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닮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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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품에 안는 사람이 바로 엄마죠. 그래서 아기는 커가면서 자연스레 엄마를 닮아갑니다. 탈북자들도 한국에 와서 자연스럽게 닮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탈북자들을 위한 사업을 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다른 탈북자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탈북자들을 위한 사업을 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보다 몸과 마음이 힘든 남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탈북자들도 있다면서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북한이탈주민들 중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정규대학도 그러하지만 사이버대학인 경우에는 거의 사회복지학과, 상담심리학과, 아동복지나 노인복지 등 학부에서 공부하는 분들이 많은 거죠. 남한에 와서 처음 접하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어찌 보면 전문지식보다는 봉사나 자신의 성실성 등으로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북한에는 없는 직업인데요. 비슷한 것을 굳이 찾으라고 하면 동이나 읍, 리 사무소 여직원들 아니면 행정기관의 직원들에 비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직업능력개발원은 412개 직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한국직업지표 연구보고서에서 10년 후 가장 일자리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첫 번째 직업으로 사회복지사를 꼽았다고 합니다.

이예진: 북한에선 행정기관의 직원에 비교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한국에선 지역마다 작게는 동, 읍, 리 이런 단위로 사회복지사들이 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이나 노인들을 돕고 있잖아요. 아마도 한국에서 노인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사 수요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선생님도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셨잖아요.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들은 어떤 거라고 보면 될까요?

마순희: 사회복지사란, 아동이나 청소년 그리고 노인 또는 여성 및 장애인등의 보호가 필요한 대상자들을 보호하고 상담을 통하여 후원할 수 있는 부분들을 후원하는 등 업무를 하는 직업입니다. 그리하여 사회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원계획을 세워서 대상자들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일을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복지서비스에 관련된 일을 하는 직업입니다.

저도 처음에 하나원에서 처음 적성검사를 했을 때 사회형 즉 사회복지사 등이 제 적성에 맞는 직업으로 나왔었습니다.

이예진: 기본적인 성향을 알아보는 조사에서 사회형, 그러니까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 등의 직업이 맞는다고 나왔단 거죠.

마순희: 네. 그런데 사회복지사가 되려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120시간 이상의 실습도 해야 하는 등 50이 넘은 나에게는 너무 바라볼 수 없는 직업인 것 같아서 아예 포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에서 11년 정도 정착하고 뒤돌아보니 제가 사회복지사가 되고 관련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적성은 무시할 수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으로 기관들에서 근무하거나 혹은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원 교육시, 요양보호사교육도 하고 있는데요. 사회에 나와서 추가되는 시간을 더 공부하기만 하면 요양보호사 교육을 이수하게 되고 국가자격시험을 거쳐서 요양보호사자격을 받아가지고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이예진: 요양보호사는 사회복지사와 어떻게 다른가요?

마순희: 요양보호사는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노인요양 및 재가시설에서 신체 및 가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을 일컫는 말입니다. 요양보호사자격을 취득하면 가족이라도 요양이 필요한 등급에 해당되면 수당을 받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탈북자들의 입국현황을 보면 69% 즉 10명 중에 7명 정도가 여성이라는 통계도 있는데요. 더욱이 나이가 좀 든 여성들인 경우에는 자신이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증을 받으면 요양보호사로 일할 수 있어서 많이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자격증을 받고 시설에서 근무하면 근무조건도 더 나은 것 같더라고요. 제가 아는 분들 경우에 병원에서 숙식하면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하루일당이 7만원이라고 하더군요.

이예진: 70달러 정도 되네요.

마순희: 네. 근데 요양보호사로 시설에서 근무하는 경우에는 24시간 근무하고 48시간 휴식하는데 월 120만 원정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1200달러 정도 되는 거죠. 그 분들의 사례를 통해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격증을 받고 일하면 급여에서 현저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저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양보호사교육기관에 가보면 여성들 뿐 아니라 나이 드신 분들도, 남성분들도 의외로 자격증취득을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재가요양서비스를 받고 계시는 분들도 많고 또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분들도 많습니다.

이예진: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사회복지사들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잖아요. 그런 것도 한 몫 했을까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저희가 처음에 한국에 나와서 제일 먼저 만나는 분들이 정착도우미, 사회복지사들이고 전문상담사들이지 않습니까? 한국에 대해서 아무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정말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손잡아 이끌어주고 모르는 것은 배워주면서 하나하나 정착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가장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그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나 선망의 마음들이 나도 그들처럼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즉 후배 탈북자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게 하는데 한 몫 할 수도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내가 받은 관심과 사랑을 조금이라도 사회에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은 어찌 보면 항상 빚진 심정이거든요. 대한민국을 위해 한 게 없는데 집도 주고 일자리도 주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잖아요. 그런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자신을 위한 길일수도 있겠지요. 처음 텅 빈 아파트에 들어섰을 때 깨끗이 청소를 해 주고 손수 만든 밑반찬들을 가지고 와서 반갑게 맞아주던 정착도우미들의 선행을 그대로 이어받아 먼저 온 탈북자들이 새로 오는 탈북자들을 위해 밑반찬을 만들어 주는 등 정착도우미로 활동하면서 받은 사랑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되고 있습니다.

이예진: 낯선 한국에 첫 발을 디딘 탈북자들은 한국에 정착하는 일이 한 살부터 나이를 새로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한국에 와서 처음 인연을 맺게 된 사회복지사를 바라보는 탈북자의 시각은 아무래도 애틋할 것 같은데요. 게다가 받은 사랑을 다음 탈북자에게 전하려는 마음,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부모와 자식 사이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