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탈북자들의 집에는 이런 저런 상자들이 쌓이곤 합니다. 지역단체나 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탈북자들에게 기부한 물품들인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크진 않지만 따뜻한 나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벌써 며칠 있으면 새해네요. 먼저 인사드릴게요. 새해를 축하합니다.
마순희: 네. 그럼 저는 남한식으로 할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예진: 네. 감사합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이 왠지 더 분주해지는 느낌이에요. 특히 얼마 전 성탄절도 있었고요. 연말 모임도 많아지잖아요.
마순희: 그렇죠.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를 담은 모임들이 많아지죠. 성탄절에는 가족과 함께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은데요. 탈북자들도 마찬가집니다. 성탄절인 12월 25일에는 교회에서 여러 가지 행사들이 있었고 거리에는 밤에도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형형색색으로 빛을 발하는, 그야말로 밤낮이 구별 없이 명절 분위기였습니다.
이예진: 그렇죠. 성탄나무가 화려한 조명으로 밝혀져 있죠.
마순희: 그리고 연말이 되니 송년회 모임도 많고, 단합대회, 여행 등 탈북 단체들의 행사도 많아지는데요. 아시는 것처럼 한국에 정착하는 탈북자들의 모임이나 단체들이 적지 않다보니 행사나 모임도 여기저기에서 많더라고요. 며칠 전에는 탈북자동지회에서, 숭의동지회에서 송년회가 있었고요. 자유북한방송국에서 조직한 송년회도 있었습니다. 단체들 뿐 아니라 개인들도 서로 친목을 도모하는 1박 2일 여행도 함께 가면서 나름대로 한 해를 의미 깊게 보내더군요.
이예진: 예전엔 스키장에도 가서 저도 취재로 같이 간 적 있었거든요.
마순희: 네. 그리고 연말연시를 맞으면서 영화 관람이나 뮤지컬공연, 음악회 등 다양한 공연프로그램들을 보고 미술전시회, 도서출판회 등에서 초대장을 보내주어서 연말을 더 즐겁고 의미 깊게 보내기도 했답니다. 제가 참여하는 한민족여성중앙협의회의 이사님도 이번에 미술전시회를 개최하여 단체에서 화환도 보내고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함께 참여해서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이예진: 사회활동이 많으신 탈북자 분들은 연말에 특히 바쁘시더라고요. 그리고 연말이 되면 빠지지 않는 게 소외된 이웃을 돕는 행사들이 많아지죠. 아무래도 몸도, 마음도 추워지는 때니까요. 언론에도 보도가 많이 됐던데, 홀로 사는 탈북자들을 돕는 행사도 많더라고요.
마순희: 맞습니다. 탈북민들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한 행사들은 지역이나 시기에 관계없이 늘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특히 겨울이나 연말연시를 맞으면서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경찰서나 구청 주민센터 단위로 해마다 어김없이 탈북민과 함께하는 김치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지역주민들과 봉사자들이 탈북민들과 함께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행사가 아니라 여러 가지 물품들과 햅쌀도 나누어주는 사랑의 행사랍니다. 저도 얼마 전에 구로경찰서에서 주최하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 참여했었는데요. 지역의 여러 봉사단체들과 지역주민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들이 함께 일손을 보태다보니 몇 톤의 김장이 어느새 끝나더라고요. 알뜰하게 포장된 김치는 탈북민들과 지역의 어려운 분들의 가정마다 한 박스씩 다 포장해서 나누어드렸답니다.
이런 김치행사는 서울 뿐 아니라 지역의 모든 곳들에서 다 이루어지고 있어서 사실 우리 탈북민들이 집에서 김장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11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 김치가 주된 부식물이 되는 북한과 달리 김치를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기에 한 박스 정도면 너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시장철 통배추나 무는 물론 고추나 마늘, 파 같은 양념들도 항상 살 수가 있으니까 딱히 김장철이라고 김치를 많이 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도 합니다. 처음에 한국에 와서는 김치를 좀 많이 담그기도 했는데 다 먹지도 못하거니와 괜히 김치냉장고만 채우고 있어서 그 담부터는 적당히 담그거나 행사 때 한 박스 정도씩 받으면 그것으로 충당하기도 합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남북하나재단으로 탈북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전화도 종종 오죠?
마순희: 맞습니다. 그런 전화들이 많이 오죠. 업체들에서는 기부물품을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로 보내야하는지 문의하는 경우도 있고 개별적으로 후원하고 싶다고 문의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탈북자들을 도와주는 민간단체 등 여러 단체들에도 기부물품이 많이 들어온답니다. 저는 남북하나재단에 근무할 때에는 그런 문의전화를 받으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재단에도 기부관련 부서가 있기 때문에 그 부서에 연결해드렸습니다. 그리고 퇴직하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면서 동사무소나 민간단체, 교회 등에서도 많은 지원 사업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예진: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단체나 기업 등에서 지원해주는 물품들, 김장김치부터 쌀, 생필품 등 다양하던데요. 이런 지원물품들은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마순희: 물론 어떤 단체에서 기부 받은 물건들을 나누어주는 데는 나름대로 선정하는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특별히 신청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민간단체에서도 근무해보고 지금은 탈북민 단체에도 동참하면서 그렇게 물건들을 나누어주어야 하는 기회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지원물자들에 따라서 소비하는 게 서로 다르답니다. 지방인 경상남도 함안지역에서 벼농사를 하고 있는 탈북민 여성은 금년 추석에도 직접 농사지은 햅쌀을 탈북민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의 어르신들 가정에도 다 나누어드렸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탈북민 여성이요?
마순희: 네. 그리고 금년에 저는 한 단체를 통해서 경기도의 한 농산물 가공회사에서 콩나물을 여러 번 지원받은 적이 있습니다. 차로 실어왔는데요. 그런데 여느 물건들과 달리 콩나물 같은 경우에는 몇 시간 안에 다 나누어드려야 하고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연락하면 쉽게 가져 갈 수 있는 탈북민들로부터 연락해서 나누어드리고 또 필요한 지역 주민들에게도 나누어드렸습니다. 그리고 탈북 청소년들의 교육시설인 대안학교에도 보내주었더니 그렇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수량이 많을 때에는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신축공사를 하다 보니 거의 매일 일용직 근로자들의 식사를 보장하고 있었기에 보내드리기도 했고요.
하지만 영유아용 기저귀나 세제, 화장품, 옷 같은 것을 기부 받았을 때에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변하지는 않는 거니까 아기를 키우는 집, 그리고 필요한 분들을 찾아서 나누어드리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탈북민들이 함께 동참하는 지역 아동센터에 목욕봉사를 가는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도 있어서 그분들에게 10여 박스를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물건을 나누어드릴 때에 지역의 주민들도 요구하면 드리기도 하고 노인정에 드리기도 하니 지역 주민들과도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예진: 선생님이 중간에서 물건 전달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닌데 성탄절에 선물을 나눠준다는 산타클로스처럼 열심히 사람들을 찾아가서 나눠드렸네요.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다음 시간에는 선생님처럼 받기보다 주는 것에 앞장서서 일을 하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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