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세를 믿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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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범띠는 마음을 모두 비웠더니 새로운 행운이 찾아든다. 60년 쥐띠는 몹시 기다리던 문서 소식을 오후쯤 듣게 된다, 73년 소띠는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린다면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된다, 75년 토끼띠는 친구들과 사이가 썩 좋지 않다가 오후쯤 좋아진다.

이게 뭐냐고요? 오늘자 날짜로 신문에 올라온 띠별 운세를 무작위로 뽑아 읽어본 거랍니다. 자신에게 해당되는 연도와 띠가 나왔다면 분명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되셨을 것 같은데요?

운세, 운명. 여러분은 이런 것들을 얼마나 믿으십니까? 오늘 <청춘만세>에서 얘기 나눠봅니다.

저는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재동, 지성호 씨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재동, 지성호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은 주제가 '운세를 믿으십니까' 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타고난 팔자가 있다고들 하는데 북에서도 이런 말들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정민 : 네, 북에서도 그래요.

진행자 : 그렇군요. 그래서 신년이 되면 점 보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이 중에서 운세를 가장 많이 믿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정해진 운세나 운명이 있다'고 가장 맹신할 것 같은 사람을 우리는 동시에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진행자 : 하나, 둘, 셋!

결과는요. 정민 씨는 저를, 성호 씨는 재동 씨를 재동 씨와 저는 모두 성호 씨를 가리켰습니다.

진행자 : 성호 씨가 꼽혔는데요. 실제로 어때요?

지성호 : 저는 그런 거 안 믿습니다.

진행자 : 전혀요?

지성호 : 네, 전혀 안 믿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운세를 믿었죠. 심지어는 탈북해서 넘어올 때도 전 날에 점집에 가서 운세를 봤죠. 그 내용이 틀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와서 종교를 가지게 되면서 믿지 않게 됐습니다.

이정민 : 저도 종교를 믿다보니 점이나 운세 같은 건 믿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제가 믿는 종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사람이다 보니까 호기심이 생기긴 합니다.(웃음) 그리고 조금 특이한 꿈을 꾸면 그 꿈에 대한 해석이 무엇인지 검색을 해서 알고 싶고 그렇습니다. 맹신하지 말고 참고만 할 수 있다면 오히려 모를 때보다는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재동 씨는요?

김재동 : 저는 지금까지 운세는 잘 안 믿는 편이었는데요.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는 재미로 보는 편이고요. 할머니나 아버지가 좋지 않은 꿈을 꾸고 조심하라고 하면 참고하는 정도입니다.

이정민 : 기자님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진행자 : 저도 점을 보진 않는데 신문에 올라 온 오늘의 운세 같은 건 슬쩍 슬쩍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생활 속에서 스스로 점을 볼 때가 있죠. 예를 들어 학창시절에 시험 볼 때요. 모르는 문제 나오면 연필 굴리기를 하곤 했는데 이런 것도 일종의 점 아닌가요?

김재동 : 저는 이게 점이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저도 지우개 굴리기도 많이 해봤습니다.(웃음)

세 명 다 운세, 운명 따위는 믿지 않는다 말했지만 아주 무시하지는 못하는 눈칩니다. 특히 정민 씨와 성호 씨는 북에 있을 때 점집을 드나들며 많이 의존했다고 말합니다.

진행자 : 운세를 안 믿는다고는 해도 한 번 씩은 경험이 있는 것 같네요.

이정민 : 북한에 있을 때는 점 집 밖에 믿을 곳이 없어요. 불안한 마음을 맡길 곳이 그런 것 밖에 없으니까요. 법적으로는 불법이고 엄한 처벌을 하지만 점 보는 사람들이 없어지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불안한 심리를 점집에 의지하기 때문이에요. 저희 동네에도 여섯 살짜리 애가 점을 봐주곤 했는데 그 때는 복채를 옥수수나 식량으로 지불을 했었어요. 그 얘가 하는 말이 정말 잘 맞아서 단속하는 안전원들도 단속하러 왔다가 문을 걸어 잠그고 나는 어떠냐고 물어볼 정도였어요.(웃음)

지성호 : 가는 곳마다 그런 것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사기꾼 같은 사람들도 있고 정말 잘 보는 사람들도 있고요. 짝퉁도 있고 진품도 있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이 의지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서 본 건 탈북해서 넘어 올 때 불안하잖아요. 점을 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 맞췄습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본다고 해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 주는 건 아니잖아요.

이정민 : 한국에 오니까 점집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진행자 : 남쪽은 스마트 폰으로도 점을 볼 수 있으니까요. 사주 카페 같은 곳도 있고요.

이정민 : 저는 타로가 신기했어요. 맞추는 것 같기는 했는데 보고나면 허무한 느낌? 돈이 아깝더라고요.

오히려 남쪽에서는 자유롭게 점을 볼 수 있고 점을 보는 방법도 다양하지만 돈이 아까웠다는 정민 씨. 점을 보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해도 결국 모든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의 힘이지 않느냐는 성호 씹니다.

하지만 여전히 북에서도 몰래 몰래 점집들이 성행하고 있고요. 남쪽에선 취업 면접 시험장에까지 관상을 볼 줄 아는 역술인이 면접관 자격으로 함께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모든 것은 자기하기에 달렸다고 말입니다.

이정민 : 북한에서도 관상을 보는데 여자 같은 경우는 비만하지 않은 체형이면 사무직에 알맞고 성격이 활달해 보이는 사람이면 얼굴에 나타난다고 해요.

진행자 : 그런데 관상이 좋다는 것이 뭐 별 거 인가요? 보기 좋은 얼굴이 관상도 좋은 게 아닐까요? 늘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관상이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얼굴을 바꾸기 전에 마음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정민 : 저는 하루에 열 번 씩 웃어 봐야겠어요.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관상이 좋다는데 계속 웃으면 그렇게 될 거 아니에요.

김재동 : 저는 생각해보니 수업 시간에 카메라 앞에서만 웃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어색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평소에 잘 웃어야겠어요. 그리고 조리 있게 생각을 정리해서 얘기하는 연습을 통해 야무진 인상을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성호 : 저는 북한에서도 생활해보고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데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에서든 겸손하고 성실하게 살면 된다. 올해는 조금 더 그런 쪽으로 노력하고 해야 할 것 같고요. 제 위치에서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진행자 : 자, 지금부터 각자 스스로의 운명에게 고합시다.

이정민 : 저는 여자로 태어났고 봄에 태어나 사주로는 그리 좋은 사주가 아니라고 합니다. 띠도 좋은 띠가 아니라고 해요. 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미래엔 훨씬 좋은 삶을 살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 생각들이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던 것 같고 앞으로도 내 운명을 거스를 순 없겠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최고의 가치를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또 앞으로 남 보기에 추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내 운명 파이팅!

김재동 : 지금은 활동이 뜸하지만 김원준의 '쇼'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가사를 보면 '룰은 없는 거야. 내가 만들어 가는 거야. 난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주인공인거야'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이 가사를 생각하면서 용기내서 당당하게 면접이든 어떤 것이든 의지를 불태워 보려고 합니다. 내 운명아! 네가 주인공이다. 힘내라!

지성호 : 나의 운명에 대해서 좌절한 적도 있었습니다. 고통을 느끼고 자살하고 싶었던 적도 있어요. 장애인으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든 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이 감사하게 다가옵니다. 아마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가 아니라 북한에서 살고 있겠죠. 그리고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 법학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건데 사람들에게 해가되는 일을 안 하고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하는 겁니다. 얼마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사는가. 앞으로 뭔가는 돼있을 것인데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 운명아! 파이팅!

진행자 :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내가 정말 열심히 살고 최선을 다해 살면 하늘인들 내게 어찌하리오! 여기 계신 분들은 하늘도 감동시키는 분들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새해에는 더욱 파이팅 합시다.

모두 함께 : 청춘만세!

거지 시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천상병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우리 인생을 '소풍'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소풍 날 예기치 않은 비를 만날 수도 있고 집이 가난해 형편없는 도시락을 싸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소풍을 즐기겠다는 마음이죠.

여러분은 지금 소풍을 즐기고 계신가요? 소풍이 즐겁지 않다면 마음부터 바꾸어 보세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내가 내 소풍을 즐기겠다고 마음먹는 그 순간부터 소풍은 즐거워질 겁니다. 운명의 여신은 그 순간부터 여러분의 편에 서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권지연 이었습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