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자연재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두만강 일대를 덮친 폭우로, 남한에서는 경상북도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자연재해를 마주한 사람들,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을 우리 청년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세 청년의 생각, 함께 들어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난 추석 연휴 동안 남한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건 바로 '지진'이었죠. 북한 주민들은 모르실 것 같아요.
광성 : 그렇죠, 북한에서 지진이 발생한 적은 거의 없고 인공지진이라고 해서 핵실험을 하면 흔들림을 느끼게 되는 정도니까요.
진행자 : 사실 남한에서도 지진을 느껴본 적은 없을 거예요.
광성 : 남한에 지진이 많이 왔다고는 들었는데 이번처럼 큰 흔들림은...
진행자 : 그렇죠, 대부분 동해 앞바다에서 발생하거나 하는데 지난 9월 12일에는 경북 경주시에서 저녁 시간대에 두 차례에 걸쳐 규모 5.1, 5.8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남한에서는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라고 해요. 그리고 이후 지금까지 40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은 : 신기했던 게 경주가 수도권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데 그 시각에 저도 집에서 지진을 느꼈어요.
진행자 : 5.8 규모의 지진은 수도권과 전라도 지역에서도 흔들림을 느꼈다고 해요.
광성 : 저는 추석이라 부모님이 계시는 대구에 갔었는데 경주에서 대구는 차로 1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그런데도 10초 정도 무척 흔들려서 저희 어머니도 무섭다고 하시더라고요.
진행자 : 혹시 추석 연휴 동안 광성 씨가 직접 흔들림을 느낀 적은 없어요?
광성 : 저는 못 느꼈어요.
진행자 : 좀 둔감한가요(웃음)? 저도 사실 흔들림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그래서 실감은 못 하고 있어요. 지진 발생에 대해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 많이 접하기는 하지만. 그런데 경상도 쪽에 계시는 분들은 많은 혼란을 겪고 계시다고 해요.
예은 : 네, 사촌동생이 포항 쪽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기숙사 상황을 사진으로 보내줬거든요. 책장이 엎어져서 책이 다 쏟아지고, 천장에서 벽지 같은 것도 떨어졌더라고요. 그래서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대요. 마침 추석 연휴도 있으니까.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사촌동생을 다시 포항으로 돌려보내도 될까. 왜냐면 여진이 1년 정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 해서요.
진행자 : 일단 큰 규모의 지진이 있으면 옆 지층들이 영향을 받아서 계속 여진이 발생하게 되는데, 지금 열흘 정도 만에 400여 차례의 여진이니까 엄청난 거죠. 그래서 현지에 있는 사람들은 작은 흔들림에도 많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광성 : 네, 부산에서도 흔들림이 있었고 그래서 경주뿐만 아니라 주변 도시에서도 지진에 대한 공포가 심하더라고요.
진행자 :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워낙 지진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런 걸 뉴스로 접하면서 일본의 지진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지만 남한에서 일어난 지진에 대해 이렇게 화제가 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예은 : 지진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북한에서 핵실험을 또 하나 생각도 했어요. '북한의 핵실험이 단층에 영향을 미쳐서 흔들렸다'는 기사도 있었고요.그런데 거리상 너무 멀어서 그럴 가능성은 없고 양산단층이 활성화돼서 흔들린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그런데 경주는 삼국사기 등 역사서를 보면 서기 779년, 1204년에도 각각 100여 명이 지진으로 사망했대요. 그러니까 역사적으로도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었던 거죠.
광성 : 그런데 근현대에는 발생한 적이 없으니까.
진행자 : 저는 궁금한 게 만약 서울에서, 우리가 지금 생활하는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분 알고 있나요?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예은 : 그런 행동 요령을 학교에서 가르쳐준 적도 없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인터넷으로 알아봤어요.
진행자 : 학교에서 가르쳐줬는데 우리가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웃음).
광성 : 저도 학교에서 배운 기억은 없는데 다른 데서 일단 책상 밑으로 들어가라는 얘기만 들었어요.
진행자 : 길거리에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책상이 없는데?
예은 : 낮게 엎드리래요. 그리고 무언가 떨어질 수 있으니까 무조건 머리를 보호하라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저를 포함해 남북한에서 자란 세 사람은 지진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겁니다. 혹시 클레이튼은 알고 있나요?
클레이튼 : 네, 미국 같은 경우는 지진이나 토네이도(회오리바람) 같은 자연재해 생기면 보통은 지하실 내려가서 엎드리고 머리를 안 다치도록 가립니다. 켄터키 주는 회오리바람이 자주 발생하니까 학교에서 1년에 1~2회 정도 대피 연습도 합니다.
진행자 : 실제로 움직여서 연습하나요?
클레이튼 : 네, 그런데 가상이니까 친구들하고 장난치기는 하죠. 집에서도 몇 번 대피하기는 했습니다. 텔레비전 보고 있는데 경고 방송이 나와서 엄마가 빨리 지하실로 내려가자고 했습니다.
진행자 : 남한에서도 '민방위 훈련의 날'이 있잖아요. 무력 침공이나 자연재해에 대해서 민간이 대처하는 방법을 훈련하는 거죠. 학교나 기관, 회사 차원에서도 훈련을 하는데 저도 했는데 기억이 안 나요. 아마도 적극적으로 배우려 하지 않거나 회피하지 않았나.
광성 : 생각해 보니까 저도 인민학교 때 1년에 두 번 정도 훈련을 했던 것 같아요. 지하실 들어가서 대피 훈련을 하는데 밖에 안 돌아다니고 집에 있으면 되니까.
예은 : 맞아요, 안 돌아다니면 돼요. '민방위 훈련' 때도 차량을 통제하잖아요. 그럼 그냥 차 안에 가만히 있는 거예요.
광성 : 북한에서는 밤에 훈련을 할 때도 있어요. 비행기가 불빛이 보이면 폭탄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해서 집집마다 불빛을 차단하는 것을 만들고, 사이렌이 울리면 불빛이 새나가지 않게 하는 훈련도 했어요.
진행자 : 그 훈련은 전쟁에 관련된 훈련 아닌가요(웃음)?
사실 여기에 일본인 친구가 있다면 제대로 배울 수 있을 텐데.
클레이튼 : 아니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온 친구도 잘 알 거예요.
진행자 : 그쪽도 지진이 많군요. 어쨌든 자연재해가 많은 곳은 그만큼 훈련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한반도에는 홍수 등을 제외하면 자연재해가 크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남한에는 지진 없으니까'라며 글로 읽고 그냥 지나치는 거죠.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하지만, 이게 안전 불감증이잖아요. 분명히 재난에 대한 지침은 있는데 한 번도 체험해보지 않았던 거예요.
지진이 발생했을 때 행동 요령은 미국이나 일본이나 남한이나 거의 비슷하다고 해요. 유엔의 재난관리 지침에 따라 각 나라 실정에 맞게 조금씩 수정하는 거라서 지침대로라면 행동 요령은 대부분의 나라가 거의 비슷하대요. 그런데 그걸 몸으로 익혀서 아느냐, 아니면 '이런 지침이 있구나' 알고만 있느냐의 차이인 거죠.
예은 : 재난이 닥쳤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당황하겠어요. 그럴 때 더 침착해야 하는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니까 더 혼란에 빠졌던 것 같아요. 일본은 지진이 일어나면 바로 서로서로 생사를 확인하고 빨리 건물 밖으로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그런 훈련을 서둘러 해야 하지 않나.
진행자 : 그래도 요즘 보면 학교나 민간단체, 회사 같은 곳에서 지진 대비 훈련을 하더라고요. 최근 열흘 사이에. 학교에서도 말로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실제로 몸을 움직이게 하고요. 일본에서는 이런 반복 훈련을 통해서 지침을 몸으로 익히게 한다고 해요. 특히 한신대지진이나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던 날에는 그때 영상을 보여주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예은 : 건물은 내진설계라고, 남한의 경우 남쪽은 규모 6.5 정도의 지진에 버틸 수 있도록 내진설계를 해놨다고 하는데 저는 얼마나 그 법을 지켜서 건물을 설계했을까도 걱정스러워요.
진행자 : 내진설계 규정 자체가 생긴 게 1988년이에요. 그 전에 세워진 건물들은 내진설계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지은 거죠. 남한에는 특히나 원자력발전소가 있기 때문에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면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잖아요. 굉장히 문제가 커지는 거라서 더더욱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겠죠.
진행자 : 지금 남한에서 지진에 온 국민의 관심이 모아져 있다면 북한은 홍수죠. 북한 홍수에 대해 광성 씨가 얘기를 해주겠어요?
광성 : 네,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2일까지 비가 많이 와서 저의 고향이기도 한데 함경도 회령과 남양 등의 지역에 큰 홍수가 발생했어요. 130여 명이 숨지고, 400여 명이 실종되고, 3만 가구가 물에 잠기는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너무 안타깝게도 제가 살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에요. 제가 살 때까지만 해도 집이 많고 사람들이 다 살았는데 사진을 봤더니 '과연 내가 봤던 마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물에 다 떠내려가서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예은 : 6만8천9백 명이 거리에 나앉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으면 북한 정부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광성 : 안타까운 게 8월 29일부터 장마로 큰 피해가 생겼는데 북한 당국은 9월 초 핵실험을 하는 데만 급급해서 그 피해상황도 전혀 돌보지 않았고. 그런 말도 있더라고요. 비도 왔지만 해산 위쪽에서 댐을 열어놔서 더 큰 피해가 있었대요. 그런데 그 댐의 수문을 열 때 사람들에게 알렸느냐.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피해가 더 커졌다는 말을 들었어요.
예은 : 저도 그 뉴스 봤어요. 서두수발전소 수문을 열어놨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북한에서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그 홍수 피해 소식을 알고 있을까요?
광성 : 이례적으로 보도를 했는데, 정확한 피해 현황보다는 복구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북한 사람들이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진행자 : 북한 내에서 하는 보도보다는 국외로 하는 보도가 더 많죠. 왜 그럴까요?
광성 : 유엔에 지원 요청을 하려는 건데 핵실험 할 건 다 해놓고 손을 벌리니까 국제사회나 남한도 그렇고 냉랭해요. 도와주고는 싶지만 너무나 잘못된 행위를 반복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니까 남한 정부에서도 이걸 도와줘야 하나 갈등이 많은 것 같아요.
진행자 : 실제로 5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들어간 비용이 1억 달러 정도라고 해요. 이거면 북한 주민들 3~4개월은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이래요.
예은 : 모든 북한 주민이요?
진행자 : 북한의 복구 작업은 어느 정도 진척됐을까요? 남한에서는 지진이 발생한 경주 지역에 대해 정부와 기업, 민간단체의 지원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피해 복구 작업도 한창 진행되고 있죠. 뿐만 아니라 이번 지진 발생과 관련해 정부와 시민이 각각 미흡했던 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우리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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