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1) 이사 몇 번이나 해봤나요?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은 지금껏 이사를 몇 번이나 해보셨나요? 남한에서는 이사를 꽤 자주 하는 편입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집값이 너무 비싸서 자기 집을 소유한 사람보다 임대료, 그러니까 돈을 내고 집을 빌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그 계약이 끝나는 1~2년 단위로 조건에 맞는 다른 집을 찾아 이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청년들도 이사를 꽤 많이 했다고 하는데요. <청춘 만세>, 오늘은 이 얘기 좀 들어볼까요?

진행자 : 안녕하세요. 요즘 정말 덥습니다. 한반도가 푹푹 찌는 것 같아요. 서울의 기온이 35도, 36도까지 올라가고, 체감온도는 40도를 넘는다고 해요.

예은 : 집안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요.

진행자 :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이렇게 더운 날 이사를 한 사람이 있다고 해요? 클레이튼 어제 이사했다면서요?

클레이튼 : 네, 홍수 나듯이 땀이 엄청 나왔습니다(웃음).

진행자 : 그래서 오늘 이사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한에서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하거나 결혼을 하면서 특히 서울에 살 경우 이사를 꽤 많이 하게 되거든요. 여러분은 지금까지 이사를 몇 번이나 해봤나요?

클레이튼 : 사실 미국에 있을 때는 이사를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남한에 와서 6년 동안 5번이나 했어요.

처음에 (서울) 잠실에 살았고, 당산으로 갔다 그 다음 전주시, 다시 당산, 어제는 가양으로 이사 갔습니다. 이사하는 거 너무 싫어요.

광성 : 저도 비슷해요. 남한에 온 지 10년 됐는데 7번 정도 이사한 것 같아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광성 : 북한에서는 1번. 시골에 있다 시내로 이사 간 적이 있고. 남한에 와서는 대학 때문에 서울에 와서 살다 보니까 거의 1년에 1번은 이사를 했어요.

예은 : 다들 혼자 생활하니까 이사를 많이 하셨나 봐요. 저희 집이 이사를 많이 한 편인데도 5번 밖에 안 되거든요.

진행자 : 나이는 제가 여러분보다 많은데 이사는 적게 했는데요. 저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태어난 집에서 쭉 살아서 이사를 안 했고, 서울로 대학 와서도 한 집에 오래 산 편이라 3번 정도 이사했어요. 저도 작년 여름에 이사 했는데 정말 더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리는 다 끝났어요?

클레이튼 : 아니요, 막 시작했어요. 빙산의 일각 정도(웃음). 정리하는 거 정말 힘들어요. 여기에 넣을까, 분위기는 여기가 더 좋을 것 같은데.

진행자 : 어느 정도 크기인지 물어봐도 돼요?

클레이튼 : 한 5평?

진행자 : 그런데도 그 안에서 구조나 위치를 생각하는 거죠(웃음)?

클레이튼 :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웃음).

진행자 : 광성 군은 어때요? 북한에서, 남한에서 이사하는 게 좀 다른가요?

광성 : 다르죠, 북한은 1990년대 중반까지는 이사라는 걸 모르고 살았어요. 집 자체가 국가에서 나오기 때문에 개인이 마음대로 이사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90년대 후반 어려워지기 시작하고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공식적으로는 안 되지만, 비공식적으로 집을... 처음에는 교환하는 형식이었어요. 큰집과 작은집을 교환하면서 돈을 얹어주는 방식이었는데 나중에는 아예 거래로. 저희도 98년에 탄광마을에서 시내로 이사 오면서 그때 돈으로 만천 원인가에 샀어요.

예은 : 그럼 거주지를 이전했을 때 등록하는 거예요?

광성 : 네, 가서 등록해야 해요. 그것도 원래는 어려운데 뇌물을 주면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어요.

예은 : 저는 북한에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는 걸로 알았거든요. 러시아도 과거 소련 시절에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어서 한 곳에서 쭉 사는 경우가 많았어요.

광성 : 실제로는 없어요.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90년대 중반까지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었고.

진행자 : 그럼 그렇게 집을 거래하는 걸 국가에서 묵인하는 건가요?

광성 : 눈 감아 주는 거죠. 왜냐면 예전에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거의 다 국가 소유였지만 제가 있을 때도 북한 안에서 국가 소유가 점점 없어졌고, 최근에 나온 분들에게 들어보면 이제 대부분 개인, 내가 벌어서 내가 먹고 살고, 내 소유... 그런 걸로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그럼 북한에서는 이사라는 게 보편적인 건 아니네요?

광성 : 그렇죠, 그런데 요즘은 많아졌어요. 좋은 집으로 이사 가고, 아파트로 이사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북한에서도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요. 제가 태어난 곳에는 아파트라는 게 거의 없었는데 시내에 와서 아파트를 보면서 저도 아파트에 살고 싶었어요.

진행자 : 남한에서 태어나서 남한의 이사하는 과정을 가장 잘 알 것 같지만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클레이튼이나 광성 씨보다 이사하는 과정을 더 모를 예은 씨도 이사에 대한 특별한 경험이 있어요?

예은 : 제가 직접 집을 구해서 이사한 경험은 없어요.

광성 : 생각 외로 힘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친구 소개로 쉽게 했는데 이번에 제가 직접 전화하면서 알아봤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많이 배우기는 했는데 다 발품 팔아서... 정말 힘들었어요.

진행자 : 저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한 번도 이사를 안 했고 서울에서도 언니, 오빠와 함께 살아서 이사 갈 때 그냥 '와, 이사 간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작년에 뭔가 혼자 해보기는 처음인 것 같아요.

클레이튼이 최근에 이사를 했으니까 이사 하는 과정을 간략히 얘기해 볼래요?

클레이튼 : 일단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결정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가격, 제가 돈을 어느 정도 낼 수 있는지, 편의시설이나 대중교통 등을 살펴본 뒤에 그 지역 부동산에 가서 내가 구하는 집과 비슷한 조건의 집을 보여 달라고 해요.

진행자 : 부동산, 공인중개사라는 개념을 청취자들이 아실까요?

광성 : 모를 거예요. 땅이나 집을 거래할 때 사기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 중간에서 알선하는 사람인데 북한에는 없어요.

예은 : 그럼 이사 갈 때 어떻게 집을 알아봐요?

광성 : 집을 팔고 싶고 또 사고 싶으면 일단 소문을 내요. 그러다 조건이 맞으면 만나서 거래하고 그러는 거죠.

예은 : 이사하는 게 무척 힘들 것 같아요. 정보를 알아보는 것도 오래 걸릴 테고.

진행자 : 그런데 북한에도 알선하는 사람이 알게 모르게 있을 것 같아요. 왜 남녀 소개해 주는 그런 분들처럼.

여러분은 집을 알아볼 때 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광성 : 지급해야 할 월세 대비 집의 상태나 크기.

클레이튼 : 다 고려해야 하는데,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위치, 가격, 크기.

진행자 : 저도 위치, 저는 4대문 근처(웃음).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집의 상태.

클레이튼 : 이번에 시골로 가고 싶었는데 출퇴근이 너무 어렵겠더라고요. 산속에서 일어나자마자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는데.

진행자 : 농촌으로 가서 농사지으면 돼요(웃음).

클레이튼 : 그런데 어제 이사 간 곳 환경 아주 좋아요. 승무원이 많아요.

진행자 : 수목원?

클레이튼 : 승.무.원.

진행자 : 아, 가양이라서 공항이 가깝군요(웃음).

이렇게 일단 두세 달 전부터 집을 알아보죠. 클레이튼이 말한 것처럼 내가 살고 싶은 지역에 가서 부동산도 들러보고 아니면 요즘은 인터넷에도 정보가 많이 올라오잖아요. 그래서 인터넷을 보고 전화도 해보고, 찾아가서 보기도 하고. 집이 마음에 들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돈보다 너무 비싸면 마음을 다스리면서 다시 돌아 나오는 거죠.

(집을 찾았으면) 그 다음에는 이사 날짜를 정하고, 이사 업체도 정해야 하죠.

클레이튼 : 진짜 어려운 건 짐 정리 하는 거예요.

예은 : 이삿짐센터를 불렀나요?

클레이튼 : 아니요, 혼자 사니까 좀 애매했어요. 짐이 좀 되기는 하는데 이삿짐센터를 부르자니 돈이 아까워서. 아는 분이 차를 가지고 와서 도와줬어요.

광성 : 이삿짐센터라는 게 이사를 대신 해주는 곳이죠.

진행자 : 저 같은 경우는 짐이 많은 편이라서 혼자서는 짐을 다 못 싸니까 포장이사라는 전문 이사 업체를 불렀어요. 북한 청취자들이 포장 이사라는 걸 잘 모르실 수 있는데 이사 갈 당사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사 업체에서 짐을 싸고 실어서 새로 갈 집에다 옮겨서 정리도 해주고 청소까지 해주는 거거든요. 이사가 잦아지고 현대인들이 바빠지면서 생겨난 새로운 일이죠. 사실 한 20년 전만 해도 남한에 포장이사라는 개념이 없었거든요. 그런 것들을 알아보는 게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돈도 많이 들고. 미국하고는 달라요?

클레이튼 : 완전히 똑같아요. 미국에서도 부동산을 통해서 이사하고, 포장 이사도 있고. 거의 100% 똑같아요.

진행자 : 그럼 클레이튼은 한국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이사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겠네요?

클레이튼 : 아니 그런데 미국에서 이사를 한 번도 안 해봐서 힘들었죠.

진행자 : 남한에는 외국인들이 많잖아요. 외국인 친구들이 이사하면서 겪는 어려움 없어요?

클레이튼 : 제 생각에는 계약서 쓰는 게 제일 어렵고, 보증금 내는 것도 힘들 것 같아요.

진행자 : 보증금이 1~2천만 원만 돼도 1~2만 달러니까 큰돈이죠. 그리고 외국에는 없는 개념이고.

클레이튼 : 네, 특히 학생들한테는.

진행자 : 그래서 한국에는 글로벌센터라는 곳이 있어요.

외국 사람들이 가면 영어, 중국어, 일어 등으로 이사하는 걸 도와줘요. 외국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부동산이 따로 있고, 계약서도 영어 등으로 같이 작성해요.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이태원이나 성북구 등에서 이용할 수 있어요.

광성 군은 서울에서 혼자 이사를 한 거잖아요. 가장 힘들었던 건 어떤 부분이에요?

광성 : 이번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겨울에 이사를 했는데 물이 새서 곰팡이가 끼더라고요. 계약서도 읽어보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주변에 물어봤더니 그런 건 집주인에게 얘기해야 한다고. 집주인에게 얘기했더니 당황해 하시면서 고쳐주겠다고. 다음에는 잘 확인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예은 : 맞아요, 이사 가기 전에 남향인지 북향인지 방향 확인하고, 채광이나 수압, 그러니까 물을 항상 틀어보고. 곰팡이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해요.

진행자 : 탈북자들은 이사 하는 과정에서 어떤 걸 가장 어려워하나요?

광성 : 일단 계약이죠. 북한에서는 계약서를 쓰는 일이 없고. 그런데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임대주택이라고 거의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불편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진행자 : 계약서 예은 씨도 안 써봤죠?

예은 : 네, 써보지는 않았지만 계약서 쓸 때 여러 가지 신중하게 알아봐야 한다고 들었어요. 만약에 제가 이사 갔는데 주인이 그 집을 담보로 은행에 돈을 빌렸거나 하면 저는 큰일이니까.

진행자 : 왜냐면 서울에서는 방 한 칸짜리 집이더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잖아요. 거의 1억 원, 10만 달러에 가까우니까 4인 가구가 사는 큰집은 훨씬 가격이 비싸잖아요. 그래서 저도 작년에 집 계약을 할 때 어른인데도 오빠가 같이 갔어요(웃음). 법적으로 확인을 잘 해야 하니까. 그런데 그런 걸 클레이튼 혼자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네요.

클레이튼 : 뭐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다 줬고요(웃음). 사실 처음 이사 했을 때는 부담스러웠어요

남한에서 이사하는 과정이 꽤 복잡하죠? 북한과 다른 용어나 방식도 많고, 알아봐야 할 것도 많습니다. 새로 이사 간 곳에서 이웃들과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실 텐데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죠.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