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은 12월 25일 성탄절, 그러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기념일을 앞두고 명절 전만큼 분주하고 들뜬 분위기입니다. 종교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닌데요. 물론 종교인들은 더 뜻 깊게 성탄절을 보내죠. 더불어 교회나 성당에서 성탄절을 보내는 탈북자들도 많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의 종교 활동에 대한 모든 것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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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오늘은 북한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종교 활동에 관해 얘기 나눠볼 텐데요. 우선 종교에 대한 탈북자들의 생각이 궁금해요. 신을 믿는다는 것, 북한에서와 남한에 와서 많이 달라지는 편인가요?
마순희: 우리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생활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바뀌는 것 중의 하나가 종교에 대한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탈북자들 중에는 북한에 있을 때부터 종교를 접했던 분들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저희들처럼 90년대에 탈북한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종교에 대해 전혀 접하지 못하고 탈북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북한에 있을 때 종교라는 것도 잘 몰랐고 신을 믿는다는 것 정도를 알고 있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어려운 일에 봉착을 하면 어머니께서 깊은 밤 정화수 떠놓고 비는 모습을 한두 번 목격한 적은 있었습니다.
더욱이 새해가 되면 새해 운수를 본다고 점집을 찾아가는 일이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던 것 같거든요. 저희가 살던 지역에서도 점을 기막히게 잘 본다는 할머니도 계셨고 열 몇 살짜리 남자애가 신 내림을 받아서 앞날을 예언하는 등 점을 보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아마도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 누구든지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그렇게라도 해소하고 의지하고 싶다는 욕망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탈북한 이후에는 중국에서 종교에 대해 알기도 하였지만 제대로 종교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한국에 입국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북한에서야 말씀하신 것처럼 종교를 접하기도 어렵고 종교의 자유도 물론 없기 때문에 종교를 선택할 일도 없지만 남한에 오면 다양한 종교들이 있고, 원하면 종교를 가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탈북자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이미 종교 활동을 시작한다면서요?
마순희: 최근 언론에 탈북자 94%가 탈북민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퇴소하기 이전부터 이미 종교 활동을 시작하고 있고 종교단체의 관여가 가능한 국정원과 하나원에서 종교를 처음 접한 것을 계기로 교화되는 탈북자 수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조사결과가 보도됐습니다. 실제로도 탈북자들은 하나원에서부터 정식으로 종교를 접하게 됩니다.
저희는 한국에 입국하면 신원확인을 위해 한 달 가량 조사를 받으면서 머물던 곳이 국정원이라는 곳인데 그 곳에서 처음 종교를 접했습니다. 선생님도 잘 아시는 영락교회라고 실향민들이 주체로 세웠다는 교회에서 예배를 왔었는데요. 그 예배시간에 처음으로 기독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조사가 기본적으로 끝난 사람들만 교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승인을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먼저 와서 조사가 끝나고 교회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었습니다. 교회에서 받아오는 성경책도 신기했고 선물로 받아 온 십자가 목걸이도 신기했거든요.
처음 예배에 참가한 날이 2003년 2월 16일이었습니다. 제가 받은 성경책에 날짜가 적혀 있어서 잊히지 않는 거죠. 북한에서 고생하고 있는,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제3국에서 위험을 헤치고 대한민국으로 오고 있는 많은 탈북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눈물로 기도하는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대한민국에 무사히 오게 된 것이 그분들의 간절한 기도의 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저희들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진심으로 기도하는 그분들이 너무 고마워서 감사의 눈물을 흘리던 그날의 기도모임이 오늘까지 제가 신앙생활을 하게 한 첫 시발점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죠. 기독교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천주교도, 불교도 주일만 되면 다 들어왔었거든요.
이예진: 그렇게 다양한 종교를 접할 수 있게 되는 하나원, 선생님은 앞서 말씀해주셨지만 일반적으로 하나원에서 종교를 갖게 되는 계기는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마순희: 하나원에서 생활하면서 거의가 종교를 갖게 되는 것은 집단생활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매 주일마다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종교시설에서 하나원에 봉사하려 들어오거든요. 그러다보니 다들 나가는데 혼자서 호실에서 시간을 보내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독교에도 가고 다음에는 천주교, 그 다음에는 불교에도 가보면서 각자가 나름대로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이예진: 다 가보고 마음의 안정을 느끼거나 끌리는 종교를 선택하게 된다는 거군요.
마순희: 네. 3개월을 집단생활을 하게 되기에 그 기간에 거의가 종교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가 거의 그런가 봐요. 특별히 귀찮다고 아무 종교모임에도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다 참여하게 되는 것은 남들이 다 가는데 나 혼자만 빠지는 것이 뭔가 손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예진: 남들 다 가는데 나만 남으면 불안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마순희: 다 같이 가서 즐겁게 노래하고 선물도 받으며 있는데 혼자 있으면 그렇죠. 특히 많은 사람들이 다 가는 곳이 기독교이다 보니 자연적으로 기독교에 가는 사람들이 거의 60-70%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사람이 많은 곳은 싫다고 천주교 쪽이나 불교 쪽으로 가는 사람도 있었고요. 그 때 신앙생활을 하면서 맺은 인연들이 하나원을 나온 후에도 계속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워낙 기독교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그런 사례들은 별로 없었는데 천주교에 다니던 분들은 하나원을 나온 후 천주교에서 연결이 되어 가전제품들을 지원하기도 하고 결혼식도 해주고 그러더라고요. 하나원 나온 다음에도 한 기에 함께 생활하던 동기생들끼리는 서로 연락을 하면서 지내다보니 서로의 소식들은 잘 알게 되거든요.
이예진: 북한에서 왜곡하고 금지하던 종교 활동, 탈북자들은 한국사회에 오자마자 접하고, 바로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데요. 탈북자들이 종교를 갖게 되는 것, 소속감이나 물질적 지원 때문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탈북자 생활 속에서 차지하는 종교의 의미, 다음 시간에 자세히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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