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청춘 만세> 지난 시간부터 브라질 리우에서 열렸던 하계 올림픽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2일 폐막했는데요. 종합 1위는 46개의 금메달을 딴 미국, 영국과 중국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고요. 일본이 금메달 12개로 6위, 남한은 양궁과 태권도, 사격, 펜싱, 여자 골프 등에서 금메달 9개를 따며 8위, 역도와 도마에서 금메달 2개를 딴 북한은 34위를 차지했습니다. 자, 이번 올림픽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우리 청년들은 어떻게 응원했고 어떤 선수를 좋아하는지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진행자 : 이번에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남과 북이 금메달 딴 종목이 확연히 다르잖아요. 더하면 금메달 11개입니다. 순위도 올라가고요. 사실 인구 8천만 명이 안 되는데 11개의 금메달은 대단한 거잖아요.
예은 : 그렇게 따지면 남북의 주 종목이 다르니까 빨리 통일을 해서 순위를 더 올리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광성 : 지금은 남북이 따로 준비하지만 만약 합쳐서 북한 같은 경우 투자를 더 하고 선수를 더 발굴한다면 더 많은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은 : 제가 최근에 본 기사에 사격에서 북한 김 모 선수가 동메달을 땄어요. 금메달은 남한 선수가 땄거든요. 그 북한 선수가 인터뷰를 하는데 '만약에 우리가 하나였다면 금메달과 동메달을 동시에 따서 좀 더 큰 자리를 차지했을 텐데'라고 말하더라고요.
진행자 : 그걸 북한 선수가 말했다는 게...
광성 : 저도 그 인터뷰를 봤는데 진한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예은 씨 말처럼 통일되면 그 메달이 더욱 값지지 않을까.
진행자 : 그런데 저는 감동에 앞서 걱정이 되더라고요. 북한 선수인데 저렇게 말해도 되나?
광성 : 이번에 많이 화제가 됐잖아요. 이은주 선수와 홍은정 선수라고 체조선수들인데, 이은주 선수가 어리대요. 그래서 이은주 선수가 북한 홍은정 언니한테 가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죠. 이게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라는 기사도 많았고.
진행자 : 여자 양궁에서도 남북 선수들과 코치들이 같이 사진을 찍었더라고요.
광성 : 그런데 저도 걱정이 되기는 했어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전혀 문제가 안 돼요.
예은 : 북한에서는 이런 소식조차 모르는 거잖아요.
광성 : 그렇죠, 모르죠.
진행자 : 예민한 질문인데, 사격에서 남북 선수들이 금메달을 놓고 다퉜잖아요. 광성 씨는 누구 응원했습니까(웃음)?
광성 : 예전부터 많이 받은 질문이에요. 이번에는 올림픽 사격이었지만 예전에는 축구. 남한에 와서 얼마 안 됐을 때는 북한을 응원하는 마음이 좀 더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누구를 응원하기보다는 이기는 쪽을 응원해요.
진행자 : 응원하는 모습도 다르죠? 여러분은 어떻게 응원했나요? 날씨가 많이 덥기는 했지만.
예은 : 저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응원했어요. 박태환 선수가 출전하는 수영, 손연재 선수가 나오는 리듬체조, 양궁도 챙겨봤고. 다른 것들은 뉴스를 통해서 결과를 봤어요.
진행자 : 사실 이번에 브라질과 시차가 12시간이나 나서.
광성 : 브라질 리우는 낮인데 한국은 밤이라서. 저도 축구를 응원했는데 잠을 못 잤어요. 다음 날 힘들더라고요.
진행자 : 나라마다 독특한 응원문화가 있을까요?
예은 : 올림픽 같은 경우는 남한에서는 그렇게 독특하게 응원하지는 않는데 월드컵은 남한에서 2002년에 개최했었잖아요. 동네마다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저는 그때 초등학생이었는데 학교에서도 운동장에 모여 함께 보기도 했고요. 동네 아파트 주민들이 다 나와서 본 적도 있었어요. 좀 더 크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 열기를 느껴보고 싶을 때는 경기장이나 광화문, 시청광장 등에서 경기를 함께 관람했어요.
진행자 : 대형화면을 보면서 다 같이 응원하는 거죠. 직장인들도 술 마시면서 응원할 수 있는 곳에서 같이 응원하고요.
광성 : 북한에서도 예전에는 그런 응원문화가 많았어요. 직장별로 모여서 응원했는데, 고난의 행군 뒤로 없어져서 지금은 거의 없어요.
클레이튼 : 미국은 독특한 응원 문화는 없는데 어딘가에서 볼 수 있으면 사람들이 모여서 봐요. 재밌는 신문기사 봤는데 어떤 미국 공항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응원하고 있었는데 너무 시끄럽게 응원해서 누가 총소리 들었다고 착각한 거예요.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어요(웃음). 올림픽에 대해서는 미국 사람들이 이런 열의 가지고 있습니다.
예은 : 개인적인 응원 말고도 음식점에서 쿠폰을 나눠주기도 해요. 쿠폰에 '남한이 7개 이상 금메달을 따면 이 메뉴를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적혀 있어요. 이런 응원도 있어요. 저도 이번에 쿠폰을 받아서 하나 공짜로 먹을 수 있어요(웃음).
진행자 : 음식점뿐만 아니라 물건을 팔거나 하는 모든 상점에서는 올림픽과 관련해 싸게 파는 등 행사를 했어요.
진행자 : 정말 2002년 월드컵 때는 사람들이 몰려 있지 않은 곳이 없었던 것 같아요. 모두 빨간 옷을 입고 대형화면을 보면서 같이 응원을 했는데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거든요. 사실 경기는 같이 모여서 보는 재미도 있잖아요.
광성 : 그렇죠, 같이 응원하는. 그런데 북한에서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같이 모이라고 하지 않는 이상 집단을 이루면 안 되니까.
예은 : 동네에서 모여 보는 것도 안 되는 거예요?
광성 : 안 돼요. 그렇게 모였다 폭동으로 번질 수 있으니까.
예은 : 응원도 마음대로 못 하네요.
광성 : 너무 아쉬워요. 저도 2002년 월드컵은 못 봤고 2006년 월드컵은 북한을 탈출해서 남한으로 오는 과정에 봤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남한에서 2010년 월드컵을 경험했는데, 대학교 1학년 때였거든요. 마침 시험 기간이었는데 너무 나가고 싶은 거예요. 친구들도 다음 주가 시험인데도 다들 응원하고 싶어 해서 나가봤는데 열기가 대단하더라고요. 이런 게 자유고, 이런 게 응원이구나 생각했어요.
진행자 : 그런 경기는 굳이 남한 선수들이 뛰지 않아도 보잖아요? 이번 올림픽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좋아하는 운동선수 있나요? 저는 어렸을 때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예은 : 저는 2002년 월드컵 세대라서 박지성 선수 좋아해요. 박지성 선수와 결혼하는 게 꿈이었어요.
진행자 : 수원에 박지성 거리도 있죠?
예은 : 네(웃음).
광성 : 저는 딱히 좋아하는 선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남자들은 축구 좋아하잖아요. 저는 영국의 데이비드 베컴 잘 생겨서 좋아합니다(웃음).
광성 : 국내에는 좋아하는 선수가 많은데...
클레이튼 : 저는 딱히 좋아하는 선수는 없지만 미국 선수는 항상 응원하고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은 : 남한에 와서는 남한 선수도 응원하나요?
클레이튼 : 월드컵 때는 한국 많이 응원했는데 올림픽 같은 경우는 미국 응원합니다(웃음).
진행자 : (수영의) 펠프스나 이런 선수는 남한 선수가 아닌데도 다 알고 있잖아요. 그리고 남북 선수들이 화해의 동작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사실 텔레비전을 틀면 계속 나오거든요. 남한에서는 3개의 중심 방송사가 있고 케이블이나 종합편성이라고 해서 방송사들이 많은데 특히 중앙 3사는 계속 올림픽을 방송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남한뿐만 아니라 세계의 누가 유명한지, 어떤 경기가 있는지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는 육상에서 또 3개의 금메달을 땄잖아요. 그런 선수들은 세계적으로 화제인데 북한에서는 그런 세계적인 운동선수들도 모르나요?
광성 : 당연히 모르죠. 남북이 다른 게 북한은 채널이 하나예요. 올림픽이 다 끝나고 나서 방송을 해줘요. 실황중계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녹화된 방송을 틀어주니까 거의 끝나고 나서 방송하는 게 많아요. 남한은 그렇지 않잖아요. 방송사도 많고 채널도 많고.
진행자 : 브라질 리우로 직접 가서 방송을 했죠.
광성 : 북한은 외국 선수라면 금메달 딴 북한 선수와 같이 경기하는 모습이나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우사인 볼트가 누군지 전혀 몰라요.
예은 : 세계적인 축구선수도 몰라요?
광성 : 축구선수는 알아요. 정말 유명한 브라질의...
진행자 : 호나우두?
클레이튼 : 네이마르?
광성 : 옛날에 축구의 신이라고...
예은 : 펠레?
광성 : 네, 펠레 이런 선수들은 알고 있어요.
예은 : 펠레는 너무 옛날인데요(웃음). 마이클 조던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을까요?
진행자 : 샤킬 오닐도(웃음).
광성 : 모르겠어요. 저는 북한에 있을 때 몰랐어요.
예은 : 타이거 우즈는요?
광성 : 펠레 외에는 모르겠어요. 타이거 우즈는 일단 골프를 모르니까.
진행자 : 그런 선수들은 굉장히 유명하니까 대부분 광고를 찍고 그래서 더 화제가 되는데... 아마도 북한에서 바로 올림픽 중계를 할 수 없는 이유에 중계권료도 있을 것 같아요. 올림픽을 중계하려면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와 올림픽조직위원회에 중계권료를 내야 하거든요. 남한의 경우 3개 방송사가 이번에 올림픽을 중계하면서 낸 돈이 440억 원, 3950만 달러라고 해요. 엄청난 금액이죠. 그걸 낼 수 있어야만 실시간 중계를 할 수 있는 거예요. 우리가 올림픽 외에도 선수들 얘기를 했잖아요. NBA라고 미국의 프로농구나 영국의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는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그런 것도 다 중계권료를 내고 방송을 합니다. 결국 북한에서는 그런 중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거네요.
광성 : 전혀 없죠.
예은 : 알 수 있는 길이 없네요.
광성 : 그런데 지금은 좀 바뀌어서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가 들어가는 것처럼 USB 등에 담아서 보내주면 실시간은 아니더라도 시청할 수 있겠죠.
진행자 : 그럼 각 나라에서 '이 나라만큼은 꼭 이겨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있나요?
광성 : 북한이 가장 세지 않을까요? 무조건 이겨야 하는 나라가 남한, 미국, 일본.
예은 : 그럼 이번에 사격에서 (남한에 밀려) 동메달을 딴 김성국 선수는 어떻게 되나요?
광성 : 중계를 안 할 것 같아요.
진행자 : 아, 남한이 이겼으니까.
광성 : 네, 특히 사격을 남한이 이겼으니까 중계를 안 할 가능성이 높죠.
진행자 : 남한과 미국이 경쟁적으로 하는 종목이 있나요?
예은 : 없어요.
진행자 : 거의 없는 것 같죠? 같이 응원하면 재밌을 텐데 그럴 만한 경기가 없네요(웃음).
광성 : 좀 다른 것 같아요. 남한은 태권도나 양궁, 사격 등에서 강한데 미국은 육상이나 수영에 강하니까.
진행자 : 확실히 민족성이나 이런 것에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양궁이나 사격은 굉장히 집중해야 하고 차분해야 하고 육상이나 수영은 속도로 경쟁해야 하고 덩치도 커야 하고(웃음).
예은 : 남한은 가장 큰 적수가 일본이에요.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일본이랑 남한이 경기하면 (북한도) 남한을 응원하지 않을까요? 한 민족이니까. 젊은이들 사이에 그런 말이 있어요. 일본과의 경쟁에서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고(웃음). 스포츠, 특히 축구에서는 절대 지면 안 돼요. 동점도 안 돼요. 이겨야만 합니다.
진행자 : 그래서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축구 3-4위전에서 남한이 일본을 이겨서 동메달 땄잖아요. 어떤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경기를 가면 응원이 정말 재밌습니다. 아예 축구장을 빌려서, 다른 곳에서 경기가 열리는데 빈 축구장을 빌려서 대형 화면을 보면서 함께 응원을 하잖아요. 미국도 있나요?
클레이튼 : 네, 과거 냉전시대에는 소련이 최대 적수였죠(웃음). 이제는 중국이 가장 강한 경쟁자고요.
과거 미국에서 꼭 이겨야 하는 나라는 소련이었다고 하는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런가하면 2018년에는 남한의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나눠보죠.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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