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예전 어느 가전제품 광고에 쓰이면서 유행어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물건을 살 때만 아니라 실제로 순간의 선택은 훗날 내 인생의 갈림길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잘못하는 순간의 선택, 그 이유는 뭘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모범이 돼서 상을 받는 탈북자들도 있고, 반대로 작더라도 불법을 저질러서 법적 처벌을 받는 탈북자들도 간혹 있다는 얘기, 이 시간을 통해 해봤는데요. 특히나 사소하지만 쉽게 법을 어기는 탈북자분들이 많더라고요. 그 이유는 뭘까요?
마순희: 법을 어겨도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 북한에서는 법위반 현상들을 말하자면 증명서를 발급받지 않고도 철도 종사자나 열차안전원 등 안면을 이용해서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대로 다니는 사람들이나 회사물품이라도 담당자와 잘 사업해서 빼낼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거든요.
이예진: 다 불법인데 말이죠.
마순희: 네. 들키지만 않고 무사히 넘어간다면 얼마나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북한에서는 더 힘 있어 보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고지식하게 법을 준수하는 사람은 더 고생하고 바보취급을 당하는 거죠. 탈북자들을 만나다보면 보위부에 잡혀가거나 강제노동을 했거나 한 경험이 별로 없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고 한 두 차례가 아니라 무려 7-10회 이상 감방으로 들락거린 사람들도 많거든요. 혹시 그래서 법의 제재를 받는 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탈북자들이 사소한 일이라도 일상적인 교통법규나 생활 질서를 어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앞뒤를 살펴보다가 무단횡단을 한다거나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하다가도 단속에 걸리게 되면 북한에서 와서 잘 몰라서 그랬는데 한 번 용서해 달라고 하거든요. 처음에는 한두 번 관대히 용서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벌금을 내든가 면허정지, 혹은 면허취소를 당하는 탈북자들도 있습니다.
이예진: 아니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큰일 나죠. 엄중한 법의 제재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처벌도 강하고요.
마순희: 네. 또 서울에 살고 있는 어느 여성의 상담 전화인데요. 자신과 똑같이 남편과 두 아이가 있는 가정이 있는데 자기는 6개월이 지나서 생계비가 안 나오는데 다른 집은 생계비를 계속 받고 있다고 왜 그러는지 물어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분명히 가짜이혼이라도 한 것 같은데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는데 '못 받는 게 바보'라고 하더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너무 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성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받을 수 있는 법적 기준이 있기에 이야기한 것처럼 서류상 어떤 조건이 서로 달라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면 그렇다고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 볼 수는 없는 거잖아요.
나의 지금 상황에 맞는 거라면 다른 사람의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마음 편하게 일하면서 생활하는 게 결과적으로 더 나은 것이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불법으로 생계비를 얼마간 연장할 수는 있지만 항상 언제 중지될지 불안한 상태로 생활한다면 그것은 별로 바람직한 생활이 아닐 것이니까요.
이예진: 생계비를 받는다는 것 자체도 어려우신 분들이 받는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이 벌 수 있다면 그게 더 행복한 거잖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 아파트에서도 분리수거를 잘 안 한다던가 신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물건을 내다 버린다든가 등 사소한 생활 질서를 어기는 경우도 있었는데 잘 몰라서, 혹은 들키지만 않으면 하는 식의 생활습관의 연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어요. 물론 그것은 탈북자들에게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기는 하지요.
이예진: 그럼요. 안 그런 분들이 훨씬 더 많죠.
마순희: 고층이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책상 같은 물건을 버렸는데 관리사무소에서 방범용 촬영기를 확인 중이라고 하면 가슴이 철렁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네. 한국에선 쓰레기도 음식물이나 비닐, 종이, 병도 다 구분해서 맞는 쓰레기봉투에 버려야 하고 장롱이나 책상 같은 쓰지 않는 큰 물건을 버릴 때도 구청에 신고를 하고 약간의 돈을 내고 버려야하죠. 버려지는 물건이 워낙 많고 치우는 사람이 또 따로 있다 보니까 처리비용이 드는 건데요. 그런 작은 생활규칙을 지키지 않을 때도 벌금을 내야하니까요. 방범촬영기로 돌려보면 누가 버렸는지 알 수 있으니까 탈북자분들도 주의하셔야겠네요.
마순희: 네. 비록 사소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부터 질서나 규정들을 잘 지켜 나가는 것이 모든 생활에서 법을 잘 지키는 기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예진: 네. 북한과는 다른 낯선 세상에서 잘 살기 위한 기준, 꼭 상을 받아야하는 건 아니지만 불법이나 잘못된 방법으로 인생을 사는 것도 결코 좋은 방법은 아닌데요.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잘 살기 위한 기준, 어떻게 세우는 게 좋을까요?
마순희: 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데 꼭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잘 살고 있다고 해서 다 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진심으로 사회와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다 알아보고 인정하더라고요. 이번에 상을 받은 분들도 함께 일하는 분들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고 정작 찾아가서 만나보니 추천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상을 받은 분들의 소감을 들어보면 단순한 상이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열심히 살아오고 일해 온 것에 대하여 내가 헛살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 너무 기뻤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는 것도, 상을 받은 사람답게 살아야겠다는 부담 아닌 부담감도 갖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회로부터 이웃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은 못 받더라도 법을 위반해서 법적 제재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탈북자들 속에도 법적 처벌을 받고 교화시설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너무 조건이 허락되지 않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살기 힘들고 불법을 해서라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법을 위반하는 일이 빈번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법치국가입니다. 누구든지 성실한 노력으로 열심히 산다면 최소한 의식주 걱정은 안 해도 살 수 있는 곳이고 마음만 먹으면 어떤 공부도 달 수 있고 희망도 이룰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우리는 체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헛된 꿈이나 과욕으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하여 법의 제재를 받는 일은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고작 그렇게 살려고 목숨 걸고 대한민국에 온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탈북자들이 통일의 그날, 두고 온 사랑하는 가족과 그리운 고향과 친척 친우들, 그들 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기 위해서라도, 두 번 다시 태어난 우리 인생을 멋지게 살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이예진: 상을 받고, 모범이 되고, 성공한 탈북자로 꼽히는 분들은 대부분 순간순간을 성실하게 살고 계시잖아요. 순간의 선택으로 자신의, 그리고 훗날 만나게 될 가족과의 미래가 원하는 대로 펼쳐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신다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