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세] 당신의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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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 만세> 이 시간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1년 중 어떤 계절을 좋아하세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참 복 받은 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는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자기 생일이 속한 계절을 좋아한다고 답합니다. 생일이 여름이면 여름, 겨울이면 겨울을 좋아한단 말인데요. 물론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제 주변의 사람들은 그렇습니다. 그만큼 자기 생일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말이죠.

북쪽에서는 최고 지도자의 생일을 국가적인 명절로 기념하고 있지만 그래도 개인들에겐 자기 생일이 최고일 것 같습니다. 오늘은 생일 얘기 한 번 해 봅니다. 이 시간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김윤미 씨와 함께 합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지철호, 김윤미 : 안녕하세요.

권지연 : 오늘 우리가 모인 이유가 있습니다. 어제가 철호 씨 생일이었답니다! 몇 번째 생일이었나요?

지철호 : 올 해가 28번째 생일입니다.

권지연 : 남쪽에 와서 보내는 생일로는 몇 번쨉니까?

지철호 : 남쪽에 와서는 다섯 번째 보내는 겁니다.

권지연 : 생일 날 아침에는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데 미역국 좀 드셨나요?

지철호 : 아뇨. 미역국은 못 먹었습니다. 저는 혼자 사는데 혼자는 해 먹기가 귀찮아서 안 먹었습니다. 하지만 저녁에 동생들이랑 생일 파티 겸 놀았습니다.

권지연 : 뭐하고 놀았어요?

지철호 : 저는 중국을 거쳐서 오다보니까 마파두부나 양꼬치 같은 것들을 즐겨 먹는데 그런 것들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양꼬치 집에서 옥수수 국수도 먹었습니다. 원래 북쪽에서는 생일날 저녁에 국수를 먹습니다. 오래 살라는 의미인데요. 그래서 어제 저도 국수를 먹었습니다.

남쪽에선 생일날엔 흰밥에 미역국을 먹는데 북쪽에서는 국수를 드시는군요.

남쪽에서 왜 미역국을 생일상에 올리게 됐을까...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날 어머니는 산후조리를 위해 미역국을 먹습니다. 우리가 태어나 처음 먹는 어머니의 젖에 미역 성분이 들어있는 것이죠. 그래서 미역국은 태어난 날을 상징한다는 겁니다. 또 부모가 겪은 출산의 고통을 새기면서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역이 지금은 흔하지만 예전에는 귀한 음식이어서 생일상에 올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북쪽에서 생일날 국수를 먹는 풍습은 중국에서 들어왔습니다.

기원전 100년 중국 한나라 때 생일 맞은 한무제가 성대한 축하연을 벌였는데 그 때 나온 음식이 국수였습니다. 국수를 요리상에 올린 것에 한무제가 화를 내려하자 삼천갑자 동박삭이 만세를 외치며 "옛날 요순시대 때 팽조는 800살까지 살았다고 하는데 이는 얼굴이 길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폐하의 생일상의 국수를 보니 가늘고 긴 것이 팽조의 얼굴에 몇 배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는 요리사가 폐하의 만수무강을 빌며 국수를 만든 것 같습니다" 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말에 한무제는 기뻐했고 이때부터 생일날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고 하는군요.

권지연 : 윤미 씨는 축하 좀 해줬나요?

김윤미 : 전화로 해줬습니다.

권지연 : 생일 거듭 축하드리고요. 선물은 많이 받았어요?

지철호 : 아는 동생이 목도리 선물해주고 북에서 말하는 솜 동복을 사는데 도움을 줬고 형은 신발을 선물해 줬습니다. 생일 덕분에 올 겨울은 따뜻하게 날 것 같습니다.

2008년도에 남쪽으로 온 윤미 씨는 남쪽에서 네 번의 생일을 보냈습니다. 자신의 특별한 날마다 함께 하는 사람들 속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윤미씨 생일 얘기도 들어볼까요?

권지연 : 윤미 씨 생일은 언제예요?

김윤미 : 저는 9월입니다. 북에서는 생일에 별로 의미를 안 뒀습니다. 그런데 남쪽에 와서 학교 동생들이 케이크에 불 켜주고 깜짝 선물을 해줬는데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친구의 생일을 챙겨줬습니다. 두 번째 생일 선물은 남자 친구한테 받았고요. 세 번째 생일은 <나우>에서 사람들과 노래방도 가고 즐겁게 놀았는데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북쪽에선 생일날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북에 있을 때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윤미 씨와 달리 철호 씨는 생일을 손꼽아 기다렸다는군요.

지철호 : 평소에는 맛있는 걸 못 먹는데 생일날 유일하게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기다리지 않아도 생일이 찾아오더라고요. 평소에도 맛있는 것을 많이 먹으니까요. 북한의 생일이 집에서 즐기는 문화라면 여기는 밖에서 노는 문화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권지연 : 같은 북쪽인데도 윤미 씨는 생일을 모르고 지냈다고 하고 철호 씨는 생일을 기다렸다고 하네요. 같은 북쪽이라도 많이 다른가 봐요. 김윤미 : 그렇죠.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고 친구들이 많고 적음에 따라서도 다르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집이 풍족하진 않았습니다. 떡도 해 먹고 그러긴 하지만 같이 놀 친구가 없었습니다. 여자들이다보니 생계 때문에 일하러 나가다보니까 졸업하고 나서 같이 모일 친구들이 없었습니다.

남쪽에서는 미역국처럼 생일에 빠지지 않고 챙기는 것이 케이크입니다. 케이크는 생크림이나 여러 가지 장식으로 꾸며진 동그랗고 커다란 빵을 얘기하는데요. 외국에서 들어온 풍습입니다. 보통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빵집에서 케이크를 사와서 생일을 맞은 사람의 나이만큼 얇은 초를 그 위에 꼽습니다. 그리고 초에 불을 켜 놓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면 생일을 맞은 사람은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며 '후' 불어 촛불을 끕니다. 이렇게 빈 소원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하네요...

권지연 : 생일은 좋은날이지만 저는 이제 생일이 반갑지 않아요. 남쪽은 특히 생일 날 케이크에 초를 꼽잖아요. 초의 숫자가 늘어가는 걸 볼 때마다 한숨과 눈물이 나오죠.

지철호 : 북에서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에서 '해피 버스데이 투유~' 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케이크에 불을 끄는 것을 봤습니다. 그게 뭐하는 건가 했는데 여기 와서 영화에서 봤던 것이 흔한 생일 풍경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권지연 : 북쪽은 생일에 어떤 노래를 불러줘요? 생일 축하만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가 있나요?

김윤미 : 없습니다. 그냥 친구에 대한 노래를 불러 줍니다. 잊지 못할 청춘 시절 동무여 우리 우정 그 어디서 꽃 폈나... 이렇게 시작하는데요. 그런데 노래 가사가 결국 후렴에 가면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 이런 식으로 우상화에 대한 노래로 이어집니다. 진정한 생일이나 우정 노래라고 보기는 어렵죠.

그렇다면 주인공 철호 씨는 28번째 생일을 맞아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권지연 : 철호 씨는 어떤 소원 비셨나요?

지철호 : 겨울이니까요. 여자친구 생기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웃음) 여기 여자 분들은 속마음을 알기가 어렵거든요. 그런 것이 해결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웃음)

권지연 : 여자 친구만 달라고 빌지 마시고 힘들게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 생각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철호 : 제가 교회를 다니다보니까 예배 끝나고 기도 할 때 엄마의 건강과 고생하는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합니다. 처음에는 제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다가 2,3년 지나고 말씀을 많이 듣다보니 타인을 위해서 기도 많이 하는데 그 속에 저희 부모님도 항상 포함돼 있습니다.

권지연 : 생일을 맞아 부모님께 음성 편지 한 번 남겨보시죠.

지철호 : 엄마! 저를 이렇게 멋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엄마의 바람대로 열심히 할게요. 엄마도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권지연 : 철호 씨 생일을 맞아 윤미 씨가 또 철호 씨에게 덕담하나 해 주시죠.

김윤미 : 이제 한 살 더 먹었으니까 누나한테 잘해라... (웃음) 농담이고 앞으로 더 노력해서 모든 일이 잘 될 거라고 믿어. 생일 축하해.

권지연 : 마무리로 윤미 씨가 축하 노래 불러 주시죠.

김윤미 :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철호의 생일 축하합니다.

한 생명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만큼 반갑고 좋은 일이 또 있을까요? 올 해도 많은 생명들이 축복 속에 태어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청춘만세> 권지연, 지철호, 김윤미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