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2) 북한서 국민투표 한다면?

0:00 / 0:00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부터 국민투표, 주민투표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 1993년부터 유럽 대륙의 많은 나라들이 유럽연합이라는 공동체를 결성해서 경제적, 정치적으로 협력하고 있는데요. 최근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에서 탈퇴할지 여부를 국민들에게 직접 묻는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탈퇴에 찬성하는 투표율이 높게 나오면서 영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많은 민주주의국가에서는 국민들에게 직접 의견을 물어보는 국민투표, 좀 더 작은 단위의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청춘 만세> 이 얘기를 좀 더 나눠보죠.

진행자 : 주민투표가 미국에서는 주별로 굉장히 많이 이뤄지죠?

클레이튼 : 네, 선거할 때마다 항상 주민투표 있습니다. 미국이 워낙 크니까 주별로 특이한 상황이나 사정이 있어서 미국 사람들은 주민투표 자주 하는 편입니다. 사회적인 내용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동성결혼, 그러니까 동성이 결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대마초를 허용하느냐 안 하느냐. 사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술이나 담배처럼 별 피해 없으니까 대마초를 왜 금지하는지 주민투표로 묻고. 낙태에 관해서도 주마다 기준이 다르고.

진행자 : 총기 사용에 대해서도 묻죠?

클레이튼 : 네, 그것도 주마다 달라요.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개인이 총을 소유할 수 있는데 제가 온 켄터키 주에서는 어떤 것이든 가질 수 있는 반면 캘리포니아 주는 제한이 굉장히 많습니다.

예은 : 그럼 투표해본 적 있어요?

클레이튼 : 아니오, 그냥 의원만 뽑았어요. 미국은 동부, 남부, 북부보다 서부에서 주민투표 훨씬 많이 해요.

진행자 : 미국에서도 의원들을 다 뽑잖아요. 왜 그렇게 자주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걸까요?

클레이튼 : 구식인 법안 굉장히 많고, 어떨 때는 의원들이 잘못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으니까 국민투표를 많이 해요.

예은 :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많이 참여하나요?

클레이튼 : '브렉시트' 투표는 따로 실시했잖아요. 미국에서는 국회의원 선거 때 국민투표를 같이 해요. 선거 없을 때 하는 건 이례적이에요. 예를 들어 켄터키 주에서 대마초를 합법화 하는 것에 대해 주민투표를 한다면 의원 뽑을 때 똑같은 시간에 같이 해요.

진행자 : 그러면 확실히 투표율이 높겠네요. 문제되는, 사람들에게 자꾸 얘기 나오는 사안을 모아뒀다 국회의원 선거 때 같이 투표하는 거군요.

예은 : 효율적이네요. 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법안들이니까 투표율이 훨씬 높을 것 같아요.

광성 : 들으면서도 놀라운 게 미국에서는 마약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투표한다는 게...

진행자 : 네덜란드처럼 합법인 나라도 있죠.

광성 : 동성애, 남자끼리 여자끼리 어떻게 결혼을 하지?

클레이튼 : 혼란스럽겠죠(웃음)? 요즘은 최저 임금을 얼마로 하느냐가 가장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어요. 전국적으로 7달러 정도인데 15달러로 인상하자고 시위하고 있더라고요.

예은 : 제가 봤을 때는 미국이 그래도 민주적으로 활성화 돼 있지 않나 생각해요. 미국은 워낙 땅이 크니까 주마다 자치권이 잘 부여돼 있잖아요.

진행자 : 주마다 법이 다 다르죠? 이사 가면 굉장히 복잡하겠어요.

클레이튼 : 네, 복잡하죠. 어떤 건 연방정부가 이렇게 하라는데 주에서는 싫다고. 가끔씩 주에서 연방정부 말대로 하지 않겠다고 재판을 걸기도 해요.

진행자 : 지방자치가 굉장히 활성화 돼 있는 거죠.

광성 : 아마 이 얘기 들으면 북한 청취자분들이 이해가 안 되실 거예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형식적으로나 사람을 뽑는 선거는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말하는 국민투표는 대부분 정책에 대해 의견을 반영하는 건데 그런 건 전혀 없는 거죠?

광성 : 전혀 없죠.

예은 : 저는 조금 걱정이 되는 게 주민이 직접 투표를 한다면 그 사회적인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잖아요.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하는데, 북한의 제도는 생각 자체를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민주적인 사회에 들어왔을 때 혼란스럽지 않을까.

광성 : 개인적으로는 사회주의가 독재로 갈 수밖에 없는 오류가 많다고 생각해요.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사람이 생각을 안 하게, 못하게 해요. 북한 사람들은 생각을 안 해도 돼요. 다 결정해 주니까. 그래서 북한에서 온 분들이 결정 장애라고 잘 결정을 못해요. 친구들과 저녁 먹으러 가면 저도 선택을 잘 못해요.

클레이튼 : 저는 미국에서 왔는데도 선택 잘 못해요(웃음). 친구가 뭘 할 거냐고 물으면 그냥 아무거나.

광성 : 그건 귀찮아서 그럴 수 있는데, 북한에 있을 때는 결정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제 생각에는 북한 주민들에게 조금씩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지 않나. 지금 우리가 하는 방송이나 다른 것을 통해서 청취자들이 생각을 하게 되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은 : 민주주의 제도 역시 장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의견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건 장점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점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광성 : 나중에 통일이 돼서 투표를 하게 되면 북한 지역은 투표율이 엄청날 수 있어요.

진행자 : 그리고 문제될 수 있는 게 민주주의에서도 분명히 단점이 있다고 했잖아요. 투표라는 게 결국은 다수결의 원칙이라서 다수가 선택하면 그게 혹 잘못됐더라고 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여당, 야당에서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도 많은 자리를 차지해야 결정권을 갖게 되는 거니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 같은 경우도 사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유럽연합에 잔존하는 것이 영국에 유리한데 투표 결과가 탈퇴하자 쪽으로 나와서 지금 많은 문제가 생겨난 거잖아요.

통일이 미리 여러 가지 면에서 준비돼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민주주의의 선거나 참정권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통일이 된다면 어떻게 보면 잘못된 다수결, 투표가 이뤄질 수 있잖아요. 북한 인구가 지금 2천5백만 명 정도인데, 잘못된 표가 한꺼번에 몰렸을 때 큰 혼란이 오는 거죠.

광성 : 통일 되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전달하고 나서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민주주의 정신이라는 게 단기간에 심어질 수 있는 게 아니라서 통일을 위해서도 그런 것들이 오랫동안 준비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영국 국민들이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게 던진 한 표 때문에 사회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거잖아요. 한 나라의 국민투표로 전 세계가 출렁인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요.

광성 : 그러니까 북한처럼 갇혀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다 연결돼 있는 거죠.

진행자 : 지금 우리가 미국, 영국 얘기 했는데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국민투표나 주민투표가 활성화돼 있어요. 다른 나라 사례도 말해 줄 수 있나요?

예은 : 유럽연합에 난민 할당제라는 게 있어요. 난민이 들어왔을 때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하는지. 헝가리는 그것에 대해 국민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고요. 오스트리아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부정으로 이뤄졌다고 해서 재투표를 하기로 했어요. 스위스에서는 최근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 주자는 내용의 헌법을 개정하려고 했는데, 만약에 통과됐다면 월 3천 달러 정도를 매달 모든 국민이 받도록.

진행자 : 이민 가고 싶다(웃음)!

예은 : 심지어 아이들도 3천 달러의 1/4을 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제출했는데 통과되지는 않았어요.

진행자 : 그런 걸 국민들에게 물어봐서 결정한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북한 청취자들 입장에서 또 놀라울 수 있는 게 브렉시트, 유럽연합에서 탈퇴하자로 국민투표 결과 결정이 났어요. 그런데 투표 다시 하자면서 410만 명이 서명운동을 했잖아요. 410만 명이면 서울 인구의 반 정도입니다. 남한에서도 길거리에서 서명운동 많이 하죠.

예은 : 네, 보통 시민단체나 대학생들이 보통 인권문제로 많이 해요. 최근에 저희 동네에서는 예산이 다른 시로 넘어가서

우리 시에서 예산을 다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서명운동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름을 적고 주소와 연락처까지 남겼어요.

진행자 : 그런 것도 있죠. 만약 우리 동네에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선다고 하면 주민들이 안 된다고 다 서명운동 하죠.

광성 :주민투표의 일환인 거죠, 의견을 제시하는.

예은 : 시위도 해요.

클레이튼 : 켄터키 주는 시골이라서 서명운동 본 적이 없는데 워싱턴에 가면 국제기구 등에서 서명운동 많이 하더라고요.

진행자 : 뭔가 사안을 바꾸기 위해서 내 이름을 올린다는 것도 북한에서는 낯설겠죠?

광성 : 그런 자체가 없어요. 남한에서는 길거리 보면 시민단체, 비영리단체에서 나와서 이런 정책을 바꾸자며 서명을 받잖아요. 그걸 국회 등에 가져가서 건의를 하겠다는 건데 북한에는 당연히 없어요.

진행자 : 그러니까 형식적으로나마 대의원을 뽑는 선거 외에 국민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전혀 없는 거군요.

광성 : 없어요. 저도 북한에 있을 때는 당연한 일이었는데 명령 몇 호, 예를 들어 김정은이 마약을 하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면 전문이 평양에서 내려와 전국에 퍼져요. 그럼 그건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예은 : 좋은 법안이라면 실행력은 무척 빠르겠네요.

진행자 : 반대 여론이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까 북한에는 여론이라는 게 없어요.

광성 : 여론도 없고, 개인이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죠.

진행자 : 우리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투표, 대표를 뽑고 나서도 그 대표에게 모든 걸 맡기지 않고 주민 손으로 어떤 정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는데 청취자 여러분 이해가 잘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에 있는 정책 중에서 북한 주민들이 직접 의견을 내봤으면 좋겠다는 사안을 말해 볼까요?

예은 : 법적으로 보장돼 있을지도 모르는데 스위스 국민투표처럼 북한에서 월 얼마씩 제공한다! 실현 가능한... 월 100달러? 월 100달러를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제공한다! 거기에 대해 국민들의 찬성, 반대율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요.

클레이튼 : 북한 국민들이 지도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지도자들이 책임감을 더 많이 갖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사람들이 주민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해야 자기 권력을 더 유지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지금 북한에서는 이동의 자유가 없잖아요. 평양에서 개성도 마음대로 못 가는 거잖아요. 왜 못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동의 자유를 허락해 달라'로 국민투표를 해보시면 어떨까.

예은 : 100% 찬성일 것 같아요.

광성 : 텔레비전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북한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해외 영상물도.

진행자 : 인터넷에 제한을 두지 말고 뚫어 달라?

광성 : 그거 좋네요. 마음 놓고 외국 소식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예은 : 그렇게 되면 결국에는 개방도 되고, 정책도 바뀌고, 클레이튼 오빠가 말한 것처럼 지도자를 뽑는 방법도 바뀌게 되지 않을까요.

진행자 : 단계 단계를 밟아서 결국은 최고지도자를 바꾸는 방법까지 달라지는.

광성 : 작은 것이라도 북한 주민들이 뭔가 자기 의사를 밝힐 기회가 있다면 점점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자유를 한 번 맛보면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진행자 : 우리가 민주주의의 또 하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투표, 주민투표에 대해 얘기를 해봤는데 북한에는 전혀 없는 방법이라고 하니까 청취자 여러분이 이 방송을 듣고 북한에 주민투표를 한다면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시고, 내가 내 힘으로 무언가를, 나라의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어떤 건지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이 시간 마무리할게요.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