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1) 월급을 어디에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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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 달 동안 일한 대가로 월급을 받습니다. 북한에서는 '로임'이라고 하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에서의 월급은 북한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또 다르게 쓰이는데요. 사회 초년생인 우리 청년들은 이 월급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요? <청춘만세>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7월 시작되면서 날도 너무 덥고 그래서 지칠 때도 많은데 그래도 직장인들에게는 한 달에 한 번 기쁜 날이 있죠?

예은 : 통장을 확인할 때(웃음)?

진행자 : 그렇죠, 바로 노동의 대가가 들어오는 월급날이 아닐까 싶은데 여러분 월급날은 언제인가요?

클레이튼 : 매월 25일인데, 통장 확인하면 신나요.

광성 : 저도 25일인데 (통장에 있는 돈을) 볼 때마다 기뻐요. 저는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밖에 안 돼서 아직은 실감이 안 나요. 그렇게 많은 돈이 통장에 찍힌다는 게.

예은 : 아, 많은 돈이구나(웃음)!

광성 : 학생 때보다는 많죠(웃음). 어쨌든 돈을 확인하면 좋더라고요.

진행자 : 지금 예은 씨는 대학원, 그러니까 대학 다음 석사 과정을 준비하기 위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잖아요. 어쨌든 월급은 받아봤죠?

예은 : 네, 그 직장에서는 매달 10일에 월급을 받았는데 월초가 되면 돈이 떨어져서 힘든데 딱 10일에 통장을 확인해보면 월급이 들어와 있어요.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웃음).

진행자 : 저희 부모님 세대에는 봉투에 현금으로 월급을 넣어줬는데 요즘은 다들 통장에 바로 입금이 되니까 바쁘다 보면 월급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어느 날 통장을 보면 뭔가 다 빠져나가고, 나의 원래 월급이 얼마인지도 잘 모르겠고(웃음).

클레이튼 : 저도 몇 번 그랬어요(웃음).

진행자 : 지금 광성 씨는 대학 졸업해서 회사 다닌 지 3개월 정도 됐고, 클레이튼은 9개월. 다들 아직 1년이 안 된 건데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으로 목돈이 생긴 경험은 처음이잖아요. 내가 첫 월급을 탔을 때 뭘 했는지 기억하고 있나요?

예은 : 저는 부모님께 용돈 드렸어요.

광성 : 그런 게 있더라고요. 첫 월급 받으면 부모님께 빨간 내의를 사드려야 한다고 해서 저도 사드렸어요.

진행자 : 상징적인 거죠. 요즘 빨간 내의를 잘 입지는 않습니다(웃음).

클레이튼 : 얘기를 듣고 보니 제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첫 월급 받아서 전자기타 샀어요. 저한테 쓴 거죠(웃음).

진행자 : 2015년 기준 남한에서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들의 초임 연봉, 그러니까 월급 12번이 합쳐진 한 해 동안 받는 임금이 아마 북한 청취자 여러분도 아실 거예요, 삼성이나 LG 같은 큰 회사 이런 대기업은 평균 4천만 원, 1달러를 천 원으로 계산하면 4만 달러 정도고 (사원수) 5명 미만의 작은 영세기업은 2천만 원, 2만 달러 정도라고 해요. 대기업과 영세기업의 임금이 두 배 정도 차이 나는 거죠.

예은 : 보통 대기업을 들어가지 않는 이상 신입사원은 평균적으로 2만5천 달러 정도 받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일단 그럼 여기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는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남한의 평범한, 일반적인 신입사원들 상황이잖아요. 월급에 만족하나요? 내가 일하는 것만큼은 받는 것 같다?

예은 : 저는 일할 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었는데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하고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도 계속 강의를 준비하니까 잠을 자는 시간 빼고는 근무의 연속이더라고요. 나름 육체노동이고 정신노동인데, 거기에 비해서는 많이 못 받았다고 생각해요.

광성 : 저는 만족하는 편이에요. 물론 아직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서 돈 욕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는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클레이튼 : 저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좀 적게 버는 편이지만 혼자 사니까 충분히 저축할 수 있고. 그런데 제가 일하는 시간에 비해서는 적게 받는 것 같습니다. 8시30분까지 출근해야 하고, 저녁 8시 9시까지 일할 때도 있으니까.

진행자 : 광성 씨는 많이 받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만족한다고 했잖아요. 그게 북한과 남한에서 월급의 개념이 달라서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광성 : 그렇죠, 북한에서는 제가 월급을 받을 나이가 아니어서 개념 자체가 없었는데.

진행자 : 그래도 부모님도 계시고, 전체적인 문화라는 게 있잖아요.

광성 : 네, 예전에는 월급이라는 개념보다는 배급의 개념이 컸죠. 배급을 주고 나서 월급은... 2001년 이전에는 70~80원. 돈의 가치가 다르긴 한데 달러로 계산해도 0.5~1달러 정도예요.

예은 : 월급이요?

진행자 : 사회주의 체제대로라면 배급을 주면 월급은 필요 없는 거죠.

광성 : 그런데 배급이 끊기면서 심각한 문제가 된 거예요. 1990년대 중반부터 배급이 줄어들기 시작해서 96~97년에는 아예 끊겼어요. 배급도 안 주고 월급도 안 주고. 북한 정부에서 배급을 줄 능력이 안 되니까 공장들이 생산을 통해 알아서 월급을 주라는 게 2001년부터 시작됐는데, 그때부터 월급이 조금 올랐어요. 그 오른 월급이 100~300원 밖에 안 되는 거예요. 월급이라는 게 우리가 한 달 동안 일하고 나서 한 달 동안 식량 등 쓸 돈을 받는 건데 북한에서는 그 월급으로 생활을 못해요. 그때 100원, 200원 받을 때도 쌀이 30원, 50원 했으니까.

예은 : 남한 같은 경우는 월급으로 모든 것을 해야 하지만 북한은 사회주의 체재 이론대로라면 집도 주고, 교육이나 의료 혜택이 무상으로 된다면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잖아요. 남한은 의료비도 스스로 내고, 교육비도 만만치 않고, 집도 자기가 벌어서 사야 하니까 물가에 비해서는 버는 돈이 부족해서 저축도 하면서 살아가거든요.

광성 : 90년대 초반까지는 무상 교육, 무상 치료, 세금 면제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런데 점점 어려워지면서 일단 병원에 약이 없어요. 약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아요. 그 약이 병원으로 안 가고 시장으로 가요. 내가 약을 사서 가야 하는데 돈이 없어요. 그러다보니까 무상 치료가 안 되는 거죠. 학교도 마찬가지로 돈은 안 내지만 (다른 면에서) 내라는 게 많아요.

진행자 : 아직 사회주의 틀은 유지가 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용이 안 되고 있는 거네요.

특히 요즘 북한에서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시니까 '남한에서는 일한 만큼 벌 수 있다, 저렇게 다들 잘 살 수 있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너무나 다른 체제잖아요. 여러분이 받는 월급을 대략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드리면 청취자들이 이해하시기 좀 더 쉽지 않을까 싶어요. 월급을 받았을 때 가장 많이 지출하는 부문이 어디일까요?

예은 : 아무래도 저축이 아닐까요? 사회 초년생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은행에 통장을 여러 개 만들어요. 적금이라고 매달 돈을 저축할 수 있는 게 있어요. 달마다 100달러씩 넣는다면 2년이면 2400달러가 되잖아요.

진행자 : 거기에 이자가 조금 붙죠. 요즘 이율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습니다만. 그런데 지금 예은 씨는 부모님과 같이 생활하니까 집에 대한 걱정이 없어서 목돈이 드는 게 저축이라고 말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저축은 돈을 쓰는 건 아니죠, 모으는 거죠. 클레이튼은 돈이 어디에 가장 많이 들어가나요?

클레이튼 : 당연히 집값으로 많이 나가죠.

진행자 : 월급의 어느 정도나 나가나요?

클레이튼 : 집이 좀 작아서... 1/6? 저희 형은 미국 워싱턴에 사는데 거기는 정말 비싸더라고요. 월급의 반 정도?

진행자 : 요즘 서울도 마찬가지죠. 서울은 지방보다 3배 이상 비싸거든요. 원룸이라고 해서 방 하나에 화장실이며 부엌이며 다 있는 형태의 집인데 대학가 등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은 그 방 하나에 한 달에 70만 원, 700달러 정도 하는 것 같아요. 한 달에 2백만 원을 번다면 1/3은 방값으로 나가는 거죠. '집을 사지 그러느냐'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런 말이 있잖아요. 서울에서 20평형대 집을 사려면 직장인들이 월급을 하나도 안 쓰고 20년이 걸린다!

클레이튼 : 저도 8월에 집 계약이 끝나는데 시골로 갈까 생각중이에요. 같은 가격에 서울보다 2배 넓은 집을 구할 수 있으니까요.

진행자 : 그런데 서울 외곽이 경기도잖아요. 서울까지 들어오는 시간이 있으니까 외곽 도시들도 서울과 가까울수록 서울과 비슷하게 비쌉니다. 이렇게 월급의 1/3은 집값으로, 방값으로 나가는 거죠. 서울에 혼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 다음 지출이 많은 부문이 뭘까요?

예은 : 차가 있는 사람들은 유지비가 많이 들 것 같아요. 한 달에 500달러 이상은...

진행자 : 유지비만 얘기한 거잖아요? 자동차를 사려면. 자동차 웬만한 게 2천만 원, 2만 달러 정도 하죠? 그걸 또 할부로 사서 한 5년에 걸쳐 매달 나눠 내는 거죠.

진행자 : 듣기로 탈북자들이, 특히 남자 분들이 남한에 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운전면허증을 따는 거라고 들었어요. 자동차에도 관심이 많고.

광성 : 일단 차를 타면 간부예요. 그런 꿈이 있는 거죠. 내가 운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도 10년 전까지는 운전을 할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남한에서 운전 연습도 하고 면허증도 따고, 가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행자 : 또 돈을 많이 쓰는 게 어딜까요? 여자들은 많이 드는 비용이...

예은 : 미용이나 옷. 쇼핑을 할 때 옷이나 화장품을 많이 사는데 그게 정말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요.

진행자 : 옷값이 방값 비슷하게 나가요(웃음).

예은 : 네, 계절도 다양하고 유행도 바뀌니까 거기에 맞춰 옷을 사다 보면 돈을 못 모읍니다.

광성 :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훨씬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머리(모양 바꾸는 것)도 비쌉니다.

예은 : 네, 제대로 하면 2~300 달러 정도.

클레이튼 : 네? 난 10달러인데?

예은 : 머리 길이가 다르잖아요.

진행자 : 미용실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청취자 여러분이 남한 드라마에서 많이 봤을 압구정동, 청담동 이런 곳들은 머리 자르는 데 50달러 이상입니다.

예은 : 남자는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들어가는 것 같긴 해요. 여자들은 꾸미는 데 돈을 많이 쓰는 편이거든요.

진행자 : 남자들은 술 마시는 데 돈을 많이 쓰지 않나요?

클레이튼 : 맞아요, 술 안 마셨다면 제가 부자 됐을 거예요(웃음).

진행자 : 한 달에 얼마나 써요?

클레이튼 : 20만 원, 200달러 정도?

광성 : 얼마 안 쓰네요. 거의 한 번 술 마실 때 70~80달러 쓰는데. 일반 음식점 가도 두세 명이 마시고 안주 주문하면. 그런 거 두세 번 하면 3~4백 달러 나가죠.

진행자 : 그리고 남자들 같은 경우 여기에는 없는 것 같은데 시계에 욕심 많은 친구들도 있죠.

클레이튼 : 그거 돈 정말 아까워요. 휴대폰 보면 몇 시인지 알 수 있는데 왜 천 달러, 만 달러짜리...

진행자 : 여자들이 클레이튼 싫어하는 명품 가방, 그러니까 아주 고가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표의 가방을 사는 데 돈을 많이 들인다면 남자들은 시계나 자동차에 돈을 쓰는 편이죠.

광성 : 운동하는 장비에도요.

예은 : 그리고 전자기기도 많이 사더라고요.

진행자 : 남한에서 그거 무시 못 하죠. 핸드폰, 노트북... 사실 휴대폰, 손전화 같은 경우 북한에서는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는데 남한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두 회사 제품이 보통 700~800달러 하죠? 비싼 거죠.

광성 : 북한에서도 그 정도 해요.

클레이튼 : 그럼 어떻게 사요?

광성 : 그만큼 돈이 있다는 거죠.

진행자 : 사는 사람만 사는 거군요. 남한은 국민의 90% 정도가 핸드폰을 갖고 있는데 20~30대, 40대, 50대까지도 새 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이 멀쩡한데도 바꾸고 싶어 해요. 전자제품에 대한 욕심이 있습니다.

광성 : 특히 남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진행자 : 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은 : 보험료는 안 내세요?

진행자 : 보험료도 많이 내죠. 북한은 보험료 개념도 없죠?

남한에서 직장인들은 의무적으로 이 보험료라는 걸 냅니다. 어떤 보험료를 내는지, 월급을 또 어디에 사용하는지, 저축은 왜 하는지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들어보죠.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