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사랑을 잘 하는 법, 뭔지 아십니까? 물론 주관적인 해석이 다 다르겠지만, 가장 객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사랑을 많이 해보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사랑도, 결혼도, 그리고 성도 바람직하게 하기 위한 교육이나 서적들이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사랑도, 결혼도, 그리고 성도 서툰 이유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사랑이나 결혼, 가정, 성 등에 대해서 남학생들과도 토론도 하고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도 쓰고 그랬던 기억이 있거든요. 사랑이나 결혼에 대한 기준이 그러면서 형성되는 거죠. 북한에서는 사랑이나 결혼에 관한 가치관은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봐야 할까요?
마순희: 북한에서는 그런 교육이 거의 전무하다고 봐야죠. 제가 중학교 시절 그러니까 1960-70년대부터 '생활문화'라는 잡지가 월간지로 출판이 되었는데 인기가 많았습니다. 리에서도 여맹위원장이나 초급단체 위원장 집에 배정이 될 정도로요. 거기에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보았던 내용들이 요리에 대한 내용과 사랑, 결혼 가정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때 사랑과 결혼, 가정 등에 관한 내용을 읽다가도 어른들이 오면 얼른 책장을 넘기고 다른 내용을 보는 척 했던 생각이 잊히지 않습니다.
이예진: 어른들이 못 보게 했나요?
마순희: 처음으로 그런 걸 접하는데 어린 게 그런 걸 본다고 뭐라고 할 것 같았거든요. 그 후 그 책은 '사회주의 생활문화'라고 바뀌었고 북한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사랑이나 가정생활에 대한 내용이 게재되었던 잡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 와서는 워낙 사랑이나 가정, 그리고 인생에 대한 책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어느 것을 읽어야 할지도 모를 정도고 또 TV에서도 항상 그런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에 정말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궁금해서 최근에 나온 탈북자들에게 그 잡지가 지금도 나오는지를 물었더니 몇 년 전까지는 나왔었는데 종이사정이 어려워서인지 최근에는 본 기억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그래서 사랑이나 결혼이라는 것에 대한 가치관이 좀 약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요즘 한국에서는 결혼에 대해 너무 신중하다보니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도 많잖아요. 그와 달리 탈북여성들이 결혼을 좀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 것도 그런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겠네요.
마순희: 네. 탈북 여성들의 경우에는 결혼은 거의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봅니다. 거기에 탈북 후 중국에서도 살기 위해서 본의든, 아니든 결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들과 한국생활 적응이 어려우니 괜찮은 한국 사람과 결혼하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더 결혼을 서두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결혼하여 한 가정에 귀속되는 것을 거의 숙명처럼 받아들인다고나 할까요. 상담을 하다보면 하나원을 나와서 한 달 만에 먼저 나온 가족이나 아니면 지인들의 소개로 만나고 만나서 불과 몇 개월 만에 결혼을 하는 등 사례들이 많습니다. 많은 경우 잘 살고 있는 여성들도 많겠지만 저희 상담실에 오는 상담 전화들을 보면 문제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상담 전화라 그렇기는 하겠지만 이혼문제로 즉 부부갈등문제로 합의이혼이나 재판이혼, 자녀양육문제, 재산분할 문제 등등 상담사례들이 많습니다.
탈북여성들인 경우에는 많은 경우 일단 조건이 웬만하면 가정을 이루고 살다보면 사랑도 생기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성격차이나 조금의 문제가 있더라도 본인이 참고 노력하면 될 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는 거죠.
이예진: 북한식 가치관이 남아있기 때문이겠죠.
마순희: 네. 성교육이나 피임 이런 교육이 전혀 안된 상태라 결혼하면 어린애가 하나 둘 생기고 생활이 어렵다보니 가정에서 갈등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북한 여성들인 경우 성교육이나 가정교육 같은 것들을 전혀 받아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남한 남성들에게는 그 부분에서 어려운 점들이 없지 않아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예진: 정말 사랑해서 결혼을 했다가도 이혼을 선택하게 되는 부부들도 있잖아요. 결혼은 성급하게 선택할 일은 아니죠. 특히 성문제 역시 소홀하게 생각할 부분은 아닌데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성교육은 어릴 때부터 합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소중하게 몸을 다뤄야 한다는 걸 배우는데요. 북한에 성교육은 없는 거죠?
마순희: 네. 북한에는 성교육이 없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것 같은데 처음에는 가사실습이라는 과목이 여학생들이 따로 배우는 과목이 있었습니다. 교과서 뒷부분에 여성들의 신체 변화와 생리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한 것이 전부였는데 몇 줄 안 되는 그 내용을 보고도 놀래서 서로 수군댔던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걸 꼭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도 아직 모르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받는 교육이 좀 낯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한국에 오면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올바른 가치관 형성 교육을 하잖아요. 그 중에 성교육이 포함되죠?
마순희: 네. 제가 동부하나센터에 강사로 가면서 알게 되었는데요. 양성평등교육 강사분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슨 교육인지를 물었더니 성교육도 한다는 것입니다. 성교육을 받아 본 일이 거의 없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있어서 생소한 교육이기에 많이 낯설었던 것 같습니다. 2년 전 성교육을 받았던 이야기를 한 여성이 자기 남자친구에게 했다가 난리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할 교육이 없어서 그런 걸 배워 주냐, 남자망신을 시켰다'면서 그런 교육은 당장 없애야 한다고 난리를 쳤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남성분은 북한에서 대학공부까지 했다는 분이어서 하나센터 담당자들도 많이 놀라웠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성교육을 하면서 많이 조심스럽게 교육생들의 정도에 맞추어서 강도를 낮추어서 접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거의가 처음 접하는 생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절실히 필요했던 강의여서 교육생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부부사이에도 성폭력이 성립된다고 하던데 아마 그런 말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상상도 못하는 내용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예진: 그렇죠. 또 교육도 교육이지만 부딪치고 배우면서, 그렇게 직접 경험하면서 가치관이 형성되는 거겠죠. 그런 자신의 가치관이 잘 세워져야 가정도 잘 유지되는 거잖아요.
마순희: 사실 북한에서는 개인의 혁명역사의 몇 대를 거쳐 연대를 졸졸 외우는 것보다 생활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면서도 교육에서 배제되었던 것이 성교육인 것 같습니다. 심리적인 문제로 고민을 털어 놓거나 가정문제로 법률상담까지 가는 경우들을 보면 정말 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심한 것은 모든 과학이 최첨단으로 발전하고 있는 이 시대에 과거의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들인 경우 남녀가 결혼을 전제로 서로 만나고 마음이 맞으면 조건이 조건이다 보니 많은 경우 약혼은 생략하고 결혼하던가 아니면 결혼식도 못 올리고 그냥 동거로 살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여성들은 남편에게 의존하여 그렇게 살면서 자신이 노력하고 참아 가면서 생활하다보면 아이도 생기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살다가 보면 그게 아니거든요. 자기계발을 하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이때까지 살아 온 체제에서는 자기 자신은 없었다고 봅니다. 오직 나라와 집단을 위해서 살아야 했기에 우리는 있어도 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정을 이루는 일도 물론 소중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소중한 일생을 누구의 아내로, 며느리로, 자녀의 엄마로서만 살게 아니라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할 때 누구도 무시 못 하는 당당한 지위를 가지고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예진: 단순하게 보면 개념의 차이입니다만,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개인에 따라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죠. 남과 북에서 생각하는 사랑과 결혼, 가정에 대한 기준이나 가치관은 분명히 다릅니다만,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은 하나 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요. 사랑이 어렵다면, 내가 나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지금 자신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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