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종합상담] 탈북자들이 선호하는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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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최근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이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자 만 여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 뒤로 개명을 할 걸 후회하며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으로 문의전화를 하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이름을 바꾸는 절차와 탈북자들이 선호하는 이름은 뭔지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북한에 두고 온 가족 걱정에 이름을 바꾸거나 한국에선 너무 튀는 이름이라서 바꾸거나 아니면 사주에 맞는 이름으로 바꾸는 탈북자들이 많다고 하셨잖아요. 다양한 이유로 이름을 바꾸고 싶어 하는 탈북자들이 많네요. 이름을 바꾸는 절차는 어렵지 않나요?

마순희: 어렵진 않지만 시간이 좀 걸리죠. 우선 이름을 바꾸려고 할 때에는 살고 있는 곳의 관할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법원에 개명허가신청서를 내야 하는데 거기에는 바꾸고자하는 이름과 사유를 적어서 가족관계등록부와 주민등록등본을 첨부하여 관할 법원의 가족관계등록과에 제출하면 됩니다. 서울에서는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해야 하는데요. 약 한 달 반 정도가 지나면 주소지로 허가서가 내려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허가가 나고요. 그러면 그것을 가지고 한 달 이내에 거주지의 주민 센터에 가서 신고하면 개명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개명이 된 뒤에 알아서 모든 서류가 다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요. 자신이 거래하던 은행이나 병원 등에 가서 직접 개인정보를 수정해야 합니다.

필요한 서류들은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개명신청허가서를 작성해야 하고요. 그리고 기본증명서라고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이름 등이 적혀 있는 것과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합니다. 그 외에 남자 분들의 경우에는 범죄경력조회서도 써요.

이예진: 나쁜 의도로 이름을 바꿀까봐 그렇군요.

마순희: 그렇죠. 또 작명서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이 이름은 정말 쓰면 안 된다는 권위 있는 작명가의 추천서가 필요한 경우가 있거든요.

이예진: 필요한 서류가 꽤 많네요.

마순희: 네 가지 정도만 필수로 필요하고요. 나머지는 경우에 따라 요구할 때만 내면 됩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청취자 여러분은 무슨 서류가 이렇게 많나 싶겠지만 관련 기관에 가면 쉽게 뗄 수 있습니다. 또 이런 서류 작성법은 남한 분들이나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나 마찬가지 절차를 겪게 되는 거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이예진: 또 하나 궁금한 게 우리 탈북자분들이 과연 이름을 바꿀 때 어떤 이름을 선호할까 인데요. 어떤 이름들로 바꾸나요?

마순희: 한국에 와서 개명한 이름들을 보면 참 부르기도 좋고 예쁘더라고요. 그리고 고유한 우리말로 된 이름들도 많았습니다. 소설책에서나 튀어나올 듯한 예쁜 이름들은 부를 때마다 미소가 절로 떠오르곤 하는데요. 봄순이, 지은이, 현우, 소미, 이슬이, 은서 등 예쁜 이름이 많아요. 아까도 저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들어왔는데요. ‘잘 계시죠. 다름 아니라 이름과 연락처가 바뀌어서요. 이제 고진영으로 불러 주세요’하고 말이죠.

이예진: 저도 가끔 손전화 번호가 바뀌면 번호가 바뀌었다는 연락이 오는데 이름이 바뀌었단 얘기는 탈북자 분들 사이에서는 곧잘 있는 일이겠네요. 마순희 선생님도 혹시 개명하신 건가요?

마순희: 저는 개명한 게 아니고 저의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3남 4녀 중에 셋째 딸로 태어났는데 저의 형제들 돌림자를 따라서 지으신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저에게 지어주시고 불러주신 유일한 이름인데 차마 바꿀 수 없더라고요. 그리고 부모님의 바람으로 순하게 말썽 없이 크라고 순할 ‘순’ 자를 써 주신 덕인지 순하게 자라기는 했는데 한국까지 왔으니 형제들 중에서 유일하게 튀기는 했지요. 옛날 운동장에서 교장선생님과 농구경기를 하다가 제가 던진 공에 얼굴을 맞으신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너는 순할 ‘순’ 자가 아니라 심술 ‘순’ 자인가보다 하고 하시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예진: 이름과 관련한 좋은 기억도 있으시네요. 바꾸기 힘든 게 이름이지만 또 불편한 분들에게는 꼭 바꾸고 싶은 게 이름인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름을 지을 때 한자를 많이 사용하지 않죠?

마순희: 북한에서는 한자로 이름을 잘 짓지 않아요. 가문이 든든한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일반 서민들은 어르신들이 그냥 지어주시죠. 집안에 돌림자가 있으면 그걸 따르죠.

이예진: 한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생년월일을 들고 작명소에 가서 좋은 운을 불러다주는 이름을 지어오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탈북자 분들은 한국에 와서 이름을 어떻게 짓는지도 궁금하네요.

마순희: 작명소에서 이름을 짓는 분들이 가끔 있어요. 그분들은 이름을 고칠 때 돈을 좀 들여서 사주에 좋다는 이름을 짓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는 사주라는 개념이 없어요. 그래서 저도 지금 토정비결이나 사주 같은 것을 보려고 해도 태어난 시간을 몰라서 못 봐요.

이예진: 그렇죠. 사주는 태어난 시간을 알아야 정확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마순희: 네. 저도 언니, 오빠가 곁에 있다면 물어보면 생시를 알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이예진: 안타깝네요.

마순희: 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거의가 음력생일도 잘 모를걸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부모들이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거든요. 저도 딸들이 셋인데 큰 딸은 시형 되시는 분이 집안의 여자들이 ‘정’ 자 돌림이라고 ‘정’ 자를 따서 정선이라고 지었고 둘째 딸은 남편이 딸만 낳는다고 다음에는 아들이 태어나길 바라서 이름을 거꾸로 짓는다고 옥정이라고 지었답니다. 그렇지만 세 번째도 역시 딸이라 ‘정’ 자 돌림으로 그냥 정숙이라 지었고, 그런 것을 보면서 그런 말을 다 미신으로 치부해 버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맏딸이 이름이 남자 이름 같다고 바꾸고 싶다고 하는데 아직 개명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물론 딸한테는 딸의 생각이 중요한 것이지만 저는 별로 찬성하고 싶지는 않군요. 그래도 집안 어르신들이 지어주시고 불러주시던 이름이라는 이유로 말이죠. 하지만 딸이 개명하고 싶다면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금기시되는, 절대로 지어서는 안 될 이름이 있는 것 아세요?

이예진: 저도 들었는데요. 특정한 분들의 이름은 쓸 수 없다면서요.

마순희: 네. 김 부자 이름은 절대로 지을 수 없어요. 저의 조카도 이름이 정일이었는데 김정일이 부각되기 전이어서 지은 것이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성이 달라도 절대로 안 된다고 이름을 고치라고 해서 무조건 고치게 되었답니다.

이예진: 그런 분들은 어쩔 수 없이 바꿔야만 했겠네요. 남한 사람들 중에는 ‘탈북자들은 뭐가 불안해서 진짜 이름을 쓰지 않을까’ 생각했던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무심하게 보면 사소해보이지만 존재의 이유가 되는 이름, 탈북자들의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