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모습과 생각을 전해드리는 <청춘만세>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을 함께 할 세 청년을 소개합니다!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클레이튼이라고 하는데 미국 켄터키 주에서 왔습니다. 한국 온 지 6년 됐고, 해외 이사 전문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화 : 네, 안녕하세요. 북한 평안남도 개천시에서 온 현화입니다. 남한에 온 지 10년 됐고, 어르신들 치아가 없으면 틀니를 하잖아요. 그런 걸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민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지민이고, 국제경영을 전공했고,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평범한 취업준비생입니다. 반갑습니다.
진행자 : 이지민 씨는 남한에서 나고 잘랐고, 현화 씨와 마찬가지로 25살 동갑이에요. 그리고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하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어떻게들 지냈나요?
현화 : 일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죠.
진행자 : 다들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까 바쁜데, 그런데도 클레이튼은 주말마다 따로 하는 일이 있다면서요?
클레이튼 : 네, 전쟁기념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6.25전쟁에 대해 해설해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자원봉사죠? 서울에 전쟁기념관이라는 곳이 있는데 외국 사람들도 6.25전쟁에 대해 알고 싶어서 많이 방문하거든요. 그 사람들한테 안내를 해준다는 건가요? 어떤 걸 주로 안내하는 거예요?
클레이튼 : 6.25전쟁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고 지금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진행자 : 아, 영어로요?
클레이튼 : 당연하죠(웃음).
진행자 : 한국어로 간략하게 얘기해 줄 수 있나요?
클레이튼 : 다음에 준비하겠습니다(웃음).
진행자 : 외국 사람들이 많이 오나요?
클레이튼 : 네, 많이 옵니다. 주한 미군이 많고, 일반 외국인 관광객도 많습니다.
진행자 : 그런데 '봉사'라고 하면 북한 청취자 여러분이 알까요?
현화 : 거의 모를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봉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남한에 와서 '봉사한다'고 해서 '그게 뭐지?' 했는데, 제가 직접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진행자 : 제가 봉사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봤더니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을 바쳐 애쓴다'고 표현이 돼 있더라고요.
클레이튼도 전쟁기념관에서 토요일마다 하는 일이 서너 시간 동안 머물면서 외국인이 알려달라고 요청을 하면 1시간 동안 설명을 해주는 거잖아요. 돈을 받지 않고 하는 거죠?
클레이튼 : 네, 교통비 정도만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 그러니까 노동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를 받지 않고 하는 건데, 왜 하는 거예요?
클레이튼 : 어렸을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6.25전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려 줄 수 있으니까 뿌듯합니다.
진행자 : 우리가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 청취자들에게 낯선 단어인 '봉사'에 대해 얘기를 해 볼 텐데, 여러분도 봉사 경험이 있을 거예요?
지민 : 저의 첫 봉사는 중학교 때 학교를 통해서 가게 됐는데 중학교 졸업을 하려면 1년에 할당된 봉사 시간을 채워야 했어요. 저는 그때 도서관에 가서 책 꽂는 봉사를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책을 꽂고 어린이들이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읽어주고, 책을 찾아주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는 장애인이 있는 단체에 가서 봉사를 했어요. 장애인이 그렇게 많은 곳에는 처음 가봤는데 가서 식사하는 것도 도와주고 말동무도 해줬어요.
진행자 : 저도 활동이 불편한 분들 댁에 가서 씻겨드리기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시각장애인들 위해서 책을 대신 읽어주는 낭독봉사를 해본 적이 있어요. 북한에서는 봉사에 대해 잘 모를 거라고 했는데, 현화 씨는 남한에 와서 봉사활동 해봤어요?
현화 : 네, 남한에 와서 일반 중학교에 들어갔더니 봉사활동을 해야 졸업할 때 가산점이 붙는다고 하더라고요. 불이 났을 때 어린이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험하는 시간이 있는데 거기서 어린이들을 위해서 풍선을 불었어요. '자원봉사 별 거 아니네?'라고 생각했죠.
그 다음에는 장애인 단체에 봉사활동을 갔는데, 침도 많이 흘리고 거동도 불편하고 다양한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와서 손잡고, 침 흘린 손으로 만지고 그러니까 저는 너무 싫은 거예요,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많이 도망 다녔어요. 그런데 7살쯤 된 어린아이를 봤어요. 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던 게 아니라 어릴 때 열이 높아서 그런 장애가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를 본 순간 불쌍했어요. 그 아이랑 놀면서 마음이 열려서 '아, 이것도 무서운 게 아니라 내가 먼저 다가가면 나를 받아주겠구나!' 생각하면서 감동받았어요.
진행자 : 들어보니까 여러분의 봉사는 학교에서 시작했네요? 미국도 마찬가지인가요?
클레이튼 : 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중학교 때 학교에서 하라고 해서 시작했고, 고아원이나 양로원, 장애인 시설에 가서 같이 놀아드리고 혼자 사는 노인 집에 가서 단열 처리나 청소도 해드렸어요.
진행자 : 처음에는 좀 싫고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내 방 청소도 안 하는데 다른 데 가서 청소하라고 하면(웃음). 그런데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었을까요?
지민 : 저는 자연스럽게 바뀐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 타의적으로 봉사활동을 접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그때 해봤던 기억이나 경험이 나중에 어른이 돼서 의미가 새롭게 다가와요. 당시에는 몰랐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대학 가서 봉사활동 했던 게 주변 초등학교에서 부모님이 늦게까지 일하시거나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줬어요. 저는 대학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는데 그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거나 다른 친구들에 비해 교육적인 환경이 열악하니까. 그때 처음으로 봉사활동이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내가 아는 걸 다른 사람에게 대가 없이 알려주는 게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진행자 : 어떤 보람이나 깨달음을 느끼면 봉사활동이 재미있어지는 거죠.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만 돌아오는 게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의 즐거움일 텐데. 클레이튼도 중학교 때부터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계속 하게 된 거예요?
클레이튼 : 어렸을 때는 이기적이어서 봉사하기 싫고 집에서 게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나이 들면서 그런 생각이 점점 바뀌었습니다. 배려심도 생기고. 이 정도로 충분히 잘 살고 있으니까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현화 씨는 그 뒤로도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나요?
현화 : 지금은 따로 못 하고 있고요. 예전에 충북에 있는 꽃동네라고 무척 큰 장애인 단체에 가서 4박5일을 자면서 봉사했는데 거기서는 할머니, 할아버지 계신 곳에 가서 안마 해드리고 노래도 부르고 했어요. 그곳에서 저희 외할머니와 닮은 분을 만났는데, 그 분도 저를 굉장히 예뻐하셨어요. 할머니가 '다음에 또 놀러오라'고 하셨는데, 몇 개월 뒤에 갔더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더라고요. 그때 충격을 많이 받아서 봉사를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아직까지 못하고 있어요.
진행자 : 자, 우리가 이렇게 얘기는 하지만 북한에 계신 청취자들이 '봉사?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생각할 수도 있을 테니까 여러분이 알고 있는 봉사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아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라는 것들을 알려드리면 좋겠죠.
예를 들면 의사나 간호사들이 의료 혜택이 어려운 곳에 가서 무료로 치료를 해주거나 분쟁지역에 가서 진료도 하죠.
지민 : 퇴직하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시는 봉사인데 나이가 많은 분들은 연륜이나 지혜를 활용해서 유적지에서 해설을 해주는 것도 있고, 초등학교에 가서 어린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봉사도 있더라고요.
클레이튼 :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물보호소 가서 주인 없는 강아지나 고양이와 놀아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원에 가서 청소를 할 수도 있고요.
현화 : 딱히 가진 게 없어도 누굴 위해서 내가 밥 한 끼라도 나눠 먹고, 옷을 못 입고 있으면 제 옷을 갖다 주는 게 봉사인 것 같아요.
진행자 : 기관이나 개인이 '밥차'라고 노숙자들의 끼니를 해결해주는 봉사도 있어요. 제 친구는 몽골 같은 개발이 덜 된 곳에 가서 집을 지어주는 봉사도 하더라고요.
지민 : 사진 찍는 분들이 시골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봉사도 해요.
진행자 : 맞아요, 요즘 재능기부라고 하잖아요. 방금 말한 사진작가도 마찬가지지만 자기가 가진 재능을 무료로 누군가에게 가르쳐주거나 베풀어주는 것도 있고요.
지민 : 한국의 연예인들도 재능기부를 많이 해요. 어떤 잡지는 연예인들이 사진을 찍는데 돈을 받지 않고 대신 노숙인에게 주기도 합니다.
진행자 : 겨울철에 할 수 있는 봉사도 굉장히 많죠. 김장철에 김장을 담가서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갖다 준다거나.
지민 : 연탄배달?
진행자 : 연탄배달도 많이 하죠. 저도 취재 때문에 한 번 해봤는데 굉장히 무겁더라고요.
현화 : 연탄이 무거워요. 북한에서는 연탄 때는 곳이 많아요. 보통 한 번 땔 때 3개씩 들어가는데, 아침에 넣으면 저녁까지 가요. 남한에 와서 연탄이 있다기에 놀랐는데, 그건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연탄은 산동네, 달동네라고 표현되는 고지대에서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보통 사용하는데, 고지대에 골목도 구불구불하니까 배달이 어려운 거예요. 그런데 기업체나 봉사단체에서 여러 명이 와서 옮기면 천 장도 금방 나르더라고요.
지민 : 저는 해보고 싶은 게 성탄절에 산타가 돼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싶어요.
클레이튼 : 미국 사람들은 많이 합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 많이 해봤습니다. 어려운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오면 산타 흉내도 내고 재밌었습니다.
진행자 : 보통 복지시설들이 모여 있는 곳이 많잖아요. 그래서 양로원에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산타 복장을 하고 고아원에 가서 산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 주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내레이션 : 봉사가 어떤 것인지 감이 좀 잡히셨나요? 우리 청년들은 왜 남을 위해 봉사하는 걸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들어보죠. <청춘만세>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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