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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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무리 반복해서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상대방을 볼 때 답답한 적 있으시죠? 하지만 당사자도 알아듣지 못해 답답하긴 마찬가지일 겁니다. 다만 그렇다고 누군가 다 정해주기만을 바란다면 그땐 문제가 커질지도 모릅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어떤 학교를,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 정하기 전에 탈북자가 스스로 챙겨야 할 정보들을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선생님은 상담전화를 많이 받으시니까 탈북자들이 새 생활에 얼마나 낯설어 하시는지 잘 알 것 같은데요. 그래서 질문도 다양하죠?

마순희: 북한사회에서 혹은 중국에서 거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에서 살게 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있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다 생소하고 모르는 것들 뿐 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하나원에서의 교육기간과 또 하나센터에서의 지역적응교육을 받아왔기에 이론적으로는 조금이나마 한국사회에 대하여 배우고 나왔다고 볼 수가 있죠.

그러나 이론으로 배워 온 한국사회에 대한 지식으로 실제 현실에 정착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하나원이나 하나센터교육을 받을 때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북한이탈주민종합상담센터에 문의하도록 안내해 주어서 어떤 문제든지 상담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상담사들도 먼저 나온 선배로서 그들이 이 땅에 정착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상담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예진: 네. 그 가운데 탈북 자녀들을 어떤 학교에 보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탈북 부모들이 많다는 얘기, 지난 시간에 해봤는데요. 우선 한국의 대안학교라는 제도에 대해서 좀 자세히 알아보죠.

마순희: 네. 대안학교란 일반교육제도를 따르지 않고 각각 학교마다 자기의 목적을 가지고 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한다고 보면 됩니다. 공부 위주의 기초학습능력을 지도하는 대안학교가 있고 또 미술, 체육 등 예체능 위주로 지도하는 대안학교가 있는가하면, 외국대학, 국제대학 등으로 진학하기 위한 대안학교가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는 북한이나 중국에서 온 북한이탈주민자녀들이 한국의 학제나 교육수준에 따라갈 수 있게 교육하는 학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탈북 청소년들은 기초학습이 부진하고, 북한을 떠난 후 제3국 체류의 장기화로 인한 학력 결손이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문화적 이질감과 자아정체성의 상실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을 이끈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들과 꼭 같은 남북한을 경험한 통일의 리더들로 키우기 위한 대안학교들이 많은데 학력인정 첫 대안학교(2010년)인 여명학교를 비롯하여 하늘꿈학교, 삼흥학교, 두리하나국제학교, 우리들학교, 한울학교 등 많은 대안학교들이 있습니다.

이예진: 사실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공부를 해야 부모님도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잖아요. 특히 탈북 가정의 아이들에겐 더 배려해야 할 것도 많고요.

마순희: 그렇죠.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은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님들과 똑같습니다. 오히려 내가 좀 더 힘들게 살더라도 자식에게만은 보다나은 생활을 안겨주고 싶어서 목숨 걸고 대한민국을 선택한 부모들이기에 어찌 보면 더 극성인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들이 취업을 하고 대학을 가고, 등 자기계발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들의 교육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부모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물론 교육비가 지원되고 갖가지 지원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학교나 학원에 보내는 데에 그치지 말고 자녀들이 무엇을 진심으로 바라는지 항상 관심하고 자녀들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예진: 탈북 학생들을 위한 지원제도가 많다고 하셨는데 어떤 것들이 있죠?

마순희: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는 학령 전 아동의 학습지지원과 탈북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영어공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원어민강사와의 1:1화상영어교육은 작년에 이어서 금년에도 많은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복지관이나 민간단체 등에서 지원하는 방과 후 공부방 학원 지원 사업들도 활발히 실행되어 북한이탈주민 청소년들의 교육에 대한 지원은 어디서나 이루어집니다.

이예진: 사실 아이들의 학교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게 어른들의 직업 선택이잖아요. 특히 부모들은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직업 선택을 신중하게 못하는 경우가 꽤 있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이번에 새로 하나원 나온 청년과 상담하면서 또 한 번 느꼈습니다. 본인이 하나원에서 받은 적성검사와는 전혀 무관한 직업을 선택하더라고요. 적성검사나 본인의 선호와는 달리 북한에서 본인이 접해 보았던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직업훈련을 받고 취업을 하기보다는 지금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로커비용이나 두고 온 가족에 대한 부양심리 등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청년인 경우에는 허송세월할 시간이 없다고 5년 내에 돈을 벌어서 제집을 사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직 20대의 청년이어서 진로선택에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자신의 진로를 위해 취업훈련을 받는 기간을 허송세월한다고 표현해서 참 당황했던 기억이 잊히질 않는데 눈앞의 이익만이 아닌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좀 더 큰 집을 사겠다는 꿈은 좋은데, 실현 가능하도록 계획을 세워서 실천해야겠죠. 그러려면 자신이 잘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먼저인데요. 저희가 종종 직업 선택 전에는 반드시 적성검사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데 그만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게 직업이잖아요.

마순희: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적성검사나 직업훈련 같은 것에 큰 관심을 보이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북한식사고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직업이 본인의 의사나 적성에 전혀 상관없이 배치로 끝나는 것이기에 그 직업이 싫던 좋던 어차피 해야 하는 거잖아요.

어찌 보면 그 사회에서는 진정한 '나'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의 능력이나 적성과는 무관하게 당의 방침에 따라서 집단배치로 직업이 결정되고, 집안환경에 따라서 대학진학이 결정되고, 부모의 직업에 따라서 내 직업이 결정되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다보니 그냥 환경에 적응하고 복종하면서 사는 데에 익숙해진 것이겠지요. 그것을 거스르기란 여간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 누구나 시도하기는 힘들죠.

이예진: 그래서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직업 선택하는 일을 그렇게 어렵게 여기는군요.

마순희: 네. 하지만 대한민국은 자유의 땅입니다. 저는 그 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들은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특혜를 받은 선택받은 운명의 소유자들이다. 이때까지 본인이 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 환경 때문에 못 했던 일을 이제는 한번 선택하여 진짜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떠냐' 그러면서 제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이예진: 어떤 이야기인가요?

마순희: 이렇게 말합니다. '북한에서 토대가 나쁘다고 대학은 고사하고 남들이 다 가기 싫어하던 고등농업학교에도 못 갔던 내가 60이 넘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게 되고 평생 노동자로, 농민으로 시키는 일만 하던 내가 북한이탈주민전문상담사로 모든 탈북자들이 부러워하고 입사하고 싶어 하는 멋진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도 대한민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저보다는 얼마든지 더 훌륭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선택에 자유가 있지만 자유에 따른 책임도 있다'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죠.

이예진: 네. 탈북 청소년들에게만 잘 맞는 교육을 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학교가, 어떤 직업이 나에게 맞는 것일까. 탈북자 모두에게 맞춤교육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사실 순간순간 해야 하는 선택은 누구나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대로 만들어지는 인생은 살아볼 만합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