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의 귀농 성공하려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퇴직 후 제2의 인생 설계 박람회 2012'에서 관람객들이 귀농 관련 전시물을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퇴직 후 제2의 인생 설계 박람회 2012'에서 관람객들이 귀농 관련 전시물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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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최근 탈북자들 중에서도 귀농, 그러니까 도심을 떠나 농사를 지으러 농촌으로 떠나려고 마음먹은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섣불리 귀농부터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귀농, 어떤 준비들이 필요한지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최근 농사를 지어본 탈북자들의 귀농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탈북자들 가운데 북한에서 농사를 짓다가 온 경우도 많이 있는 편인가요?

마순희: 2012년 북한이탈주민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2월까지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직업별 분류표를 보면 무직이나 부양이 50. 8%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노동자가 38. 2%, 군인이 27%순으로 집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노동자라고 하면 북한에서 말하는 노동자나 농민이 해당되고요. 또 무직이나 부양이라고 하는 경우에도 사실은 많은 분들이 농사에 종사했던 분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노동자인 경우 가족들이 북한식으로 말하면 소토지나 농장에서 부양가족으로 농사를 지어서 식량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북한에서 노동자로 일하긴 하였지만 시집가기 전에 농장에서 일을 했었고 탈북하기 전에는 직장부업지에서 절반은 농사를 했기에 농사를 짓다가 왔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탈북해서 중국의 농촌에서 살아보니 북한에서 짓던 농사와는 많이 달라서 놀랐던 때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 와 보니 중국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농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예진: 더 발전된 방법들이잖아요.

마순희: 그렇죠. 제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저도 농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제 생각이지 결코 객관적으로 볼 때 제가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봐야 되겠죠.

이예진: 그래서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거죠.

마순희: 네. 저도 처음에 와서 배운 기술이 별로 없고 번잡한 대도시에서가 아니라 조용한 농촌에나 가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거든요.

이예진: 북한에서 농사를 짓던 분들이 한국에 와서도 농업에 종사하겠다는 경우가 많을 것 같긴 하네요.

마순희: 예. 얼마 전에 재단에서 영농정착지원 공고가 난 후에 인천에서 살고 있는 50대 후반의 남성분의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요.

그 분은 북한 양강도에서 탈북하기 전까지 농사를 했고 중국에서도 3년 정도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나이도 있어서 기술을 새로 배우기도 힘들고 특별히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기술도 없어서 농촌에 가서 농사를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작년부터 농촌에 가려고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작년에는 지원기간이 지나서 신청하지 못했는데 금년의 공지를 보니 작년보다 많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농촌에 가겠다고 지원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무슨 실습이고 취업이고 그런 복잡한 것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그런 것을 안 해도 농사일에 대해서는 본인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장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예진: 북한에서 농사를 많이 지어서 다 아는데 무슨 교육이 필요하냐는 거였군요.

마순희: 그렇죠. 그래서 제가 설명을 해 드렸습니다. 북한에서 농사했어도 중국에 와서 농사법이나 시설 장비 등이 서로 다른 것처럼 한국도 역시 같을 수 없다, 생소한 농촌에 가서 무턱대고 시작하기보다 실습을 통하여 혹은 취업을 통해서 파악을 한 후에 가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더 좋을 것 같다고 설명해주면서 농촌취업에 실패한 한 북한이탈주민의 사례를 이야기해 드렸습니다.

작년에 제가 알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이 충북지방에 귀농을 하여 흑염소를 키우겠다고 시도하였었는데 거주지 문제, 염소우리의 위치선정과 관리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농촌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재단의 공고를 보고 자기도 작년에 섣부르게 시작하지 말고 실습이라도 해보고 시작했으면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면서 후회를 하였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그 분도 그제야 생각해 보고 다시 전화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예진: 한국에서도 귀농을 원하는 도시민들이 무작정 농촌에 내려갔다가 실패하고 되돌아오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차분한 준비가 필요하죠. 그런데 탈북자들 중에 아무나 원하기만 하면 영농 취업을 할 수 있는 건가요?

마순희: 당연히 자격조건은 있지요. 영농취업이나 실습인 경우에는 만 20세~만 60세 미만인 북한이탈주민으로서 영농관련 경험자,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지자체 및 기타 기관의 영농관련 교육이수자여야 합니다. 실습지원인 경우에는 북한이탈주민 만 20~60세 미만인 경우이고 우대조건이 영농경험자. 교육이수자 등입니다. 창업농가인 경우에 지원을 받으려면 공고일 현재 만 25세~만 60세 미만인 영농경력 6개월 이상인 북한이탈주민이어야 합니다. 또 선도농가 시설지원사업은 공고일 현재 만 25세~만 60세 미만인 북한이탈주민으로 영농경력 2년6개월 이상인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예진: 조건이 좀 있습니다만 기본적인 교육이나 경험, 그리고 신체 건강한 사람이면 된다는 얘기네요. 그러면 열심히 교육을 받고 실습을 한 다음에는 누구나 농업을 경영할 수 있게 되나요?

마순희: 그건 아니고요. 먼저 희망분야, 희망지역 희망실습기간, 이후 영농계획 등을 작성하여 실습신청서를 재단에 제출하고 재단은 그 신청서에 근거하여 실습지를 확보하게 되죠. 서류작성의 적절성이나 신청자의 의지, 영농경력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1차 선발을 합니다. 상반기 중에 실습처를 확보하고 하반기에는 실습자 면접을 거쳐서 영농실습처에 연계합니다. 실습이 끝나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서 창업할 수 있겠죠.

이예진: 그러니까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고 자격조건을 갖추고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다 세워서 해야 한다는 말씀인데 사실 그건 탈북자뿐 아니라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절차죠. 그런데 정부에서 탈북자의 농업 경영을 올해 특히나 더 많이 지원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는 있을까요?

마순희: 그렇죠. 경력이나 능력 등의 부족으로 새로운 산업 분야의 업무를 시도하기 힘들어 하는 탈북자들이 농촌에서 취업 혹은 창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이유죠. 영농을 통하여 북한이탈주민의 자립자활기회를 제공하고 영농분야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성공사례들을 많이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지원하고 있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기관지인 동포사랑에는 귀농이나 창업에 성공한 많은 탈북자들의 사례가 소개되고 있고 그분들의 성과에 힘입어 열심히 동참하려는 사람들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농촌에 귀농하려는 북한이탈주민들이 꼭 명심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예진: 뭐가 있을까요?

마순희: 북한이나 아니면 중국에서 농촌이나 영농사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고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될 수 있으면 실습이나 영농기관이나 농가 등에 취업 등 농촌을 실제로 경험해 보고 결정하는 것이 실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도 건강을 생각해서 부러 도시를 떠나서 농촌의 전원생활이나 귀농을 선택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도 대도시나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공기 좋고 물 좋은 농촌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사례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예진: 도심 생활에 지친 남한 사람들이나 북한에서의 농촌 경험을 가진 탈북자들이나 한 번쯤은 농촌에서, 자연에서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오늘 들으신 것처럼 꼼꼼한 계획이 없다면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