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춘 만세> 새해를 여는 이런저런 모습에 대해 지난 시간부터 함께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알게 모르게 점을 많이들 본다고 하는데요. 남한에서는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한 해 운이 어떤지, 조심할 일은 없는지 연초에 토정비결을 보는 사람들도 있고요. 거리 곳곳에 점집이 있어서 돈을 내고 사주를 보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는 타로점도 유행인데요. 어떤 건지, 그리고 새해 우리 청년들의 계획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들어보시죠.
진행자 : 요즘 카페, 찻집에서는 저렴하게 타로점도 보잖아요. 그건 서양 카드로 보는 거죠.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13세기부터 있었대요.
클레이튼 : 미국에도 있어요.
예은 : 어쩐지 그림이 예스러워요. 타로점은 대중적이라서 주변에서 많이 보기도 하고, 실제로 배우기도 해요. 그림이 뜻하는 게 무엇인지 설명해줄 수 있으니까. 카드를 뽑아서 그 그림의 조합으로 앞일을 예측하더라고요.
진행자 : 북한에 타로점은 없을 거예요?
광성 : 네, 타로점은 없는데 화투점이나 카드점은 있어요. 혼자서도 보죠. 숫자별로 의미가 있더라고요. 저도 북한에서는 해보곤 했어요.
진행자 : 아까도 말했지만 재미로 볼 때도 있지만 큰 돈 내고 볼 때는 뭔가 갑갑하고 앞날이 궁금하고 힘들 때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이런 역술이 성행한다는 건...
예은 : 막을 수 없나 봐요. 사상교육이 사람들의 생각까지 통제할 수는 없나 봐요. 그리고 국가적으로 혼란스러우니까 점술가에게 더 의지하는 게 아닐까.
진행자 : 남한 같은 경우는 힘든 일이 있으면 각자의 종교에 의지할 수도 있고 사회적인 단체에서 도움을 받거나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도 불안감을 덜 수 있는데 북한에는 그런 것들이 제한되다 보니 역술에 많이 매달리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예전에 남한의 한 대통령과 똑같은 생년월일, 시간에 태어난 사람을 찾아갔대요. 사주라는 게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으로 보는 거잖아요. 그럼 똑같은 사주를 갖고 있을 텐데, 대통령과 같은 때에 태어난 사람은 농촌의 평범한 농부였다고 해요. 이건 클레이튼의 '사주를 믿지 않는다'는 말을 대변하겠죠.
광성 :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사람도 있고, 바꿀 수 없다는 사람도 있는데 인생이라는 게 노력하면 바뀌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그러니까 사주를 맹신할 건 아니에요. 그런데 탈북한 분들 중에서 남한에서 역술가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광성 : 북한에서는 하나의 직업이라기보다는 그냥 봐주는 건데 남한에 와서 아예 직업으로 할 수도 있겠죠.
진행자 : 남한에서는 요즘 점볼 때 신용카드 결제도 되거든요(웃음).
예은 : 정말 용한 분들은 어마어마하게 번다고 들었어요.
광성 : 골목골목 무척 많더라고요.
진행자 : 많아요, 많긴 많은데 재미로 보는 사람들이 많죠. 북한에는 없을 것 같은 역술가가 북한에도 있고, 꽤 성행한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광성 군이 말한 것처럼 사주가 있더라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아예 믿지 않는 클레이튼도 있는데. 스스로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려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낼지 많이 생각했을 것 같아요. 먼저 작년에 어떤 생각들을 했었는지 들어보겠습니다(웃음).
------- 작년 새해 첫 방송 ------
예은 : 일단 운전면허를 꼭 따고 싶고요. 러시아 자격증을 따는 것도 새해 소망이에요.
클레이튼 : 이제 학교 졸업했으니까 연애 다시 시작해야죠. 너무 늦기 전에, 연애 세포 죽기 전에 여자 친구 만들어야죠.
진행자 : 자, 여러분의 2016년 계획은 달성했나요(웃음)?
예은 : 반성의 시간이네요. 일단 운전면허증은 따지 못했습니다. 아예 까먹고 있었어요. 그리고 러시아 자격증은 비록 따지 못했지만 이번에 대학원 시험 준비하면서 다른 방편으로 이루지 않았나.
진행자 : 클레이튼은?
클레이튼 : 그냥 영원히 혼자서 살 겁니다(웃음).
진행자 : 성공하지 못했군요(웃음). 계획이라는 게 세운다고 해서 모두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광성 군은 우리와 방송한 지 6개월 밖에 안 돼서, 2016년에 어떤 걸 계획했는지 기억해요?
광성 : 저는 매년 계획하는 게 하나 있어요, 금연. 또 실패했고. 또 하나는 취업이었는데 그건 성공했어요.
진행자 : 자기암시라는 게 있대요. '내가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생각하면 정말 실현되는 힘이 있다고 하거든요. 제가 내년에도 이렇게 확인을 할 테니까 오늘 이 시간을 통해서 좀 제대로 된 2017년 계획을 세워보죠.
예은 : 저는 대학원에 가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 장학금을 받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체중을 5킬로그램 정도 감량하고 싶어요(웃음). 저의 목표입니다.
진행자 : 사실 체중감량은 작년에도 있더라고요(웃음). 광성은?
광성 : 저는 먼저 매년 계획하는 금연. 두 번째는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 5개월 정도 되는데 그 회사에서 뭔가 특별한 일을 해서 인정받고 싶어요. 세 번째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대학 들어오기 전까지는 친구들과 나름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후에는 내 생활에 치우쳐서 자주 못했어요. 지금부터라도 나눔의 행복을 찾고 싶어요.
클레이튼 : 저는 세 가지 있습니다.
진행자 : 연애(웃음)?
클레이튼 : 사실 연애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억지로 할 수는 없잖습니까. 상대가 좋아서 사귀어야 하는데 여자들이 저를 안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이건 뺄래요. 일단 한국어. 2016년에는 한국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얘기하긴 했는데, 그렇게 하면 늘지 않아요. 똑같은 말만 하니까. 두 번째는 제가 전자기타를 좋아하는데 아직도 제대로 연주하지 못해요. 올해는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해보고 싶어요. 세 번째는 두 달에 한 권은 책을 읽으려고요.
예은 : 저도 한 가지 추가할게요. 저도 광성 오빠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물질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돕고 싶어요.
진행자 : 저는 2016년에 바쁘고 아프고를 반복했던 것 같아서 2017년에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좀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외국에서 돌아온 뒤에 적응하느라 여행을 못했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야겠다는 계획이 있어요(웃음).
북한에서도 새해가 되면 해외여행을 가거나 뭔가 배우겠다거나 이런 계획들을 청년이니까 세울 수 있잖아요. 그럴 여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광성 : 생각해 보니까 저도 북한에 있을 때는 특별한 계획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1월 1일이면 계획을 세울 만도 한데 그런 생각조차 못했어요. 왜냐면 계획을 세워봤자 실현 가능성도 없고, 솔직히 계획 따라 되는 삶도 아니고. 계획이 아니라 그때그때 살아가는 삶이라서... 지금 생각하니까 슬프네요.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는 것도.
예은 : 무한한 기회가 있어야지 자기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진행자 : 우리가 지금 세운 계획들이 사실 희망이잖아요. 여행을 가고 싶고, 살을 빼고 싶고, 기타를 배우고 싶은 희망인데.
광성 : 그 희망 자체를 갖지 못하죠.
예은 : 연초가 되면 다이어리라고 해서 연간 계획을 세우고 기록할 수 있는 수첩을 많이 사요. 그런 것조차도 별로 안 사겠네요.
광성 : 다이어리라는 것 자체가 없고, 10대 후반은 내년에는 군대 갈 고민을 하고. 20대는... 20대가 없죠. 군대 가니까. 쭉 군대에 있으니까 올해도 굶어 죽지 말고, 사고 당하지 말고 무사히 살아남자. 제대해서 돌아오면 28살~29살? 결혼해서 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니면 결혼을 생각하겠죠. 그런데 결혼도 계획이 아니라 그냥 살다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게 되는 거죠. 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너무 안타깝네요. 그전에는 이런 생각을 못하고 안 했는데, 이 시간을 통해 생각을 하니까 너무 안타까워요.
예은 : 기대감이 없네요. 새해 계획을 세울 때 이번에는 꼭 해야겠다고 기대를 갖고 한 해를 시작하는데, 그런 기대감 없이 올해도 무사히, 탈 없이 보내기만 바라는 거네요.
광성 : 잘 넘어갔으며 좋겠다, 국가에서 뭔가 더 안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죠.
진행자 : 사실 남한의 청년들도 밝고 환한 꽃길만 있는 건 아닙니다. 참 요즘 힘들고요. 특히나 직장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해요. 직장에 들어가도 버는 것에 비해 돈을 쓸 데도 너무 많고 물가도 비싸고. 남한의 청년들도 살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지금껏 말한 것처럼 실현이 되든 안 되든 뭔가 희망하고 계획할 수 있는데 가능성이 있는 것과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겠죠.
광성 : 저는 남한 청년들이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그러면 남한 청년들은 '우리가 뭐가 행복하냐'고 말해요. 못 느끼는 거예요. 희망과 자유가 있다는 걸. 1년 계획조차 가질 수 없는, 희망과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는 아무리 잘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런 부분에서는 남한 청년들이 참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우리가 새해 첫 방송으로 올해 토정비결도 잠시 봤고요. 또 한 해 이런 이런 일들을 하고 싶다고 서로의 새해 계획을 말해봤습니다. 북한에서는 한 해 계획을 거창하게 품는 것 자체가 힘들겠지만 클레이튼이 말한 독서, 광성 군이 말한 금연 등은 북한에서도 하실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나는 올해 이렇게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글로 적어두면 자기 암시 효과가 있다고 해요. 청취자 여러분도 뭔가 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계획하고, 적어보고, 실제로 말을 하면서 좀 더 희망차게 열어가셨으면 좋겠네요.
다 함께 인사드리면서 이번 시간은 마무리하겠습니다.
다 함께 : 청취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행자 : <청춘 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