 상태니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 같거든요.

전진용: 이런 분들의 문제가 부정적인 자기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컵에 물이 반 담겨있을 때 반만 남았다는 접근과 반이나 남았다는 접근은 다르거든요. 부정적인 자기 인식이 있는 사람은 ‘나는 무능력하다’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생각은 자신의 위축시키고 더욱 더 우울하게 만듭니다.

이예진: 그런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 병이 되지 않도록 당장 하루 일과를 짜준다면 어떤 게 좋을까요?

전진용: 약에만 의존할게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해보는 거죠. 요즘에 날씨도 조금 좋아지고 있으니 산책을 해 볼 수도 있고, 당장에 일을 가지지 않더라도 복지관 등에서 활동하거나 종교 활동을 하면서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전환이 필요하거든요. 또 규칙적인 식사가 꼭 필요하고요. 특히 집에만 있다 보면 사람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밖에 나가지 않아서 햇빛을 받지 않게 되는데 햇빛을 쐬면 비타민 D가 늘어서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래서 산책 같은 외부활동을 늘리는 게 필요합니다.

이예진: 힘든 탈북 과정을 겪고 남한에 살면서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지금의 우울상태도 얼른 탈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