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계획(1) 북한과는 다른 새해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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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세 명의 청년들이 함께 하는데요. 지난 가을 취업에 성공했지만, 아직 남한 직장 문화에 서툰 미국인 클레이튼 윌리그 군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는 동갑내기 청년들, 남한에서 나고 자란 강예은 양과 함경북도 청진에서 온 김향 양입니다.

북한에서도 해가 바뀌고 연초가 되면 이런저런 소망들을 얘기하고 한 해 계획들을 세우겠죠?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은 자신의 길을 열어가느라, 또 이것저것 경험하느라 더욱 분주한 모습인데요. 세 명의 청춘들이 생각하는 2016년의 소망과 계획들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벌써 새해가 됐습니다. 새로운 얼굴이 있는데요, 자기소개를 부탁할게요.

향 : 안녕하세요, 저는 북한 사람 김향입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났고, 남한에는 2008년 1월에 왔습니다. 지금 서울에서 살고 있고, 올해 스물일곱 살 된 처자입니다. 작년 12월에 대학을 졸업했고 백수가 됐습니다(웃음).

진행자 : 그럼 향 씨는 남한에서 보낸 8번째 새해인가요? 어떻게 보냈어요? 북한에서는 1월 1일 신정을 쇤다던데.

향 : 그것도 자꾸 바뀌어요. 1월 1일을 쇠다가 또 음력설을 쇠다, 그게 중국 사람들 방식이라고 바꿔야 한다고 말씀이죠, 교시가 위에서 내려와서 중간에 바뀌었어요. 저는 남한에 오니까 가족이 없잖아요. 그래서 명절이 좋지는 않아요. 그런데 비슷한 점이 있어요. 떡국 먹는 거. 그건 북한과 같아서 꼭 챙겨 먹으려고 해요. 여기도 그런 게 있나요? 나이랑...

예은 : 네, 떡국을 한 그릇 먹으면 한 살 먹고, 두 그릇 먹으면 두 살 먹어요(웃음).

클레이튼 : 그래서 절대로 안 먹습니다(웃음).

향 : 그런 건 북한과 비슷한 문화인 것 같아요.

진행자 : 한민족이니까 비슷하겠죠. 클레이튼은 어떻게 보냈어요?

클레이튼 : 저는 미국 가서 가족과 좋은 연말 시간 보냈습니다.

진행자 : 그럼 공항에서 바로 온 거예요? 미국 냄새가 나는데요(웃음). 몇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나요?

클레이튼 : 14시간 정도 탑니다. 고향은 켄터키 주인데, 켄터키 주에서 디트로이트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디트로이트에서 서울까지 14시간 정도 걸립니다. 미국 집 나와서 한국 집 들어갈 때까지 22~23시간 걸립니다.

진행자 : 미국이 정말 멀군요.

예은 : 시차 적응을 빨리 하셔야겠네요.

클레이튼 : 보통 5~6일 정도 걸립니다.

진행자 : 집에 다녀와서 그런지 훨씬 더 밝아 보여요. 열흘 정도 미국에 있다 왔으면 한국어 하기 힘들지 않아요?

클레이튼 : 약간 그렇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 친구들과 계속 문자 주고받아서 괜찮습니다.

진행자 :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 친구들과 연락했대요(웃음).

지금 1월 초잖아요. '새해가 시작됐으니 올해는 이렇게 살아야겠다!' 특히 여러분 모두 작년에 졸업하고 열심히 취업의 문을 두드리면서 결의를 다지는 해가 아닐까 싶은데, 어떤 계획들 가지고 있는지 들어볼까요?

예은 : 저는 일단 올해 다이어트에 꼭 성공하고 싶어요.

향 : 북한 사람들이 들으면 화내요. 실제로 보면 뺄 살이 없거든요.

예은 : 뺄 살 엄청 많습니다. 여자는 평생 동안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향 : 북한 사람들한테는 해당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미의 기준이 살짝 달라요. 너무 마른 여자를 선호하지 않아요. '쟤 왜 저렇게 말랐어, 젓가락같이' 그렇게 말해요. 북한에 있었다면 이런 고민이 새해 계획은 아니었을 거예요.

진행자 : 그럼 향 씨는 남한에 와서 다이어트 해본 적 없어요?

향 : 365일이 다이어트죠, 저는 지금 북한에 있는 게 아니잖아요(웃음).

클레이튼 : 여자들은 다 똑같습니다. 미국 여자들도 그래요. 1월 1일 되면 운동해야지, 다이어트 해야지. 그런데 미국 여자들보다 한국 여자들이 다이어트 더 심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말랐는데도 살 빼야 한다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예은 : 그럼 남자들은 보통 새해에 어떤 다짐을 하나요?

클레이튼 : 남자들은 근육을 만들거나 운동, 금연, 금주 같은 거...

향 : 북한 사람들도 그런 거 많이 세워요, 금연, 금주. 술을 끊는다는 건 3대 거짓말 중에 하나로 취급하거든요.

예은 : 남한도 마찬가지예요.

클레이튼 : 만약에 제가 미국에 있었다면 술 끊을 수 있었지만, 남한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회사에서 회식도 하고 한국 친구들도 있고, 한국에서는 술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저는 작년에 취업해서 올해는 자기계발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 자기계발, 이 단어는 남한에서 참 많이 사용되죠. 클레이튼이 봤을 때는 어때요?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책 상위권에 자기계발서, 아니면 영어 관련 책들이 많았대요. 공부해야지,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그런 책들을 보는 건데, 미국에서도 자기계발이나 20대 청춘들이 취업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있나요?

클레이튼 : 자기계발하려는 사람들 있지만 한국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한국 처음 왔을 때는 놀랐어요. 한국 사람들 이렇게 공부에 집중하고, 시험 걱정하고. 미국 사람들은 새해에 자기계발보다 살 빼고 싶다, 운동하고 싶다, 담배나 술 끊겠다는 목표 많이 세웁니다.

진행자 : 클레이튼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클레이튼 : 한국어 훨씬 잘하고 싶습니다. 하루에 신문기사 몇 개 읽고, 새 어휘들도 공부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 향 씨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향 : 저는 일단 취업을 해야죠.

진행자 : 그렇죠, 여러분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거죠.

향 : 북한에 있었으면 이런 고민은 안 했을 거예요. 북한은 졸업하고 취업을 안 하면 무조건 잡혀가요. 직업이 없다는 게 북한에서는 범죄예요. 어떤 공장이든 적을 둬야 해요.

진행자 : 그럼 북한에서는 100% 취업이 보장되는 거네요?

향 : 그렇죠, 그런데 월급을 주지 않는 취업인 거예요. 북한이 선전할 때 '우리나라는 백수가 없어, 100% 취업이야'라고 하잖아요.

진행자 : 남한에서는 취업을 하고 싶어도...

향 : 못하죠, 그리고 취업이 곧 나의 생계면서 정체성이잖아요. 내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

진행자 : 인사할 때 '어디에서 일하는 누굽니다'라고 할 때가 많죠.

향 : 그런 것 때문에 처음에는 스트레스였어요. 어렸을 때 북한에서 그런 훈련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와 경쟁해서 어딘가에 가야 한다거나... 그런데 남한에서 살다 보니까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북한에 있어봤자 취업해서 뭐하겠어요, 돈도 안 나오고.

저는 일단 3월에 취업을 할 거고요. 이제 세계적이잖아요, 영어를 잡아야죠. 그리고 요즘 들리는 소문에 북한 사람들이 중국어를 굉장히 열심히 한대요. 그래서 위기의식을 느꼈어요. 통일 됐을 때 북한 사람들은 중국어를 잘 하는데, 나는 못하면 안 되니까 중국어도 좀 배워볼까.

진행자 : 요즘에 세계적으로 영어 다음에 각광받는 언어가 중국어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국가 경쟁력과 관련 있는 게 지금 중국이 엄청나게 비약하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시장이 넓어지면서 중국어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일 텐데, 언어 얘기를 하면 예은 씨를 빼놓을 수 없죠.

예은 : 저는 대세 언어는 아니고 전공이 러시아어라서 이번에 러시아어를 좀 더 공부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곧 러시아에 가서 자격증을 따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향 : 저는 미드(미국 드라마)를 어제부터 보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재밌어서 내용에 집중하다 보니까 공부가 안 돼요. 제가 미국 영화를 북한에서 처음 봤을 때 나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어요. 잊을 수가 없어요. '타이타닉'이라는 영화였는데.

클레이튼 : 북한에서 미국 영화나 드라마 보는 거 금지하지 않아요?

향 : 몰래몰래 많이 봤어요. 저는 미국에 관심이 많았어요. 남한보다 더 많았어요. 왜냐면 미국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가르치기 때문에 너무 금기시 하니까 관심이 많아졌어요. 미국 영화나 드라마나 너무 재밌는데, 다음 날 학교에 가면 '미국 나쁜 놈' 이러면서 교육을 받는 거죠.

진행자 : 그럴 때 어떤 생각을 했어요?

향 : 그 당시에는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집에서 계속 물어봤죠. 영화에서 보면 미국 사람들 예의가 좋은데, 북한 남자들은 저리 가라고 말할 정도로 멋있는데, 엄마 아빠한테 왜 미국인들을 나쁜 놈으로 묘사하느냐고 계속 물어봤죠. 우리가 총으로 죽여야 한다고 가르치니까. 부모님은 말을 피하죠. 그런데 외할머니는 일본인이거든요. 외할머니가 오셨을 때 '할머니 왜 미국 사람들이 나쁜 놈이야?' 물었더니 '그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한대!' 하시더라고요. 국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그때 어렴풋이 느꼈죠.

예은 : 어렸을 때부터 다른 문물을 빨리 받아들이셨네요.

향 : 이 방송 듣고 있는 북한 분들도 모르는 사람들은 무척 신기할 거예요. 미국에 대해 세뇌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진행자 : 얘기가 좀 다른 방향으로 갔는데, 그래서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할 건가요?

향 : 제 방식대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 방법이 불가능하죠?

향 : 북한에서도 미국 드라마를 많이 봐요.

진행자 : 왜 우리는 영어공부를 한다면 학원에 다니거나 외국인을 직접 만나서 1대 1로 과외를 받거나 혼자 할 때는 인터넷 등으로 외국 드라마를 보면서 하는데 북한에서는 그렇게까지는 힘들잖아요.

향 : 북한에서 과외가 불법이지만 많이 해요. 그래서 영어나 중국어 과외를 많이 해요. 북한 청년들이 이 방송 들으면 공감하실 거예요. 새해 계획으로 저처럼 영어공부 하겠다는 사람들 많을 걸요. 왜냐면 요즘 북한에서 영어, 중국어를 모르면 바보 취급한대요. 평양에 다녀온 제 미국인 친구가 영상을 찍어왔어요. 길을 가면서 영어 단어장을 들고 있는 애를 촬영했더라고요. '너 지금 뭐하냐?'고 물었더니 '영어단어 외운다'고. 중학생이 영어로 말하는데 잘하더라고요. 제가 위기의식을 느꼈다니까요. 남한에 와서 너무 나태해졌구나.

진행자 : 미국 언어라고 하지 않고 영국 언어라고 하면서 배우겠죠?

향 : 충격적인 얘기가 영상에 있었어요. '원래 북한은 미국이 주적이 아니냐, 왜 적의 나라 언어를 배우냐?'고 물어봤더니 그 중학생이 '영어가 주적의 나라 언어인가요? 세계어지!'라고 말하더라고요.

예은 : 맞는 말이네요. 그런데 혹시 조작된 게 아닐까요(웃음)?

향 : 아, 그것마저도? 그럴 수도 있겠네요(웃음).

진행자 : 예은 씨도 올해 아마 가장 큰 목표 중에 하나가 취업이 아닐까 싶어요.

예은 : 네, 취업입니다.

진행자 : 향 씨는 어느 쪽 분야로 취업하고 싶어요?

향 : 저는 은행 쪽이요.

북한과 달리 남한에서 20대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새해 소망, 그리고 계획 중 하나는 바로 취업일 텐데요. 우리 청춘들은 어떤 일을 하고 싶고, 그 일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할 계획인지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