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심리상담] 그림으로 보는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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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때가 있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그림으로 답답하고 힘들고 외로운 마음을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심리상담,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진용: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오늘은 탈북자의 마음을 그림으로 알아볼 텐데요. 선생님, 그림으로 심리검사가 어떤 건지 좀 설명해주세요.

전진용: 상담할 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막연해지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 그림을 그리면 마음의 것들을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거든요. 그림 검사 중에 대표적인 것이 사람, 집, 나무를 그리는데요. 우리 주위에서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마음의 상태를 알아보는 것이 그림검사입니다.

이예진: 그림으로 보는 심리검사가 꼭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전진용: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우울하다는 표현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의 표현을 도와줄 수 있고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거나 감정표현에 미숙한 경우에도 그림검사를 하는데요. 특히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상처나 드러내기 싫은 것들을 표현하는데 도와줄 수 있는데요. 그림은 공통어잖아요. 탈북자들의 힘든 점을 도와줄 수가 있겠죠.

이예진: 그림검사를 통해 사람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읽을 수 있냐고요? 청취자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시죠.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됩니다. 거기에 전진용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그림을 그리면 됩니다. 자, 선생님 시작해주시죠.

전진용: 네. 준비되셨으면 먼저 사람을 그립니다. 편안하게 그리시면 됩니다. 어떤 형태든 상관없고요. 성별이나 나이도 상관없습니다. 긴장하지 마시고 평소대로 그리시면 됩니다.

이예진: 네. 반대 성도 그려야 하죠?

전진용: 네. 한 가지 성을 그렸으면 아까의 성과 반대의 성을 그리시면 됩니다. 여성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남성을 그리면 되고요. 남성을 그리셨다면 이번에는 여성을 그리시면 됩니다.

이예진: 보통 남자는 남자 그림을, 여자는 여자 그림을 많이 그릴 것 같아요.

전진용: 대부분 동성을 그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성을 먼저 그려 큰일이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성을 그렸다는 건 이성에 대한 애착, 이성 부모에 대한 애착이 있는 경우고요. 최근 이성 친구와 문제가 있었거나 이성을 그리워한다면 이성을 먼저 그리는 경우도 있고요. 드물지만 성 정체성의 혼란이 있는 경우에 반대의 성을 먼저 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예진: 아직 다 못 그리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리면서 들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림이 완성된 분들은 그 다음엔 뭘 하면 될까요?

전진용: 이번에는 내가 그린 그림의 남성과 여성의 나이를 적어봅니다. 몇 살처럼 보이는지, 그 사람의 기분이 어때 보이는지 적어봅니다. 웃고 있는지, 슬퍼 보이는지, 우울한 표정인지, 화가 났는지 그림의 상태를 적어봅니다. 그리고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적어보면 좋겠습니다.

이예진: 네. 그림과 세부사항들을 다 적으셨나요? 청취자 여러분 모두의 개별적인 그림을 볼 수는 없지만 사례를 보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그림 한 장을 가지고 있죠. 탈북한지 6년이 되신 분이 그린 그림입니다. 43살 남성이 그리셨고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아내와 자녀 둘과 함께 살고 있는 가장입니다. 선생님께서 그림을 보시면서 분석해주시죠.

전진용: 먼저 이 분은 그림을 참 작게 그리셨어요. 종이의 4분의 1 크기에, 위치도 정 가운데가 아니라 위쪽에 그리셨는데요. 이럴 경우 자신감이 좀 부족할 수 있고요. 아무래도 아래쪽에 그린 그림이 안정감이 있는데 위쪽에 그렸다는 게 좀 불안감이 느껴지고요. 머리와 눈, 코, 입, 귀 위치는 괜찮은데 머리카락을 적게 그리셨어요. 그만큼 신체적 활력이 감소됐다는 걸 의미하고요. 몸통은 서 있는 자세를 취했는데요. 만약 팔을 흔들거나 뛰려는 모습은 불안정하거나 충동적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고요.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모습, 기댄 모습을 그렸다면 활동력이 약하고 정서적으로 메말랐거나 기댈 곳을 바라는 상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분은 그런 그림은 아닌데요. 특이한 건 한 손을 감추고 있다는 건데요. 손은 대인관계를 나타내는데 손을 감추고 있다는 건 자신감이 없거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이 있거나 미숙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심한 경우 가슴에 내장이 드러나게 그리거나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을 그리는 분들도 계시고요. 수영복이나 내의를 입고 있는 불안정한 상태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는데요. 실제로 그렇게 그렸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는 게 이 검사로 100% 다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는 것이기 때문에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분이 그린 여성 그림은 평범한데요. 역시 한 손을 감추고 있어서 자신감이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함께 드러납니다. 그림도 중요하지만 그림을 보는 의미도 중요한데요. 이분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표현하셨고 무직에 가족도 없다고 표현을 하셨는데요. 이런 걸로 봐서는 우울함이 느껴지고요. 우울하고 아프고 그래서 직업도 가족도 없다고 우울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예진: 네. 그림 속에 참 다양한 심리가 나타나는 것 같은데요. 선생님께서 만난 탈북자들이 그린 다른 그림도 좀 소개해주세요.

전진용: 네. 제가 기억나는 건 소매가 길어서 손가락 끝만 보일 정도로 손을 잘 안 보이게 그렸던 경우가 있었는데요. 그런 것도 대인관계의 미숙함을 나타내는데요. 탈북자들이 아무래도 남한에 와서 적응하다보니 대인관계가 힘들어서 그렇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요. 눈을 크게 그렸다면 불안을 나타내고 눈이 너무 작다면 내향적인 것으로 보는데요. 눈을 머리카락 등으로 가리게 가렸다면 현실도피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예진: 저희가 직접 개별적으로 청취자 분들의 그림을 볼 수는 없지만 비슷한 사례를 적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그림으로 하는 심리검사가 그림을 그린 사람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까요?

전진용: 심리상태를 파악하는데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심리를 알게 되어서 거울처럼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미술치료도 그런 걸 이용하는 겁니다. 나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런 감정을 알게 되고 다시 그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미술치료인데요. 내가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 네. 오늘 처음으로 그림으로 본 사람의 마음, 심리검사를 해봤는데요. 거울도 뿌옇게 되면 입김을 호호 불면서 닦잖아요.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도 가끔 들여다보고 닦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 오늘 도움 말씀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진용: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