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나흘간의 짧은 설 연휴기간에 고향을 다녀온 한국 사람들은 3천백만여 명. 연하장 등 지인들에게 보낸 설 우편물은 모두 2억3천만 통이 넘었습니다. 특히 우체국, 그러니까 체신소를 통해 설 선물로 보낸 소포는 평소보다 2배가 훨씬 넘는 1171만개가 배달됐습니다. 하지만 고향을 다녀오지도, 설 선물을 가족과 친척에게 보내지도 못한 북한이탈주민들은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가 어려웠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외로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설 명절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 가운데 홀로 명절을 보내는 분들은 올해도 가족과 떨어진 아픔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 경우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사연을 먼저 들어볼까요?
사례: 여자 분들도 술 마시는 분들이 많아요. 힘든 거죠. 저도 차라리 술을 마시고 잊어버리자 하거나 누워서 자고. 그런데 지금은 기도하고 술도 끊었어요. 명절이라고 해서 모일 수 있는 게 너무 좋아요. 혼자 있는 분들한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이예진: 네. 여성분들도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제가 들은 얘기로는 설 전날 술을 잔뜩 마시고 다음날 하루 종일 자면서 명절을 잊어버리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이 정도면 상태가 심각하지 않을까요?
전진용: 항상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힘들 수 있거든요. 누구나 힘들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밖에 나가지 않고 술을 마시는 방식이 문제가 되는 거죠. 이 분의 경우 우울증이 깔려 있는 상태에서 평소에 드러나지 않다가 어떤 자극을 통해 표출된 된 경우라고 볼 수 있는데요. 너무 바쁘면 힘들지만 외롭고 힘들다는 걸 모르고 지나갈 수 있거든요. 여유 있게 쉬게 되면 생각도 많아지고 주변에서도 설 분위기, 언론이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자극이 돼서 더 우울해질 수 있죠.
이 분의 문제는 술을 마신다는 건데요. 사실 힘든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지인들을 찾아가 얘기를 하는 방법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술을 마시고 잊어버린다는 거잖아요. 이런 습관은 간도 그렇고 건강이 나빠질 수 있거든요. 계속 이런 것들이 반복되면 명절이 아니더라도 술을 반복적으로 먹을 수 있고 그러다가 술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우울증이 깔려 있을 수도 있고 조금 더 심각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이예진: 네. 술에 의존하는 건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잖아요. 큰 명절이 일 년에 두 번이라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명절이 더 많았으면 더 걱정스러운 일들 많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 선생님이 말씀하신 사례들과 관련해서 실제로 이와 비슷한 일들로 상담한 일도 있나요?
전진용: 네. 일단 몸이 아픈 증상으로 처음부터 상담한 경우는 없지만 내과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는 경우에 의뢰를 받아 상담한 적이 있고요. 설 명절이 아니라도 신체적으로 아프거나 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드물게 있었고요. 실제로 설 명절 때 상담한 경우가 있는데요. 지금 사례와 비슷해요. 우울한데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자존심이 강한 분이라 외롭고 우울하다고 말하기도 싫고 감추고 싶어서 방에만 있게 되고 누군가에게 같이 보내자고 말하기도 힘들고 남한사람들한테 말하기는 더 어렵고 그러다보니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술을 마시는 거죠. 그런 것들이 해소가 되지 않고 더 외롭고 우울하게 느꼈다고 말한 경우가 있었고요. 제가 예전에 알던 분들은 하나원에서 바로 나와서 명절을 맞아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잘 있냐고 안부전화를 했었는데요. 외롭고 힘든데 가족이 많은 게 아니니까 전화할 데도 마땅치 않고 누구에게라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우울하다, 힘들다 하는 상담이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우울감이 줄어들 수도 있으니까요.
이예진: 사실 그런 건 북한이탈주민 중에서도 성격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전진용: 네. 마음이 좀 열려있으면 괜찮은데 자존심이 센 분들은 이야기를 못하는 경우가 있죠.
이예진: 그러면 더 힘들어지는 거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분들은 좀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려워질 수도 있겠네요. 이렇게 혼자 외로움을 삭히는 분들이 술로 해결하려고 하거나 잠을 못 주무시거나 신체적인 증세를 호소할 정도라면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적극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전진용: 힘든 상황이 나 자신만 힘든 건 아니거든요. 남한에 오신 북한이탈주민들 중에 가족이 다 온 분들은 외로움이 덜 하겠지만 어쨌든 비슷한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또래 집단이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가 있고요. 실향민들도 같이 모여 차례를 지내거나 하잖아요. 명절이 되면 외로운 사람끼리 모여서 북한음식이나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도 있고요. 남한에서도 도마다 풍습이나 문화가 다르잖아요. 북한도 다를 것이고, 남한과 북한은 당연히 다르죠. 동향 사람끼리 혹은 북한이탈주민끼리 모여서 공유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넓게 생각하면 북한이탈주민들이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걸 내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은 당연히 내가 좀 건강하고 남한에서 생활을 잘 하길 바랄 테니까요. 술만 마시거나 하루 종일 자고 있는 자신을 북한 가족이 안다면 안타까울 것 같아요. 그런 걸 생각하신다면 열린 생각으로 대처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주변 동료나 지지집단을 잘 활용해서 도움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북한에서 친척은 많이 떨어져 있어서 명절 때 직장 동료나 마을 사람들과 같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거든요. 그렇게 주변 사람들과 명절을 보낸다면 명절에 알차게,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예진: 올 설 명절에도 북한이탈주민 단체들이 모임을 많이 하더라고요.
전진용: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아마 있을 거예요.
이예진: 북한 음식을 나눠 먹거나 같이 차례도 지내고 각 구마다 사는 지역에서 이런 활동들이 있으니까 조금만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전진용 선생님 말씀대로 가족이 다시 만났을 때 서로 건강하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마음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마음은 남북한에 따로 떨어져 사는 가족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겠죠?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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