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세] Let's Learn English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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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학생들은 지금이 겨울 방학 기간입니다. 분명 학교는 안 가는데 학생들은 더 바쁩니다. 2달이 넘는 방학 기간 동안 여행도 가고, 부족한 공부도 하고 시간제 일도 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요즘은 다양한 훈련을 하면서 영어를 배우는 영어 캠프가 유행입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원어민과 함께 생활하면 다양한 체험을 하다보면 저절로 영어 실력이 쑥쑥 향상된다는 건데요. 오늘 <청춘만세>에서 탈북 청년들의 영어 캠프 현장을 가봅니다. 남북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지철호, 이정민 씨가 함께 했습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지철호, 이정민 : 안녕하세요.

권지연 : 오늘 어디가는건가요?

이정민 : 잉글리시 캠프!

권지연 : 잉글리시 캠프?

아침 일찍 만나 영어 공부 하러 가는 발걸음이 즐겁습니다. 배움은 늘 삶에 새로운 활력소를 더해 주는 것 같습니다.

권지연 : 언제부터 하신건가요?

지철호 : 지지난 주부터 시작해서 이번 주가 3주차고 마지막 주입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기초를 많이 쌓을 수 있어서 좋은 수업인 것 같습니다. 수업은 '나우'에서 함께 활동하는 청년들과 하고 있는데요. 북한 인권에 관심이 있는 선생님들이 탈북 청년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겁니다.

이정민 : 저 같은 경우는 영어는 다른 나라 언어니까 배우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외국어를 배우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두려움을 떨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 가면 신나고 자율적인 분위기도 좋습니다. 그리고 젊은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습니다.

권지연 : 철호 씨 영어 실력은 제가 지난번에 좀 봤는데 외국인과 대화하는데 있어서 두려움이 없더라고요.

지철호 : 저 같은 경우는 영어 a,b,c 배울 때부터 원어민들하고 생활해서 두려움이 없습니다. 모르면 어때요? 어차피 저는 그 나라 사람이 아니라서 모르는 게 창피한 건 아니잖아요?

권지연 :저는 외국인들과 대화할 때 잘 알아듣지 못해도 통하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really? 정말? 이라는 단어를 중간 중간해 주면 됩니다. (웃음)

내 나라 말이 아닌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는 데 있어서 용기와 어느 정도의 뻔뻔함은 필수인 것 같죠? 하지만 언제까지 우리말과 영어가 혼용된 엉터리 영어, 콩글리시를 할 수는 없는 법! 영어! 제대로 한번 배워봅니다!

지철호, 이정민 : 하이! 안녕하세요.

친구들 : 반가와요.

20평 남짓 꽤 넓은 교실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미 영어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네요. 정민 씨가 예쁘게 생긴 또래 여성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이정민 : 저희 선생입니다. 수지 선생님이에요.

권지연 : 선생님이 예뻐서 유난히 남학생들이 많은가 봅니다. (웃음)

백수지 선생님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교포인데요. 탈북청년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일이 보람될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얼굴만큼 마음씨도 예쁘네요.

백수지 : 저는 백수지입니다. 친구가 영어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내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북에서 온 분들은 처음 만나봤는데 친절하고 좋습니다.

권지연 : 영어 시간이 기대되는데 주로 어떤 것들을 가르쳐 줍니까?

백수지 : 문법도 조금 하는데 대화를 중심으로 회화를 가르쳐 줍니다. 여자고등학교에서도 영어를 가르쳐 봤는데 여기서 이 친구들이 더 열심히 해요. 영어 발음 잡아 주는 것이 쉽지 않지만 잘 따라 옵니다.

권지연 : 영어 잘 하는 법은 뭐가 있을까요?

백수지 : 자꾸 듣고 자꾸 말로 하는 것입니다. 친구들이 학원도 안 다녀도 영어를 잘하는데요.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합니다.

INS - 수업 시작 현장 소리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됩니다. 선생님이 지난 시간에 내 준 숙제를 확인하고 시험도 보고 진도를 나갔는데요. 3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 버렸습니다.

지철호, 이정민 : 감사합니다. 선생님!

열심히 공부한 철호 씨와 정민 씨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 반짝 거립니다.

권지연 : 오늘 공부하는 모습 보니까 색다릅니다. 선생님도 잘 가르쳐 주시네요.

이정민 : 탈북자들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이렇게 못할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이런 마음을 막 표현하고 싶은데 영어가 짧아서 안타깝습니다.

권지연 : 철호 씨의 눈이 유난히 반짝 반짝 하던데요?

지철호 : 영어는 그렇게 눈이 반짝반짝해야 잘 배울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선생님에게 우리는 영어를 배우고 선생님은 한국어를 배우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권지연 : 영어를 배우면 써먹고 싶잖아요. 수업 후에 외국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 본 적 없나요?

이정민 : 아직은 아닙니다. 외국인이 보이면 숨기만 해요.

지철호 : 저 같은 경우는 외국인 친구가 있는데 외국인 친구와 서툴게 얘기를 했는데 4시간 넘게 영어로 얘기하고 나니까 나중엔 머리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아무 생각도 안하게 되고 먼 산만 쳐다보면서 집에 왔어요. (웃음)

권지연 : 이렇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전에 있었어요?

이정민 : 저는 없었어요. 영어 학원 다녀본 적도 없었습니다.

지철호 : 저는 원어민 자원봉사자에게 영어를 배워 본 적 있습니다. 2년 정도 배웠는데 1년 정도 쉬다 보니까 원점으로 돌아가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기회를 갖게 되니까 이전에 배웠던 것도 생각났습니다.

권지연 : 종로에 가면 영어 학원에 무척 많습니다. 저도 새벽반 끊어서 다닌 적이 있었는데 북한은 어때요?

이정민 : 평양은 모르겠는데 지방에는 원어민 선생님이 거의 없습니다.

지철호 : 저희가 있는 지역에서는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북한은 닫힌 사회라서 영어공부 필요성을 못 느꼈고 영어 시간에는 저도 잠만 잤었는데 북한을 떠나보니 꼭 필요한 공부더라고요.

영어가 북한을 떠나보니 꼭 필요한 공부더라는 철호 씨의 말이 참 마음에 와 닿는데요. 남쪽뿐 아니라 세계 공용어라고 불리는 '영어'를 잘 한다는 건 국제화, 세계화 되는 요즘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그래서 남쪽은 무척 어릴 때부터 부모들이 영어 공부를 시킵니다. 우리말도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부터 가르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영어 조기 교육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부모들은 자녀의 영어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권지연 : 남쪽의 어린이들은 무척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를 하는데 그런 조기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이정민 : 저는 좋은 것 같습니다. 북한은 중학교에 가야 영어 교과목이 생기는데 6년 동안에 배우기엔 짧은 것 같습니다.

지철호 : 언어가 결정되는 시기가 13살 전에 결정된다고 들었습니다. 외국어도 배울 수 있고 어릴 때부터 시야를 넓혀 나가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권지연 : 남쪽도 제가 공부할 때만 해도 회화보다는 문법을 중심으로 배워서 영어로 쓰는 건 할 수 있어도 외국인과 대화가 힘든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정민 : 영어라는 것이 부단한 노력 또 영어를 계속 써 먹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처럼 영어 알파벳도 모르고 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저도 이제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인데 다른 친구들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렇게 배운 영어를 정민 씨와 철호 씨는 어디에 어떻게 쓰고 싶은 걸까요?

이정민 : 저는 대학교에서 기초 영어 과목이 있는데 F, 낙제점을 안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철호 : 저는 무엇을 위해서 준비한다는 것 보다는 영어를 통해 다른 문화를 알아보고 싶습니다.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내 생각을 전해주고 북한 상황도 전해 주기 위해서는 영어를 할 수 있어야죠. 그래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싶습니다.

권지연 : 이제 영어는 필수인데요. 영어 말고도 배워보고 싶은 언어가 있어요?

이정민 : 저는 중국어를 배워보고 싶습니다. 배우던 거니까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싶습니다.

지철호 : 저 같은 경우는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하는데 영어 다음으로 스페인어를 배워서 국제적인 회의에도 나가보고 싶습니다. 북한의 상황을 세계에 알려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권지연 : 오늘 배운 것 하나 복습해 볼까요? 뭐가 기억에 남죠?

이정민 : there is와 there are의 차이입니다. 단수에는 there is를 쓰고 복수에는 there are를 쓰는 것이죠.

지철호 : I has a good friends. I'm so happy. 나는 좋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권지연 : 영어에는 왕도가 없다고 합니다. 열심히 하는 것 밖에는 없다고 하니까 열심히 합시다.

권지연, 지철호, 이정민 : 청춘 만세! 감사합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의 공통점, 그건 바로 '공부해라' 라는 잔소리를 듣기 전에 알아서 공부한다는 겁니다. 또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킬 때도 왜 내가 공부를 해야 하는지 필요성과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는데요. 목적이 분명한 정민 씨와 철호 씨의 영어 실력은 쑥쑥 향상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청춘 만세>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권지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