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자신이 선택한 일이라고해도 지겹고 싫어질 때가 있죠. 그럴 땐 '취미가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즐거운 상상을 해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그 즐거운 상상을 현실로 만든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일 잘하는 사람들이 노는 것도 잘 논다는 말이 있는데요. 취미나 여가활동도 하는 사람들만 하는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명지대의 문화심리학자인 한 교수가 쓴 책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책이었습니다. 그 교수님은 책 표지에 "노는 것을 계획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일하는 것도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부족할 판에 노는 만큼 성공한다고 하니 그 말이 납득이 될 리 없었습니다. 여가활동 역시 단체모임에 참가하는 정도밖에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의 참 뜻을 조금은 알 것 같고 놀기도 하는 거죠. 지금 우리는 주 5일제로 한 주일에서 5일 일하고 2일 휴식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달력에 빨간 날로 표시된 날이면 어김없이 쉬다보니 제각기 남다른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전에는 열심히 일했으니까 푹 쉬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막연하게 쉬는 것보다 나만의 여가생활을 만들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는 것이 각자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생활에 활력소를 되찾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동네에도 주말이면 조기축구회 회원들이 친선경기도 하고 가족들까지 함께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 가지고 친목을 도모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주말을 이용하여 문화원이나 복지관 그리고 민주평통을 비롯한 단체들에서 문화탐방이나 역사탐방 같은 행사들을 많이 조직합니다. 그런 행사들은 우리 북한이탈주민들뿐 아니라 남한 주민들도 함께 참여하기에 하루 동안 함께 하면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친목을 도모하게 되더라고요.
이예진: 이렇게 좋아서 취미로 시작했다가 직업으로 승화시켜 성공하는 사람들도 사실 많이 있습니다. 탈북자 분들 중에도 그런 사례가 있을까요?
마순희: 그럼요. 북한에서부터 하고 싶었던 일, 잘 하던 일들을 지금 한국에서 창업으로 발전시킨 사례들이 많습니다. 대구에 살고 있는 50대의 한 여성은 평양건설에 돌격대로 동원되었었는데 거기서 머리를 깎아주는 이발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항상 미용을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이 꿈이었다고 하네요. 한국에 나와서 미용학원 6개월을 수료하고 미용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청소로부터 보조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성실히 일하면서 하나하나 배워나갔답니다. 그렇게 3년 이상 미용실에서 근무하다가 금년 1월에는 자신의 미용실을 개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음식을 만들어서 나누어 먹기를 좋아하던 평범한 전업주부가 북한음식 전문식당을 차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만들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하구요.
취미로 액세서리, 장신구라고 하죠. 이 장신구를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만들던 한 여성은 장신구 공장에 취직하여 자신이 새로운 모양도 개발해가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60살이 넘은 중랑구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은 북한에서부터 바느질에 솜씨가 있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식구들의 옷을 수선해서 입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동대문 시장에 갔었는데 형형색색의 원단들과 장신구들이 너무 많아서 입을 다물 줄 몰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천을 끊어다가 예쁜 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예쁘다고 하면서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더랍니다. 자신이 만들었다고 했더니 자신들도 만들어달라고 너도 나도 주문하는 바람에 지금은 아예 가게를 차렸다고 하기도 합니다. 정말 한국에 와서는 없는 것이 없고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가 있으니까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마음껏 하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사실 남한 젊은이들 중에는 사진 찍기나 여행, 운동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같이 하는 모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사례가 많거든요. 탈북자 분들도 그런 응용도 좀 했으면 좋겠어요.
마순희: 남한에는 여러 가지 목적과 이름을 가진 조직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산악회, 자전거 동호회, 봉사단체, 각종 동창회나 동문회, 계모임 등 너무 많은 조직들이 있어서 처음에는 많이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점차적으로 저희들도 하나하나 동참하게 되는 경우들도 많았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태권도 학원이 있는데 자녀들이 태권도 학원에 다니는 엄마들이 모여 태권도 학원에서 훈련도 받고 또 자녀들과 엄마들이 함께 모여서 독서모임도 하더라고요. 우리 딸도 거기에 함께 동참하면서 건강도 눈에 뜨이게 좋아지고 또 아들을 키우면서 서로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친하게 지내다보니 휴가철에도 몇 가족이 함께 휴가를 가기도 하는 겁니다. 그리고 갑자기 어려운 일이라도 생기면 서로 연락해서는 함께 풀어가기도 하고요. 정말 선생님의 의견처럼 우리 북한이탈주민들도 다양한 취미생활을 함께 하는 모임에 더 많이 참가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사례들도 많아졌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끝으로 탈북자들에게 취미나 여가활동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한 말씀 해주세요.
마순희: 누구나 다 그러하겠지만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은 참으로 앞만 보고 열심히, 어찌 보면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도 그랬고,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도 그리고 자유를 찾은 대한민국에서조차 편히 쉴 틈이 없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에 휴식이나 여가활동보다는 시간이 있으면 부업이라도 하면서 정말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 땅에서 회사에, 학교에 사회에 적응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행복을 하나하나 이루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기계가 아니잖아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가활동도 적당히 배합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일입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일과 휴식은 적절히 조화가 되어야 하겠지요.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여가생활을 잘하는 사람은 대인 관계나 의사소통 기술도 높아질 것입니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도 항상 긍정적으로 사고하다보니 사회성도 좋아지고 가정도 화목해질 수 있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서로 소통이 잘 안 되고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사이라 하더라도 함께 산행을 하면서, 함께 운동을 하고 맛있는 식사도 하면서 서로 교감하다보면 건강도 챙기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회사 분위기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가정에서도 부부나 자녀, 아니면 형제 사이에서도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해나가다 보면 서로가 공동의 이해를 가지고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서 사이가 더 돈독해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예진: 남한에서 요즘 유행하는 영화대사가 있습니다. '뭣이 중한디, 뭣이 중한지도 모름서'라는 말인데요. 바쁘게 사느라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잊고 계신 분이 있다면 오늘 이야기가 도움이 좀 되셨길 바랍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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