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다단계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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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감언이설, 달콤한 말과 이득을 내세워 속이는 말에 잘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근엔 정착 초기의 탈북자들이 감언이설에 잘 넘어가기도 한다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안 걸리면 된다는 생각, 한국에서도 통할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들이 간혹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생계비를 더 받기 위해 편법을 쓰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 지난 시간에 나눠봤는데요. 그런 분들이 계속 그런 생활을 하시진 않잖아요?

마순희: 네. 처음에는 잘 모르는데 지인들이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했더라도 차츰 적응하면서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들도 많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점차 일하러 나가면서 자연적으로 생계비를 받는 수급자에서 탈피하기도 하더라고요.

이예진: 지금 당장 공돈을 더 받아야겠다는 근시안적인 생각 때문 아니었을까 싶은데, 탈북자 분들끼리 '이렇게 하면 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식의 얘기를 하면서 쉽게 그런 길로 가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마순희: 그럼요. 사실 좋은 일보다는 안 좋은 일을 더 빨리 배우고 습득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이 다단계에 가입하게 되면 그것이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지인들을 끌어들이기도 하더라고요. 더구나 나이 드신 분들은 회사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으니 시간도 많고 가끔 홍보관 같은데 나가서 즐겁게 시간도 보내면서 웃고, 노래하고 하다보면 외로운 생각도 없어진다고 하더군요. 거기까지면 좋겠는데 처음에는 무료로 나누어주는 휴지나 김, 화장품 같은 것들을 받아오다가 나중에는 조금씩 모아두었던 묵돈을 헤쳐서 비싼 건강식품을 구매하고 후회하시는 분들도 여러 명 보았습니다.

이예진: 이런 경우도 있었잖아요. 탈북자들에게 거의 무상으로 제공되는 임대주택 아파트를 또 다른 사람에게 다시 대여해서 월세를 받는 분들이 있어 문제가 되기도 했죠?

마순희: 그런 사례들이 간혹 어쩌다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제가 살고 있는 주변에서는 보지 못했어요. 저희 아파트에도 항상 엘리베이터에 불법 전대 금지한다고 광고물을 부착해 놓고 있거든요. 탈북자들이 외국에 나갈 때 가끔 주택을 가까운 지인에게 맡겨놓고 나가기는 합니다. 외국에 나가서 제대로 정착할 수 없으면 다시 한국에 와야 하는데 그 때 주택을 반납하고 나갔다면 다시 집을 받기가 엄청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주택을 한 번 반납하면 다시 받기가 힘드니까 집이 비어있으면서도 정작 임대료나 관리비는 그냥 납부하는 사례들도 많은데요. 몇 년 전 외국으로 나가는 바람이 불었을 때에는 우리 아파트에도 그런 세대가 여러 세대 되었습니다. 아파트의 우편함에 우편물이 쌓여있는데 처리하지 않는 세대는 거의 다 그런 세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예진: 한국정부로부터 제공받은 주택을 일단 사는 것처럼 놔두고 해외로 나가 살아보는 일들이 있다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임대주택이 없어서 입주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집을 비워놓고도 관리비나 임대료만 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이예진: 이런 식으로 탈북자 분들이 좀 얕은 수를 썼던 것 같은데, 그런데 그게 법률적인 문제로까지 번지게 된 또 다른 사례들이 있나요?

마순희: 제가 재단에 있을 때 상담 받은 사례인데요. 한 남성이 지방에서 일하게 되니까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을 지인의 소개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었답니다. 본인은 자신이 살고 있지도 않은 집에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해서 그 사람에게 빌려주었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서 다시 서울에 올라오겠다고 집을 비워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큰 소리로 떠들면서 집을 비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불법으로 자신에게 빌려주었으니 아무렇게 해도 할 말을 못할 것이라는 배짱에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집을 빌려 준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자신도 알지만 지금 다시 해결하려니 쉽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 법률상담을 연결해주었던 생각이 납니다.

또 다른 불법사례들도 있습니다. 상담사례들 중에는 보험사기 관련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의 상담 전화였는데요. 하나원 나와서 얼마 안 되었을 때 같은 하나원동기의 소개로 보험설계사라는 어떤 남성을 소개받았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귀가 솔깃해서 안 좋은 일에 함께 동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누구나 다들 그렇게 산다고, 이 땅에서는 고지식하게 살면 못 산다는 그럴듯한 말로 꼬셨답니다. 그 여성분은 그의 소개로 보험에 가입하고 아픈 것처럼 해서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한 20일 정도 입원했는데 150만원, 1300달러 넘는 돈이 들어왔더랍니다. 처음 나와서 편의점에서 부업을 해서 겨우 70만원, 600달러를 벌 수 있었던 그에게 그것은 너무나 큰 유혹이었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사고 등을 당했을 때 목돈이 드는 걸 대비해 다달이 조금씩 돈을 내서 나중에 보장을 받는 제도가 보험인데 이걸 아픈 척 해서 돈을 받았다, 이렇게 악용했다는 거군요.

마순희: 네. 그런 거죠. 그래서 다른 하나원 동기들에게도 자랑을 했고 하나둘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설계사가 안내하는 병원에 입원하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어느 날 보험 사기사건이 크게 터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미 그 보험설계사는 미리 알고 외국으로 출국한 뒤였고 그 여성만 그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다고 하였습니다. 경찰조사를 받고 나왔는데 너무 무서워서 전화를 한다고 하였거든요. 자신은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왜 내가 책임을 다 져야 하는가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 불법행위를 했으니 법의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한데 미성년자도 아닌 그 여성이 어쩌면 그렇게 법을 모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준법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더라고요.

이예진: 이런 부분은 처음부터 교육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교육이 한 두 번의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원 교육 시에도 생활법률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이론으로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법을 위반하고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아니면 어떤 불이익을 당하는지 등 사례들을 중심으로 제대로 알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사례 당사자들이 자신들이 겪은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면 그 어떤 명 강의보다도 더 효력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하나원 나온 다음에도 하나센터나 혹은 민간단체들의 지원프로그램에서도 준법교육프로그램이 지속되어야 대한민국의 법을 잘 알고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도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준법정신이 투철한, 성실한 국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북한 땅에서, 혹은 중국이나 3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살아남으려고 불법을 행했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에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결코 자기생각대로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말은 아니거든요. 우리 탈북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제 2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대한민국에서 당당하게 성실하게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합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이 불법이나 편법적인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하나원이나 남북하나재단 등에서 공지하고는 있지만 정착 초기, 판단력이 낮을 때는 탈북자들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고 하는데요. 탈북자 눈높이에 맞는 사전예방교육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