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 재밌는 사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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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남한에는 학교와 직장,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수많은 동호회가 있습니다. 동호회, 그러니까 같은 취미를 갖고 함께 즐기는 사람의 모임인데요. 1990년대 후반부터는 컴퓨터 사용이 확대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더욱 다채로운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클레이튼, 예은, 광성 씨도 몇몇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데요. 어떤 동호회인지, 또 왜 이런 모임에 가입하는지 함께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요즘 물놀이 가기 좋은 때잖아요. 여러분 동호회나 이런 데서 같이 놀러들 가나요?

클레이튼 : 더울 때는 행복합니다. 요즘 자전거 많이 타고, 테니스 치고 있고, 축구도 가끔씩 하고.

광성 :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가 몇 개예요?

클레이튼 : 세 개 정도(웃음)?

광성 : 클레이튼과 같은 축구 동호회예요.

진행자 : 그래서 예전부터 알았던 거예요?

광성 : 네, 그 축구팀에서 전지훈련 겸 휴가로 가는 게 있어요.

예은 : 대학교 내에서는 동호회를 동아리라고 하잖아요. 저도 봉사 동아리를 했는데 봉사활동은 한 번도 안 갔어요(웃음).

진행자 : 저는 학교 때 방송 동아리를 했어요. 직업까지 연결이 됐네요.

예은 : 저는 동호회는 아니지만 교회에서 단체로 수련회 가는데 바닷가로 가요. 그래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클레이튼 : 동호회라고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동네 모임도 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목적 없이 동네 사람들끼리 같이 밥 먹고, 한잔 하고, 놀고.

진행자 : 지금 사는 동네요?

예은 : 어떻게 알게 됐어요?

클레이튼 : 핸드폰 어플에 '동네 사람들 모임' 같은 게 있더라고요.

예은 : 요즘은 그렇게 인터넷을 통해 많이 모이더라고요. 동네 주민들이 어디에 맛있는 식당이 있는지 정보를 다 알고 있거든요.

진행자 : 그리고 혼자 밥 먹기도 좀 그렇잖아요.

클레이튼 : 다른 친구들 만나면 항상 강남이나 홍대처럼 사람들 자주 가는 곳에 가니까 동네에서 먹는 게 훨씬 편해요. 택시나 버스 탈 필요도 없고 그냥 10분 걸어가면 식당 나오고요.

진행자 : 지금 동호회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청취자 여러분이 대략 짐작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동호회가 어떤 것인지 예은 씨가 설명을 해줄까요?

예은 : 동호회는 일적인 게 아니라 운동이나 음악 등 취미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만든 단체라고 할 수 있어요.

진행자 : 공통 관심사, 취미로 많이 모이는데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운동이나 남한에는 강아지나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이런 걸로 모이는 사람들도 있고, 남한에는 자기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똑같은 자동차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러니까 똑같은 자동차가 수십 대 지나가는 경우도 있고요. 수영해서 한강을 가로지르는 동호회도 있죠.

예은 : 그리고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는 향이 나는 양초가 인기거든요. 그 양초를 만드는 동호회도 있어요. 그래도 가장 보편적인 건 어른들 사이에서는 등산 동호회가 아닐까. 여행 동호회도 많고요.

진행자 :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들 모임도 있잖아요.

클레이튼 : 그거 좀 신기해요.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회는 없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대학교 정도만 있어요.

진행자 : 여러분은 같은 취미 등 무엇을 함께 하기 위해서 사람들과 모인 게 언제부터였던 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교 때 합창단을 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예은 : 저도 초등학교 때부터, 특기반도 동호회의 하나라고 할 수 있잖아요. 저는 일본어 배우는 특기반이었어요.

광성 : 저는 2006년에 남한에서 와서 2007년에 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고등학교 안에 동호회가 많더라고요. 저는 선생님의 권유로 기독교반에 들어갔고, 나중에 자원봉사, 산악 동호회 등 많이 했어요.

클레이튼 :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 동호회 했는데, 학교 밖 축구팀을 찾았어요. 좋은 게 학교 친구 따로 있고, 축구팀 친구도 따로 있는 거예요. 항상 똑같은 친구와 노는 게 아니고, 축구팀 친구들과 놀고 학교 친구들과도 놀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예은 : 친목도모를 위해 동호회를 하기도 하잖아요.

진행자 : 소모임이죠, 한 마디로.

광성 : 북한에도 동호회가 있을까요?

예은 : 북한에도 단체 활동은 많은데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서 하는 동호회는 없을 것 같아요.

클레이튼 : 노동당 관련 동호회 많지 않을까요?

광성 : 동호회라고 말할 수 없는 게 사모임이 없어요. 개인적으로 몇 명 이상이 모여서 같은 걸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요. 물론 친구들끼리 모여서 술 마시고 놀 수는 있지만 사적인 목적으로 모이는 건 안 돼요.

학교 안에는 소조라고 있어요. 인민학교에는 없는데 중고등학교에 가면 음악 소조, 물리 소조, 체육 소조 등 다양하게 있어요. 그런데 예전에는 활성화됐지만 점점 없어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음악 소조 같은 경우 악기를 사야 하는데 원래 학교에 있는 악기로 배웠다면 이제는 내가 사서 들어가야 해요. 저도 트럼펫을 3년 정도 했는데 악기를 제 돈으로 샀어요. 그래서 요즘은 소조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어요.

예은 : 모든 학생이 들어갈 수 있나요?

광성 : 그런 건 아니에요. 뇌물이 필요해요.

진행자 : 생각해 봤더니 저는 어렸을 때 방송반과 합창단을 했는데 대학에서도 방송 동아리를 했고, 사회에서도 성가대를 했네요. 어렸을 때 했던 걸 성인이 돼서도 하고 있는 거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죠. 클레이튼도 어렸을 때 했던 축구를 지금도 하고. 그러니까 학교에서 했던 소조 활동을 사회에서도 할 수 있는 건데 북한에서는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네요?

광성 : 없어요, 어른들은 못 하게 돼 있어요.

진행자 : 그럼 30~40대 남자들, 일반 시민들이 축구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요?

광성 : 체육대회를 만들어 줘요. 2월 16일, 4월 15일. 두 분의 생신인데(웃음), 그날 공장기업소들이 모여서 체육대회를 해요.

진행자 : 동호회, 사모임, 사조직, 친목모임 등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은 왜 이런 활동을 하나요?

예은 :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친목을 쌓을 수 있고, 그리고 다른 사람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요. 특히 학생들은 영어 등 외국어 공부를 하거나 취업 준비할 때 면접 같은 경우는 혼자 준비해서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스터디라는 걸 만들어서 서로 얘기를 나누거나 정보를 공유해요.

광성 : 요즘은 그런 것도 많대요. 남자들이 여자를 사귀기 위해서 동호회에 나가기도 한다고.

진행자 :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잖아요. 왜 자꾸 클레이튼을 보게 되죠(웃음)?

클레이튼 : 너무해요. 여자들이 있기는 해요. 테니스 치는 여자들 많고, 자전거 타는 여자도 좀 있고요.

진행자 : 자전거는 혼자 탈 수도 있잖아요.

클레이튼 : 솔직히 혼자 타는 게 더 편하고 재밌는데 가끔 다른 친구들과 가고 싶을 때가 있어요.

예은 : 사실 같이 하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줘야 하고 함께 조율해야 하니까 그런 게 좀 힘들죠.

클레이튼 : 네, 자전거 같은 경우 엄청 빨리 타고 싶을 때가 있는데 같이 타는 사람들이 천천히 가자고 하면 좀 불편해요.

광성 : 그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도 있죠.

클레이튼 : 그렇죠, 끝나면 술 한잔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진행자 : 클레이튼은 외국 사람이니까 남한에서 학교나 직장 아니면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적잖아요.

클레이튼 : 동네 모임에 나가게 된 것도 그 이유죠. 한국 처음 왔을 때는 아는 사람도 없고, 한국 생활도 낯설어서 이런 모임에 나가면 친구 생길 수 있고 재밌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진행자 : 미국에서도 동호회를 많이 하나요?

클레이튼 : 네, 직장에서는 킥볼이라고 야구와 비슷한 걸 많이 하더라고요. 그리고 남한처럼 봉사활동이나 종교 관련 동호회가 많아요.

진행자 : 러시아는 어때요?

예은 : 많이 활동하는 것 같아요. 특히 대학생들은 춤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해요.

진행자 : 광성 군은 좀 낯설 수도 있었을 텐데 남한에서 동호회 활동 해보니까 어때요?

광성 : 고등학교 때 처음 시작했는데 낯가림이 있어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 다가가기 힘들었어요. 그래도 그런 경험을 조금씩 하다 보니까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능력도 생기고.

진행자 : 그럼 북한에서와 달리 남한에서 동호회 활동을 해보니 이런 것들이 좋더라... 가장 큰 건 뭘까요?

광성 : 정보요.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내가 몰랐던 새로운 소식을 들으면서 부족한 점도 채우고 새로운 인간관계도 잘 형성되는 것 같고요.

진행자 :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맘을 터놓고 얘기하는 등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도 해요?

광성 : 네, 축구팀에서 만난 형들과 같이 술도 마시고.

예은 : 역시 남자들은 운동하면서 친해지나 봐요.

진행자 : 예은 씨는 생각보다 동호회 활동을 안 하네요? 이유가 있나요?

예은 : 저는 지금 일단 취미생활을 할 자격이...

클레이튼 : 무슨 자격이요(웃음)?

예은 :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저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탱고 등 춤을 배워보고 싶거든요.

진행자 : 예은 씨는 지금 취업 내지는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어서 동호회 활동도 시간과 돈이 있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말하는 거겠죠.

예은 : 네, 저는 공부 관련 동아리는 활발히 하고 있고요. 취미생활로 하는 동호회는 못하고 있어요. 사람이라면 관심사가 다 있잖아요. 하지만 삶이 여유로울 때 취미생활도 할 수 있는 건데 동호회 활동도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돈을 쓰게 마련이잖아요. 북한 사람들은 일단 먹고살기 바쁜 데다 삶이 여유롭지 못해서 만약에 자유가 주워진다 해도 당장은 동호회 활동을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광성 : 힘들죠, 그리고 안 해봐서 어떻게 하는지도 모를 테고요.

진행자 : 저희가 오늘 동호회 활동에 대해서 얘기를 해봤는데 북한에는 없는 가장 대표적인 모임일 거예요.

광성 : 사조직과 사조직이 아니라는 차이가 가장 크죠.

진행자 : 북한에 없는 이유는 뭘까요?

광성 : 사조직을 만들 수가 없어요. 개인적인 게 아니라 국가적인 일로 번질까봐. 몇 명씩 모여서 반란이나 내란 음모 등 반국가적인 모의를 한다고 해서 사조직을 없애기 위해서 감시를 해요.

진행자 : 이 말 자체가 사회주의, 북한 체제의 허점을 드러내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모이면 국가에 대해서 뭔가 비판하게 된다... 비판할 거리를 갖고 있는 거잖아요.

광성 : 본인들도 무서운 거예요. 무서우니까 사람들이 모이는 걸 막는 거겠죠.

진행자 : 사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면 같이 밥 먹고 술 마시자고, 같이 놀러가자고 만나는 건데 그런 모임이 없다는 게 안타깝네요.

광성 : 그게 기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의 실체를 단면적으로 보여 주는 거죠.

진행자 : 어떤 모임이든 누군가는 만들어야 사람들이 모여들잖아요. 여러분이 만약 북한에 가서 동호회를 하나 만든다면 어떤 걸 하면 북한 주민들이 가장 재밌게 참여할 수 있을까요?

광성 : 저는 먹거리 찾아다니는 거요. 같이 조선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특산물도 먹고 여행도 하고.

예은 : 여행도 좋을 것 같아요. 일단 북한 내에서도 이동의 자유가 없으니까 많이 못 돌아다니셨을 테고 남한도 낯설 테니까 여행 모임도 좋을 것 같고. 다 같이 모여서 영화보기?

진행자 : 저도 방금 그 생각 했어요. 장소를 구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 보는 모임을 만들겠습니다.

클레이튼 : 저는 운동 좋아하니까 축구 모임.

진행자 : 축구 좋네요. 북한에는 없는 동호회가 북한에 생긴다면 또 남한이나 다른 곳에서 접하게 된다면 청취자 여러분은 어떤 동호회에 가입하실지 생각해보는 즐거운 시간 되셨으면 좋겠네요.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