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마음을 가질 때, 또 남들을 도울 수 있을 때 스스로 성공했다는 정의를 내린다고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순간의 만족을 가져다주는 돈에 대해서는 행복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돈으로는 그 어떤 행복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성공한 탈북자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남북하나재단에서 한국에 잘 정착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찾는 착한성공사례 발굴 작업에 선생님도 동참하고 계시다고 하셨잖아요. 이렇게 각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 분들을 직접 만나보시면서 성공한 탈북자들의 공통점은 뭐라고 생각이 드셨나요?
마순희: 성공의 기준이 사람마다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나본 잘 정착하고 있는 분들의 공통점은 누구보다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실 성공이라고 말할 때 목숨을 건 탈북과 제3국에서 또 다른 국경을 넘어 사선을 넘어 대한민국에 무사히 도착한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 안에서 다른 지역에 이사를 가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데 서로 다른 체제에서 오랜 기간 살아 온 우리들이 초기 정착에서 겪는 어려움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탈북자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고 조급한 마음에서 빨리, 혹은 한꺼번에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은 정착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정착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움들에 대해 불평이나 다른 탓으로 돌리기 전에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도기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노력해 나가다 보면 성공은 그리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실감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어떤 직업이든지 열심히 하다보면 해당부분에서는 전문가가 되기 마련이었습니다. 40여명이 일하는 간병인들을 통솔하는 팀장으로 일하시는 60대 후반의 요양보호사도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실제로 성공해서 잘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가는 곳마다에서 누가 보건 말건 행복하게, 그리고 탄탄하게 잘 정착하고 있었습니다.
이예진: 저도 유명한 탈북자들만 알았는데 이렇게 새로운 분들, 그러니까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계신 탈북자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네요. 사실 지금까지 돈이나 직업 등 눈에 보이는 성공에 대해서만 얘기했지만 탈북자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다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마순희: 네. 부산에서 만난 한 탈북여성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성공적인 정착의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더니 마음의 정착이 제일 먼저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 여성분은 북한 함경남도의 한 바닷가에서 살다가 오신 분이라 부산을 거주지로 신청하였고 지금은 부산을 제 2의 고향으로 삼고 회사에 다니면서 쉬는 날에는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참가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두고 온 가족 때문에 마음의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어려울 때마다 남북하나재단의 24시간 전화상담소를 이용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두고 온 가족 앞에 떳떳이 나설 수 있도록 잘 정착하는 것이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고 있었기에 이번 사례발굴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렇다면 저는 이것도 궁금한데요. 선생님은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마순희: 저도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 것 같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북한이탈주민이라고 하면 우리 사회의 수혜자, 즉 관심하고 도움을 주어야 할 사회적 약자, 복지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탈북자 2만 7천명의 시대에 탈북자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만큼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성공한 탈북자들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고, 일반적인 수혜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자립 자활하고 자신들의 문제 해결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신원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경향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성공사례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저 자신처럼 소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내가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이 있고 편히 쉴 수 있는 가정과 일상생활에서 구애됨이 없는 편한 생활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주택이 임대주택이면 어떻습니까? 내가 일하는 직장이 대기업이나 정규직이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또 우리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명문학교가 아니더라도 즐겁고 신나게 학교에 다니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출퇴근하고 자녀들이 별 탈 없이 학교생활을 잘하고 휴가철에는 휴가를 즐기고, 남들 다 내는 세금도 내면서 당당하게 살고, 내가 하고 싶은 여가활동까지 하고 있는데 굳이 성공적인 정착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나이에 구애됨이 없이 누구나 배우고 싶으면 대학이든 대학원까지라도 가서 마음껏 배울 수 있기에 자신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살다 보면 성공이라는 것이 멀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보면 대한민국에 정착하고 있는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신변노출 등으로 공개하지 않아서 그렇지 거의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부 부적응사례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북한이탈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사람들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성공하는 사람들은 항상 선생님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같아요. 탈북자들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도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잖아요.
마순희: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이 땅에서 열심히 살면서 아글타글 돈을 모아가는 것이 결코 우리들만이 잘 살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 것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돈을 벌어서 살기도 쉽지 않은데 북한이나 제3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돈을 보내준다는 것이 정말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한 푼 두 푼을 아껴 가면서 모았다가 연락이 닿으면 중간 브로커에게 떼이는 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라도 가족을 도와 줄 수 있다는 한 가지 사실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돈을 보내주는 것입니다.
물론 조건이 괜찮아서 많은 금액을 보내주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저희와 함께 일하던 한 선생님은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 주었는데 그것이 보위부에 적발이 되었나 봐요. 돈은 돈대로 떼이고 가족들은 국경에서 먼 산골로 추방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어머니는 70살이 다 된 나이지만 가정집 입주도우미로 한푼 두푼 모았던 돈을 자식들에게 보내주었는데, 아들이 북한에서 그 돈으로 사업을 벌였다가 제대로 안되어 한지에 나앉을 형편이라면서 또 돈을 보내달라고 전화가 왔다면서 울면서 하소연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수급자로 국가에서 생계비를 받아서 살고 있는데 또 손을 내미는 아들에게 보내주지도 못하면서 마음만 다치게 된 것입니다. 두고 온 가족에게 죄책감이나 미안한 감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보내는 돈이기에 많든 적든 그 돈들에 깃든 노고와 간절한 마음이 그대로 가족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예진: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가운데에도 남한에 가족이 있어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남한에 가면 돈 쉽게 번다고 생각하셨던 분들도 계실 거고요. 하지만 남다른 노력이 있어야, 또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겠다는 성공의지가 있어야 좋은 직업도 갖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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