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최근 남한의 탈북자 단체에서 뿌린 대북전단, 삐라에 북한이 고사총을 발사하면서 남북관계가 냉랭해졌는데요. 남한 내에서도 삐라 살포가 앞으로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며 의견이 분분합니다.
북한으로 삐라를 날리는 일은 탈북 단체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탈북 단체들은 북한에 삐라를 날리는 일부터 북한 인권을 알리는 일, 또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 등 분야도 다양하고 단체도 많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단체들의 명암을 짚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최근에 탈북자들이 모이는 큰 행사가 있었다면서요?
마순희: 네, 1년에 한 번 어울림한마당이라고 남북하나재단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있는데 금년에 4회가 되었습니다. 많은 북한이탈주민들과 지역주민들도 함께 어울리면서 사회통합의 장을 이루어 가는 큰 행사입니다. 작년까지는 여의도 공원이나 한강공원 등 서울의 중심에서 열렸었는데 금년에는 북한이 바라보이는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려서 더 뜻 깊은 행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2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통일주 담그는 행사도 진행됐고요. 고충상담을 해주는 종합상담센터와 취업지원센터, 착한사례 발굴, 사회적 기업 제품 홍보, 탈북자들이 생산한 농산품 판매하는 곳과 탈북청소년 진학진로 상담소 등 많은 행사들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문화와 음식체험행사, 통일그림그리기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서 어른도 아이도 다 같이 즐거워하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북한음식 체험하는 행사장에는 북한식 두부밥이나 인조고기, 찹쌀순대, 북한의 명태, 가자미식혜 등 북한음식을 시식하려는 사람들로 길게 줄이 늘어져 있을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탈북자 출신들로 구성된 5개의 예술단체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자랑하였고 마지막에는 푸짐한 경품행사로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이예진: 그런 행사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보면 평소에도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마순희: 아무래도 축제나 행사장들에는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참가하기도 하지만 어울림 행사 때에는 다른 행사에 참가하거나 혹은 출근 때문에 못 참가하시는 분들을 제외하면 거의가 참가하거든요. 더구나 이번 행사는 서울이 아닌 통일전망대에서 진행되다보니 교통편의를 위해서 대형버스들이 거주지마다 대기하고 있어서 큰 불편 없이 참가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탈북자분들이 자가용을 타고 참가하는 바람에 주차장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답니다.
탈북청소년들이 한국의 학교에 적응하기 위한 대안학교라는 곳을 아시죠? 그 학교의 어린이들의 밝고 씩씩한 공연으로 행사의 막을 열었는데요. 북한출신들로 구성된 많은 예술단체 중에서 이번에 5개의 단체가 선정되어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노래, 춤, 악기 그 모든 종목들이 기량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더욱이 한 실버예술단은 평균나이가 60이 넘는데도 기량에 있어서는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저도 이번에 북한에 있을 때 그 예술단에서 가야금병창을 함께 하던 한 고향 선배 언니를 만났는데 정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답니다.
그 분들도 실버예술단을 조직해서 취미활동삼아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악기도 다루면서 즐겁게 생활하는 것은 물론 봉사활동도 하고 초청을 받아서 공연하면 공연비를 생활에 보태기도 하면서 의미 있는 활동들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노인들이 활동하는 실버예술단을 비롯해 북한 출신 예술인들이 만든 예술단도 여러 개가 있죠. 그렇게 탈북자들이 주체로 만든 탈북 단체가 꽤 많잖아요?
마순희: 네. 탈북자단체들의 명단을 보면 그동안 민간단체와 남북하나재단에서 일해 왔기에 단체들에 대해서는 그래도 적지 않게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저도 이런 단체도 있었나 할 정도로 이름도 생소한 단체부터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는 유명단체들까지 70여개가 훨씬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탈북자들이 북한 인권을 알리거나 북한이탈주민들을 도울 목적을 갖고 만든 단체들도 많지만, 탈북자들끼리 서로 상부상조를 목적으로 만든 동호회 형태도 많습니다.
이예진: 친목을 도모하는 거죠.
마순희: 네. 그리고 남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서 탈북자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활동을 하는 단체들도 많은데 정말 이름도 생소한 단체들도 많더라고요. 저도 처음에 왔을 때에는 무슨 단체들이 그리 많은지, 그 많은 단체들이 왜 필요한지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단체라는 것이 국가에서 지정하지 않은 것은 있을 수가 없고 그 단체의 책임자 역시 당에서 임명하거나 형식적인 선거를 통해서 비준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개인들이 마음대로 단체를 만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방금 제가 말씀드린 실버예술단 같은 곳은 누가 조직해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뜻이 맞고 재능도 있는 분들이 함께 활동할 의향이 있으면 자기들 스스로가 예술단체를 만들고 활동을 해나가는 것이지 누가 따로 조직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예진: 한국에선 다 그렇죠.
마순희: 제가 지난여름에 상담 받은 사례인데요. 지방에 있는 한 북한이탈주민이 전화가 왔습니다. 재단에서는 어떻게 사람을 잘 알아보지도 않고 회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지 의견이 있어서 전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연인지 물어 보았더니 자기 지방에서 탈북자들의 정착을 돕는다는 어떤 단체가 생겼는데, 그 단체의 책임자인 회장이라는 사람이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남을 도와주기는커녕 저 자신의 생활도 바르지 못하면서 무슨 회장이냐고 하면서 그런 사람을 어떻게 추천해서 회장으로 만들었는가 하고 항의한다는 것입니다. 그 분도 역시 저처럼 북한식으로 생각하신 것입니다.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통일부산하의 기관이 남북하나재단이니까 당연히 재단에서 그런 조직을 만들고 회장을 임명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설명해드렸습니다.
'북한과 달리 한국에서는 누구든지 단체를 만들고 싶으면 만들 수 있고 회장이 될 수는 있다, 재단에서 어떤 단체를 만들라고 지시하는 것도 아니고 단체장을 임명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그러면서 한국에서는 단체를 만드는 것도 자유이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본인도 단체를 만들 수도 있고 회장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해드렸더니 자기는 그럴 재목은 못 되지만 너무 한참 못 미치는 사람이 회장이라고 하기에 어떻게 추천을 해주었는지 해서 전화했다면서 웃음으로 마무리했었습니다.
이예진: 탈북단체라고는 하지만 이름만 있고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 단체들도 꽤 있더라고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저도 그런 사례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기는 했는데요. 그래도 자기들 나름대로는 무언가 목적이 있고 이유가 있어서 만들었겠지만 사람들이 다 보는 눈이 있는데 활동도 하지 않고 이름만 가지고 있다면 누가 거기에 동참을 하겠습니까? 인정해 주지 않으면 자연히 스스로 도태가 되는 거겠지요.
탈북자들이 조직하는 모임이나 단체들도 예외 없이 수많이 생겨났다가도 없어지고 또 새롭게 조직하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취미생활이나 건강을 생각해서 조직하는 여러 모임들과 사업상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모임들은 인터넷상에서도 많이 활성화되어 있더라고요.
이예진: 네. 그래서 탈북자의, 탈북자에 의한, 탈북자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들은 이제 정치적 목적보다는 친목도모나 그동안 받아온 도움을 사회에 환원하는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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