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리우에서 열렸던 하계 올림픽, 지난 2주간에 걸쳐 얘기 나눠봤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운동 대회와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릴 동계올림픽에 대한 청춘들의 생각을 들어보겠습니다. 그전에, 지난 시간에 마무리를 짓지 못한 얘기가 있죠? 운동경기 때 각 나라에서 꼭 이겨야 하는 나라는 어디인지 우리 청년들의 얘기 계속해서 들어보시죠.
진행자 : 그럼 각 나라에서 '이 나라만큼은 꼭 이겨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있나요?
광성 : 북한이 가장 세지 않을까요? 무조건 이겨야 하는 나라가 남한, 미국, 일본.
예은 : 남한은 가장 큰 적수가 일본이에요.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젊은이들 사이에 그런 말이 있어요. 일본과의 경쟁에서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고(웃음). 스포츠, 특히 축구에서는 절대 지면 안 돼요. 동점도 안 돼요. 이겨야만 합니다.
진행자 : 미국도 있나요?
클레이튼 : 네, 과거 냉전시대에는 소련이 최대 적수였죠. 이제는 중국이 가장 강한 경쟁자고요. 옛날에 1980년 올림픽 때 미국과 소련 사이에 (아이스)하키 결승전이 있었어요. 아이스하키는 원래 러시아가 잘 하는 스포츠라 미국이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미국이 이긴 거예요. 역사적인 승리로 기록되면서 영화도 많이 만들어졌고 아직도 빙판의 기적으로 얘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이번에 일본이 금메달 12개를 따면서 순위도 높아졌어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남한과 일본의 순위가 처음으로 바뀐 거래요. 그래서 남한에서도 그 이유에 대한 분석 기사들이 쏟아지더라고요. 계속 신경을 쓰는 거죠.
예은 : 스포츠다 보니까 순위가 있어서 아무래도 순위에 집착해요. 그런데 모순되게도 올림픽은 전 세계 화합과 평화를 도모하자는 취지인데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국가끼리는 오히려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래도 마지막에는 다 웃으면서 손잡고 끝내죠(웃음).
자,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은 끝이 났지만 2018년에 평창 동계 올림픽이 있잖아요, 남한에서 열립니다. 그 사실을 북한 주민들도 알고는 계실까요?
광성 : 모를 가능성이 더 높죠. 북한이 이번에 리우올림픽 참가하면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도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그런 소식을 전하지는 않아요. 특히 남한에서 열릴 경우.
진행자 : 그럼 광성 씨는 북한에서 생활할 때 1988년에 서울올림픽이 열렸다는 걸 알았어요?
광성 : 제가 태어나기 전인데 그때는 올림픽 자체를 몰랐어요. 그때 89년도에 세계학생축전을 북한이 개최했는데 88서울올림픽을 묻히게 하려고 계속 선전했던 것 같아요.
예은 : 서울올림픽에 북한이 참가를 안 했잖아요. 그 당시 진영 대립이 심했을 때인데 서울에서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하니까... 그런데 88올림픽 때 미국과 소련이 동시에 참가해서 서울올림픽 자체가 의미 있었거든요. 만약 북한도 참가했다면 좀 더 아름다운 올림픽이 되지 않았을까.
진행자 : 스포츠 축제라는 게 세계의 화합과 평화를 다지는 행사인데 88년이면 냉전시대의 끝 무렵이잖아요. 그런데 분단된 나라에서 열리면서 당시 최다, 세계 160개국이 참가를 했는데 북한이 참가를 안 했어요. 북한은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부터 하계 올림픽에 참가했는데 84년 미국에서 열린 LA올림픽, 88년 서울올림픽에는 참가를 안 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열리니까 참가를 안 한 걸까요?
광성 : 나중에 들어보니까 88서울올림픽을 북한이 불참하면서 북한과 외교적으로 가까운 나라에도 참가하지 못 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아프리카 국가들은 참가하지 못하게 해서 실제로 참가하지 않은 나라들도 있고. 그런 거 보면 그때는 냉전이 거의 끝날 무렵인데도 정말 심각했었구나...
진행자 : 북한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아시나요?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국력이나 경제력에 있어서 어떤 기준 이상이어야 하잖아요.
광성 : 모르죠. 저도 북한에 있을 때 올림픽이 있고 출전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어떤 기준을 통해서 개최지가 결정되는지도 몰랐고. 개최될 때마다 나라가 달라서 신기했는데,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예은 : 북한에서는 세계 대회에 대해서 관심도 별로 없게 만들 것 같아요. 왜냐면 개최될 수 없는 국가잖아요. 올림픽 등이 개최되려면 선수단뿐만 아니라 기자들,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텐데 다 통제해야 하잖아요. 북한의 실상을 알리지 않으려면... 그래서 오히려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닐까.
광성 : 그래서 89년도 세계학생축전 이후에 북한에서 그런 큰 규모의 대회가 열리지는 않았어요. 작은 마라톤대회 등은 열리지만. 그 세계학생축전으로 인해서 북한이 수많은 돈을 쏟아 부었어요. 그것 때문에 북한 경제가 붕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다양한 조건들이 있잖아요. 선수단이 묵을 숙소, 경기장, 관광객들이 왔을 때 여러 가지 것들이 갖춰져야 하는데 북한은 마련돼 있지도 않고.
진행자 : 그렇죠, 올림픽은 개최하고 싶다고 개최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선정되기 때문에. 그런데 올림픽을 개최하면 대부분 결국 적자래요. 아까 말한 것처럼 경기장 건설하고, 숙소 짓고, 주변 도로 정비하고.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나면 사실상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엄청난 적자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벌써...
클레이튼 : 미국은 올림픽 4번 개최했어요. 그런데 미국은 스포츠에 관심 많아서 경기장은 다 마련돼 있으니까 그 정도 경제적인 부담은 없어요. 그래도 뉴스 봤더니 보스턴이라는 큰 도시에서 다음 올림픽을 개최할까 고민했는데 시민들이 적자라고 개최하기 싫다고 해서 결국 안 하기로 했어요.
진행자 : 2012년에 런던에서 올림픽이 열릴 때 런던은 나라가 아니라 그 도시에서만 올림픽이 3번이나 열렸잖아요. 그런데도 적자였다고 해요. 이미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또 정비해야 할 것도 있고. 그리고 올림픽을 열면 관광객들이 더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런던은 워낙에 관광도시인데 올림픽이 열리면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까 관광객들이 다른 도시로 간다고 해요.
광성 : 실제로 올림픽 기간에는 비행기 값도 엄청 비싸지니까.
진행자 : 그렇지만 어쨌든 하계 올림픽이든 동계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개최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이만큼 힘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증명하는 거죠. 그렇게 따지면 남한은 1986년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88서울올림픽, 2012년 월드컵,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까지 가장 큰 스포츠 축제를 다 개최한 셈이거든요.
그런데 이제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아까 예은 씨가 말했지만 88올림픽 때 이루지 못했던 것을 평창올림픽 때는 이룰 수 있을까. 남북이 함께 참가할 것인가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광성 :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한데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남한에서는 2017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그걸 통해서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도 있고.
진행자 :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때 남북이 동시 입장했었죠?
광성 : 그때 대단했어요. 북한에서 중계를 많이 해서 사람들이 당장 통일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예은 : 남한에서는 북한과 함께 평창 동계 올림픽을 한다면 다들 반길 것 같아요.
진행자 : 사실 평창이 강원도잖아요. 강원도는 남북이 같이 있는 곳이죠.
광성 : 북한에도 강원도가 있고, 남한에도 강원도가 있죠.
진행자 : 유일한 지역이라서 굉장히 의미 있어요. 그래서 모든 게 다 갖춰졌는데 북한이 참여를 하느냐 안 하느냐. 북한이 강한 한두 개 종목은 북한의 강원도에서 개최해도 멋진 일이지 않을까요?
예은 : 북한 쪽도 그 정도는 찬성할 것 같은데요.
광성 : 그런데 요즘은 너무 남북 관계가 안 좋다 보니까.
예은 : 예전에 올림픽은 아니었지만 91년도에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가 있었는데 남북 합동 팀이 있었어요. 그것처럼 평창올림픽 때도 서로 약점을 보완해서 강한 팀으로 출전하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광성 : 같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예은 : 봅슬레이? 봅슬레이 같이 타면 되죠(웃음).
광성 : 같이 할 수 있는 종목이 있으면 같이 하면 더 뜻 깊지 않을까.
예은 : 궁금한 게 있는데 남북한 선수들이 따로 출전하잖아요. 외국인 입장에서 좀 이상하지 않은지.
클레이튼 :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남한 북한 얘기 나왔으니까 사람들이 그런 모습에 익숙해졌어요. 한편으로는 한민족인데 왜 따로 나오는지 안타까운 거죠.
예은 : 궁금할 것 같아요.
클레이튼 : 그런데 예를 들어 올림픽을 봐도 계속 남한 북한 따로 나오니까 하나의 나라라는 생각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역사적으로 한반도가 하나의 나라였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많고요. 외국 사람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진행자 : 사실 국기도 다르고 애국가도 다르니까.
클레이튼 : 그냥 다른 나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우리끼리는 그냥 코리아, 한국이라고 말하지만 세계적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SOUTH KOREA, NORTH KOREA, 남한과 북한 나눠지죠.
이번에 리우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들이 같이 사진 찍고 그런 모습이 나왔잖아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위대한 몸짓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사실 미국 선수와 중국 선수, 미국 선수와 남한 선수가 사진 찍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잖아요. 그런데 남북 선수가 사진 찍는 건 위대한 몸짓이 돼 버리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죠.
예은 : 양궁에서는 남한 코치가 북한 선수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는데 북한 선수가 거절했대요. 저는 못한다는 식으로. 그래서 거절하고 안 찍었는데 남한 선수단이 북한 선수들이 나오도록 찍은 거예요. 사진에 보면 북한 코치가 나오고 북한 선수가 웃고 있어요. 바라보지는 않지만 웃고 있어요. 그러니까 사실 찍고 싶은데 정치적인 이유 등 복잡한 사안으로 같이 못 찍은 거예요. 그래서 그 사진이 오히려 더 훈훈하다고 지금 화제가 되고 있거든요.
진행자 : 사진 하나 마음대로 못 찍는 그런 현실이네요.
이제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은 끝이 났고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립니다.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의 축제인데 이웃 나라 다 오는데 형제가 안 오면 안 되겠죠? 친구들 다 오는데 형제가 안 오면 의미를 잃는 올림픽이 될 것 같아요.
광성 : 여건이 안 돼서 같이 입장하지는 못해도 와서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네, 스포츠 정신을 발휘했으면 좋겠고, 함께 경기장에서 땀 흘리고 응원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할게요.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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