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에게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보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더 잘 맞을 것 같습니다. 탈북자들이 모르고 넘어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실업급여라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실업급여가 뭔지, 탈북자들은 이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선생님께서 한 여성단체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쉬고 계시다고 말씀하셨는데, 실업급여는 잘 받고 계신 거죠?
마순희: 네. 제가 근무한 기간이 1년 미만이라 실업급여는 3개월 받게 됩니다. 저도 또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취직해야죠. 지금이라도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있어서 일자리 구하는 것은 문제가 거의 없지만 제가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2-3개월이라도 좀 쉬면서 여유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저도 60대 중반을 넘어섰으니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도 해 보아야 할 것 같아서요.
이예진: 실업급여라는 게 고용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는 근로자가 재취업활동을 하는 동안 고용센터에 타당한 서류를 제출하면 소정의 급여를 받는 건데, 나이와 전 직장에 다닌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90일부터 최대 180일까지 받을 수 있죠. 한국 돈으로 월 300만원, 3천 달러 정도의 월급을 받은 사람의 경우, 최근 10만원 상향조정돼 150만원, 1500달러까지 지원받게 되는데요. 최소 180일 이상은 한 직장에 다녀야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데, 이 실업급여 제도를 우리 탈북자 분들이 잘 이용해서 받고 있는지 걱정이 되거든요.
마순희: 예, 물론 하나원에서부터 교육을 많이 받아서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잘 이용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알고 있는 것과는 별개더라고요. 상담을 받으면서도 간혹 그런 사례들이 있었거든요. 실례로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일하는 분들의 사례를 들겠는데요. 몇 년 전에 그분들 중에 하나원에서 총무로 생활하던 여성분이 전화가 왔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탈북자를 고용하면 그 업체에 월 50에서 70만 원, 500에서 700달러 정도의 고용지원금을 3년간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업체들에서는 고용지원금이 만료되는 대상자들에게 불이익을 주어 회사를 퇴사하게 하고 그 자리에 고용지원금이 적용되는 다른 탈북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급여를 받으면서 남들보다 작업장이 더 먼 곳으로 출퇴근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잘못이 있어도 꼭 문제 삼는 등 불이익이 계속되면 대부분 다른 일자리를 찾는다고 계약 전에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그 여성분도 그런 문제 때문에 전화가 왔었고 상담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그 지역의 상담사 선생님들과 연계하여 해당업체의 부당함을 알리고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였고 계약 전에 본인이 퇴사하면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계약기간까지는 반드시 근무하도록 알려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회사의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퇴사를 하고 다른 회사로 들어갈 때에 계약기간이 되기 전에 퇴사하거나 혹은 실업급여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다른 회사에 취직하는 사례들도 많았습니다.
이예진: 고용지원금 끝나는 시기에 맞춰 또 다른 고용지원금을 받기 위해 새로운 탈북자들을 고용하는 업체들이 지금도 있나요?
마순희: 본인 스스로 못 견뎌 나간다면 별개의 문제지만, 회사에서 고용지원금이 끝나는 시기에 직원을 내보낸다면 기업 평가할 때 감점요인이 되거든요. 그래서 상담사들이 찾아가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왔고, 지금은 그런 폐단이 없도록 고용지원금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례들은 더 없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다행이네요. 그런데 고용지원금과는 별개로 마음에 안 맞으면 회사를 그만 두는 탈북자 분들도 많더라고요.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면 실업급여 받기가 어렵다는 걸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도 되는데, 반대로 그렇게 마음대로 그만둬서 탈북자 고용을 꺼리는 회사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마순희: 그런 사례들을 자주 접하기는 합니다. 제가 작년에 착한사례 취재차로 지방에 내려갔을 때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인데 그분들은 아예 3년이면 회사에 더 못 있는다는 것을 감안하고 일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3년이 되면 다른 일자리를 미리 찾아보는 경우들도 있다고 해요. 제가 만난 한 여성은 그 요금소에서 식당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워낙 성실한 분이라 식당 주방에서 일하게 되자 한국음식을 잘 몰라 배우기 위해 교대시간 외에는 늘 식당을 찾아다니면서 음식들을 직접 먹어보고 입에 맞으면서도 본인이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 음식들은 주방에서 요리방법도 문의해보고 식자재를 직접 구입해서 집에서 만들어보군 했답니다. 본인이 자신이 있을 때 식당에서 요리를 하는 거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내식당이면서도 이렇게 전문식당처럼 음식 맛이 좋은가고 칭찬이 자자했고 회사에서도 성실성에 대해 늘 높이 평가해 주었답니다. 3년이 가까워오자 회사를 그만두라고 할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설마 나는 기간을 연장해 주겠지'하는 희망을 가졌답니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되니 예외 없이 재계약이 안 되더래요.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억울하기도 하고 야속한 생각도 들더랍니다. 그러나 그분은 낙심하지 않고 원래 직장이 출퇴근 거리가 멀어서 힘들었었기에 집 주변의 회사로 일자리를 찾아보게 되었답니다. 한 회사 앞에 사람을 구한다고 써 붙였기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다고 했더니 탈북자는 안 받는다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사장실에 직접 들어가서 따졌다는 겁니다. 나는 이 회사에서 일하지 못해도 상관은 없는데 탈북자를 왜 받지 않는지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이죠. 그랬더니 사장님이 미안하긴 하지만 이 회사가 워낙 일이 힘들다보니 몇 명의 탈북자들을 고용해보았는데, 얼마 못 가서 모두 퇴사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회사 이미지도 안 좋고 그 분들에게도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다시는 탈북자를 안 쓰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3년간 한 회사에서 근무했던 근무확인서를 보이면서 저는 회사에서 계약기간이 끝나서 퇴사시켜서 일을 그만 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저를 채용해주시면 사장님이 나가라고 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나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답니다. 그래서 사장님이 한 번 더 믿어 본다고 회사에 받았는데 작년까지 그 회사에서 4년째 일하고 있더라고요.
물론 그동안 힘들다는 회사 일에도 정통하고 기술도 높아져서 지금은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실습이나 교육도 도맡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고용지원금제도가 폐지되기도 했고 그런 사례들이 별로 많지는 않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절대로 주눅 들지 않고 당차게 대응하는 사례들도 많답니다.
이예진: 맞아요. 그런 패기와 끈기가 아무래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탈북 어르신들은 어떤 노후를 준비하고 맞이하고 계신지 다음 시간에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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