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새 가정 꾸렸는데 뒤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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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 북한에서도 종종 쓰죠? 사회적인 규범 안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사는 사람, 법적인 다툼이나 제재를 받을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그렇게 빗대어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법의 힘을 빌릴 때가 많은데요. 탈북해서 살다보면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법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결혼과 이혼 문제가 대표적이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결혼과 이혼에 관해 해결해야할 서류문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호적을 고치고 싶어 하는 탈북자들의 사례를 들어봤는데요. 이름이나 나이가 아닌 결혼과 관련해서 호적을 고치고 싶어 하는 탈북자들도 많다, 이런 얘기까지 했죠. 실제로 배우자를 북한에 두고 온 탈북자들 가운데 남한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은데, 북한에 두고 온 배우자와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았을 때, 일단은 북한에 있는 남편과도 서류상 정리는 가능한가요?

마순희: 네. 북한에 있는 배우자와의 이혼문제로 법률상담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북한이탈주민들인 경우 2-3개월의 시간을 들이면 이혼수속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혼을 하려면 먼저 통일부에서 '재북 배우자의 보호결정여부에 관한 확인서', 즉 혼인 등기되어 있는 배우자가 한국에 오지 않았다는 증명서류를 발급받고 가정법원에 이혼신청서와 사유서와 서류들을 가지고 이혼신청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2개월 남짓한 공시송달기한을 거친 후 이혼신청에 이의가 없는 것으로 인정하고 이혼을 법적으로 해주는 것입니다.

이예진: 공시송달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경우 소송 내용을 북한에 전달할 수 없는 경우에 일정기간 법원 게시판에 게시해 법적으로 해결해주는 제도를 말하죠. 실제로 북한에서 배우자가 사망했더라도 이혼으로 법적인 정리는 가능하다는 말씀이시잖아요. 어쨌든 홀로 탈북했을 경우, 한국에서 새 가정을 꾸리기 싶은 분들에게는 참 복잡한 일인 것 같은데요. 북한에 있는 남편과 서류상으로 이혼을 한 다음 한국에서 새 가정을 꾸렸는데 나중에 북한에 있는 남편이 한국에 와서 이의를 제기한다면 이거 어떻게 되는 거죠?

마순희: 이혼을 결심하고 신청하기까지는 나름대로 배우자가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한다든가 아니면 이미 다른 가정을 꾸렸다든가 확실한 경우에 이혼을 신청하여 법적으로 서류를 정리하고 한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몇 년 동안 소식도 모르고 지내다가 다른 분과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북한의 처와 아들이 찾아 왔던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이예진: 그러니까요. 이럴 때 참 난처하잖아요.

마순희: 실제로 제가 국립의료원 상담실에서 일할 때 만났던 분들의 이야기였는데요. 함경북도가 고향이신 50대 남성분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날 중국으로 돈 벌러 간다고 처와 아들, 그리고 두 여성이 함께 도강을 하였는데 변방대의 단속에 걸렸답니다. 그날 밤 총소리가 울렸고 모두 사망했다는 소문만 들려왔다고 합니다. 처가 사망한 줄로만 알게 된 그 남성은 혼자서 살기 힘들어서 한 마을에 있는 여성과 재혼을 했고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지방에서 잘 정착하여 열심히 살고 있었고 봉사활동에도 많이 참가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KBS의 '남북의 창'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망한 줄 알았던 처가 중국에서 그 TV를 보게 되었고 아들을 데리고 남편을 찾아서 한국에 오게 된 것입니다. 후에 함께 살던 여성과는 결혼등록은 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 여성 역시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의 아들과 처가 찾아왔는데 자기가 도리 상 물러난다고 하면서 그들이 다시 가정을 합치도록 배려해 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처와 아들이 와서 반가운 것은 있겠지만 그동안 함께 살면서 생사를 가르는 어려움을 함께 해왔던 여성과 갈라져야 하는 그 남성의 심정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저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예진: 또 다른 이산가족이 되는 거네요.

마순희: 그런 셈이죠. 그 분 뿐 아니라 또 다른 사연도 있었습니다. 한 여성분은 아들딸과 함께 중국으로 장사하러 갔다가 북한으로 인차 나가지 못했고 소식이 연결되었을 때에는 막내딸과 함께 남아있던 남편이 북한에서 다른 여성과 재가해서 살고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을 포기하고 오누이를 데리고 한국에 온 그 여성은 어느 날 북한에서 살고 있는 남편이 결핵으로 목숨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자신은 다시는 남편을 돌아보고 싶지 않았지만 그대로 두면 아버지가 돌아가신다고 눈물로 애원하는 자식들과 남편의 사과하는 전화를 받고 막내딸과 남편을 한국으로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만났으면 문제없이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들도 있더라고요.

이예진: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겼나요?

마순희: 네. 처음에는 병도 고치고 잘 살게 되어서 감사하게 생각하던 남편이었는데 북한에서 직행한 남편의 눈에는 중국에서부터 교회에 다니던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마음에 안 들어 했습니다. 주일마다 교회에 가는 것도 왜 가는지 이해가 안 갔기에 갔다 오기만 하면 말다툼을 벌였다고 합니다.

생각다 못 해서 교회에 가서 뭘 하는지 직접 체험을 시킨다고 남편을 데리고 교회에 갔더니 그게 또한 더 큰 문제를 불러 왔습니다. 교회에 가면 모든 목회자들이나 집사님, 권사님 하는 분들이 "사랑합니다. 성도님" 하면서 손도 잡아주고 포옹도 하고 그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이예진: 그렇죠.

마순희: 그런데 그 남편 분은 예배하는 동안 내내 볼이 부어있더니 집에 와서 야단을 하더랍니다. 저희들이 뭐라고 남의 여편네를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하느냐, 당신은 그게 좋아서 교회에 다니는 것 아니냐 하면서 생트집을 걸어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또 혼자 남아 있으면 교회에 가서 뭐하다가 이제 오냐고 하고, 데리고 가면 교회문화가 납득이 안 되어 또 싸우고 참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지, 게다가 60살이 다 되었지만 건강이 회복되자 주유소에서 일을 하여 돈을 조금씩 벌어서는 모아두었다가 북한에 있는 여성에게 몰래 송금하기도 하니 몸은 함께 살면서도 서로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이예진: 복잡하네요. 문화적인 차이부터 또 다른 아내까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얘긴데요. 그래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이런 복잡한 문제가 생기기까지 남한과 북한이 가장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따로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복잡하지만 탈북자들에게는 해결해야 할 호적 등의 서류문제가 더 있다고 합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한국이 아닌 해외에 거주하다 생기는 각종 서류문제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남북하나지원재단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