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청취자 여러분과 먼저 유럽으로 떠나야 할 것 같은데요. EU, 그러니까 유럽연합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독일, 프랑스, 영국, 벨기에,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대륙에 있는 여러 나라가 지난 1993년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 건데요. 2000년대 들어서는 과거 사회주의였던 이른바 동유럽 국가들이 가입하면서 현재 20여 개 나라들이 유럽연합에 속해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가장 큰 목적은 유럽 내 단일시장을 만들어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발전을 촉진하는 것인데요. 그래서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대부분 유로라는 같은 화폐를 사용하고, 유럽 의회를 만들어 외교와 방위를 함께 의논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이 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할지 여부를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투표를 실시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오늘 <청춘 만세> 시간에는 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냈나요?
예은 : 날씨가 너무 더워서...
광성 :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녁에 창문 열어 놓으면 시원했는데 이제 밤에는 너무 덥더라고요. 여름이구나 생각돼요.
진행자 : 저는 요즘 좀 우울합니다. 파운드를 조금 갖고 있는데 30여 년 만에 최대 폭으로, (1파운드 당)3백 원 이상 떨어졌어요.
광성 : 저는 반대로 샀어요. 며칠 뒤에 독일에 갈 일이 있는데 유로가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바로 샀어요.
진행자 : 지금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잖아요, 브렉시트라고. 원어 발음으로 들어볼까요?
클레이튼 : Brexit!
진행자 : 무슨 뜻인지도 설명해 주세요. 지금 이것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거든요.
클레이튼 : Britain + Exit, 줄여서 'Brexit'라고 하는데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거예요. 원래 유럽연합에 속해 있었는데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탈퇴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 북한 청취자 여러분이 유럽연합, EU에 대해서는 잘 모르실 거예요?
광성 : 네. 프랑스나 영국, 독일 등 유럽에 있는 여러 나라들이 어떻게 보면 하나의 나라처럼 정치나 경제를 함께 논의하고 있는데 영국이 탈퇴를 선언한 거죠.
진행자 : 그렇죠. 예를 들면, 물론 영국은 파운드로 화폐를 따로 사용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과거에 각각의 화폐를 사용하다 유럽연합이 결성되면서 유로로 화폐도 통합하고, 유럽 내에서는 국가 간에 여권 검사도 하지 않고 드나들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 취직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남한에서 어떤 경제적인 협력을 할 때 각 나라가 아니라 유럽연합 전체를 상대로 하는 정책들이 있죠.
그런데 영국 내부에서 여러 문제가 생기면서 '유럽연합을 탈퇴할 것인가 말 것인가' 국민투표를 했는데 국민들이 '탈퇴하자'는 쪽에 더 많이 투표한 거죠.
광성 :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탈퇴 선언은 하지 않았죠.
진행자 : 그렇죠, 또 의회의 결정을 거쳐야 해요. 자, '국민투표를 해서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했다' 계속 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국민투표에 대해 예은 씨가 좀 더 설명을 해주겠어요?
예은 : 국민투표는 직접 국민들이 참여해서 민주적인 절차로 어떤 정책을 결정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요. 헌법을 바꿀 때 국민들의 의견을 묻기도 해요. 또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국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 투표를 하기도 합니다. 남한 같은 경우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는 국민투표로 이뤄지고 있고요. 헌법을 개정할 때도 국민투표가 이뤄졌는데, 아직 중요한 정책 사안에 대해서 국민들의 의사를 직접 물어본 적은 없었어요.
진행자 :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국민투표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투표하는 거겠죠. 남한에서도 그건 정기적으로 이뤄집니다. 매번 모든 사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면 얼마나 번거롭겠어요.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나라 일을 결정하는 건데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라고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한 거예요, 국민투표라는 게.
영국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네 개의 나라가 더해진 연합국이잖아요. 스코틀랜드가 '우리 독립하고 싶다'고 말해서 작년에도 국민투표를 했습니다. '스코틀랜드가 연합국으로 남아 있는 게 좋겠느냐, 아니면 독립하는 게 좋겠느냐'를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때도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투표 결과가 나와서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올해 또 국민투표를 한 거죠. '유럽연합에서 탈퇴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북한식으로 하면 대의원들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본 거예요.
광성 :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어요. 왜냐면 남한에서는 국회의원 선거를 하면 후보가 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라서 국민들에게 어떻게 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하는데 북한에는 추천을 받아서 단일 후보로 선거에 나오고, 주민들도 반대를 할 수 없어요. 반대를 하면 거의 간첩으로 몰아가다 보니까. 투표를 독려하는 포스터가 있는데 '며칠은 대의원을 선거하는 날이다, 모두 다 찬성표로!' 무조건 찬성해야 해요.
클레이튼 : 무슨 투표가 그래요(웃음)?
진행자 : 형식적인 거죠.
광성 : 네, 지금 방송 듣는 청취자들은 '뭔가에 반대해도 되나'라고 의아해 할 수 있는데 민주주의에서는 나의 의지에 따라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어요.
예은 : 그래서 이번에 찬성하는 쪽도 있고 반대하는 쪽도 있는데 찬성하는 쪽이 결과가 더 높으니까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겠다고 하는 거죠.
진행자 :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번 사안은 민주주의 투표, 그러니까 다수결 원칙의 단점을 보여준 사례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모든 사람이 100% 투표에 참가한 게 아니고 일부는 브렉시트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한 사람도 많다고 해요.
클레이튼 : 그런 뉴스 나왔어요. 국민투표 끝나고 나서 인터넷에 '유럽연합이 뭐냐, 브렉시트 뭐냐'는 검색이 1위였대요.
진행자 : 그러니까 유럽연합이나 브렉시트가 뭔지도 모르고 어쩌면 국가에 대한 불만을 그런 식으로 표출한 거죠.
예은 : 아무래도 일반 국민은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책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자기가 체감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잖아요. 분석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만 듣고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요. 그래서 민주주의의 단점을 중우정치라고 해요.
진행자 : 어찌 보면 좀 우둔하고 어리석은 선택인 거죠.
예은 : 제 생각에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영국 국민들이 많이 후회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사실 유럽연합에서 영국이 탈퇴할 경우 많은 제도를 바꿔야 하고 경제적으로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예고까지 나왔는데도 영국 국민들이 탈퇴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거죠. 투표 결과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으니 되돌릴 수도 없고. 그래서 영국 사람들 사이에 다시 투표하자는 얘기가 있잖아요.
예은 : 보통 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전체 국민의 75% 이상이어야 하고, 찬성하는 사람이 60% 이상이어야만 통과된 것으로 보는데 그 수치에 조금 못 미친다고 다시 투표하자고 청원을 한 거예요.
진행자 : 410만 명이 서명을 했다고 해요.
예은 : 그런데 의회에서 이미 이뤄진 투표이기 때문에 번복할 수 없다고 밝혔어요.
진행자 : 3천3백만 명이 투표에 참가했으니까. 민주주의라서 이미 투표로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번복할 수 없는 거죠.
지금 영국 국민들도 본인이 행사한 권리에 대해 비싼 대가로 공부를 하고 다음에는 좀 더 현명하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영국 내에서는 일단 이렇게 결정이 났으니까 어떻게 하면 영국에 더 도움이 될지 많은 논의가 이뤄진다고 해요.
광성 : 저 같은 경우는 그래도 부러워요. 국민투표라는 게 자기 결정권이잖아요. 북한 주민들에게는 선거라는 게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과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밖에 없어요. 그런데 거기서 뽑힌 대의원들도 최고상임위원회 같은 데 가서 결정을 못해요. 다 결정된 상태에서 손들어서 찬성만 하는 거예요.
진행자 : 손을 들어서 해요? 비밀투표도 아니고?
예은 : 사실 브렉시트, 그러니까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잖아요. 그 사람들의 투표 결과는 무효처리된 거잖아요. 그래도 영국 사람들은 과반수 사람들이 동의를 했기 때문에 반대 의견도 수렴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는 거죠. 그런데 북한은 자기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잖아요. 북한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는 있을 거 아니에요?
광성 : 모를 걸요. 왜냐면 민주주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그 안에서 투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잘 몰라요.
진행자 : 아까 광성 씨가 말한 것처럼 브렉시트에 관한 국민투표를 했지만 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영국 내 의회 결정을 거쳐야 하고, 유럽연합과도 협의를 해야 합니다. 사실 민주주의라는 게 단순하지는 않죠. 규칙이 있고 그 규칙에 따라 절차를 밟아가야 합니다.
국민투표는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사안별로 국민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건데 남한의 경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외에 전체적인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투표는 거의 없지만 남한에서도 지방자치제가 이뤄지고 있잖아요. 예를 들면 서울특별시, 경기도, 전라도, 경상도 등 따로 지차체가 운영되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주민들에게 물어보는 주민투표가 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일 테고, 다른 나라에서도 국민투표나 주민투표를 통해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들이 많거든요. 사례를 소개해 볼까요?
예은 : 서울시의 경우 예전에 무상급식 관련해서 주민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어요. 두 가지가 있는데 전면적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할 것이냐, 아니면 저소득층 30%에게만 제공할 것이냐...
서울시의회에서는 전면적인 시행을 원했고, 이것에 대해 서울시장이 반대해서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됐는데 사람들이 투표를 많이 안 해서 투표율 33% 미만으로 아예 개표가 안 됐어요.
진행자 : 그런데 시장은...
광성 : 투표 전에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그만 두겠다고 공약을 해서 물러났어요.
진행자 : 어떻게 보면 그릇된 행동이죠.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봐놓고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직한 거니까.
광성 : 저는 멋있다고 생각해요. 자기의 정책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는, 주민들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이번에 영국 총리도 물러났잖아요. 어떻게 보면 본인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 시민들의 생각을 수렴하지 않겠다는 뜻이잖아요. 어떤 의견이 나오든 국민들의 의견에 따라 정책을 펴나가야 하는 건데. 클레이튼은 어떻게 생각해요?
클레이튼 : 그분이 졌다고 생각해서 물러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쪽의 주민 의견과 다르지만 앞으로 더 좋은 일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계속 일해야 하지 않을까.
예은 : 아무래도 시장도 국민들이 투표해서 국민의 대리인으로 서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이지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자리가 아니죠.
진행자 : 방금 생각해봤는데 광성 씨가 물러난 시장이나 총리에 대해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게 북한에서는 물러나는 사람이 없죠(웃음)?
광성 : 위에서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하죠(웃음). 남한에서 시장이나 도지사면 북한에서 시당책임비서, 도당책임비서로 엄청난 권력을 가진 사람이잖아요.
진행자 : 그렇죠, 특히 서울시장이면 천만 시민을 대표하는 자리인데 그걸 스스로 물러날 수 있다는 게 광성 씨 입장에서는 충격일 것 같아요.
예은 : 그만큼 책임감이 있는 거죠. 북한 체재에서는 권력자들이 국민보다는 자기 안위를 더 신경 쓸 것 같아요.
광성 : 나의 안위와 어떻게 하면 윗사람들에게 잘 보여서 나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진행자 : 주민투표가 남한에서는 2004년부터 시작됐습니다. 13년간 전국 지자체가 243곳인데 주민투표가 이뤄진 건 8건밖에 안 된대요. 그러니까 남한에서도 활성화된 건 아니에요. 좀 전에 말한 2011년에 이뤄진 서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무상급식 관련 투표가 가장 대표적이었고. 그런데 미국에서는 주별로 굉장히 많이 이뤄지죠?
클레이튼 : 네, 선거할 때마다 항상 주민투표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동성결혼, 그러니까 동성이 결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대마초를 허용하느냐 안 하느냐. 낙태에 관해서도 주마다 기준이 다르고.
진행자 : 총기 사용에 대해서도 묻죠?
클레이튼 : 네, 그것도 주마다 달라요.
광성 : 들으면서도 놀라운 게 남자끼리 여자끼리 어떻게 결혼을 하지? 또 마약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투표한다는 게...
클레이튼 : 혼란스럽겠죠(웃음)?
청취자 여러분도 놀라셨나요? 그런데 많은 나라에서 이런 사안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의견을 물어보고 법칙을 정합니다. 다음 시간에 좀 더 자세히 들어볼까요?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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