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 이 시간 진행에 권지연입니다.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 남쪽은 무슨 무슨 날도 참 많습니다.
2월 14일은 여자가 평소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고 3월 14일은 남자가 여자에게 답례로 사탕을 주는 날입니다.
이런 무슨무슨 날을 앞두면 짝 없는 사람들은 조바심이 나기 마련이죠. 그리고 미팅, 소개팅 자리가 더 많아진답니다.
미팅, 소개팅... 북쪽엔 이런 말이 없죠. 남쪽에선 이거 한번 안 하고 청춘을 보내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 <청춘 만세>에서 미팅과 소개팅 소개해드립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윤미, 지철호 씨가 함께 합니다.
권지연 : 안녕하세요.
이정민, 김윤미, 지철호 : 안녕하세요.
권지연 : 오늘은 왜 이렇게 다들 기운이 없으시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윤미 씨는 목소리가 밝을 줄 알았는데요. 지난주에 소개팅을 하고 왔다고 들었습니다.
김윤미 : 제가 맘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냥 밥만 먹고 헤어졌습니다. 저는 나가기가 싫었는데요. 엄마가 무조건 나가보라는 거예요. 잘생기고 키도 크고 사람도 좋다고 그런데 저는 별로 더라고요. 상대방은 한 번 더 생각해보지 않겠냐고 했는데 전 아닌 것 같더라고요.
권지연 : 그렇군요. 그래서 오늘 주제는 소개팅입니다.
이정민 : 와!
권지연 : 저는 조금 부끄럽지만 소개팅을 정말 100번도 넘게 해 본 것 같아요. 그런데 미팅은 못 해 봤어요. 미팅과 소개팅이 조금 다른 의미로 통하는 거 아시죠?
북쪽에서도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녀를 주변에서 '중매'를 서고 소개받은 남녀는 선을 보죠? 이런 중매나 선이 주변 어른들에 의해서 이뤄졌다면 미팅과 소개팅은 친구를 통해 이뤄집니다.
소개팅은 개인과 개인이 만나는 것이고 미팅은 약간 다른데요. <청춘 만세> 구성원들도 이 차이를 잘 알고 있네요.
김윤미 : 미팅은 여럿이 만나는 거고 소개팅은 1대 1로 만나는 거잖아요. 미팅은 서로 앉아서 소지품을 꺼내서 선택한 후 짝을 결정하는 식인데 소개팅은 1대1 만남이라는 것이 조금 다르죠.
권지연 : 자, 이제부터 맘에 안 드는 소개팅 있으면 저한테 넘기시고요. 북쪽도 이런 미팅이나 소개팅이 있나요?
이정민 : 북쪽에서는 선을 봅니다. 부모님이나 친척, 지인 분들이 주선을 해서 만납니다. 소개팅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는 커피집이나 식당 같은 곳에서 만나잖아요? 북한은 본인의 집에서 만납니다. 남쪽에서 말하는 양가 부모님의 상견례 같은 분위기입니다.
권지연 : 굉장히 불편하겠어요.
이정민 : 그렇죠. 그리고 그렇게 만나면 그냥 결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권지연 : 맘에 안 들면 거부 할 수 없어요?
이정민 : 부모님끼리 이미 통한 거기 때문에 거부하기가 쉽지 않죠. 그리고 북한은 여자가 더 많기 때문에 그 남자를 놓치면 시집을 못가는 경우가 많아요. 25살이면 북에선 노처녀거든요.
남쪽에서는 요즘 20대 중반에 결혼하는 여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습니다. 201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초혼 평균 연령은 32세, 여성은 30세 정도가 됩니다.
권지연 : 남쪽에서는 25이면 아주 어린 나이인데 저는 북쪽에선 할머니겠네요. (웃음)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남쪽의 30대들은 일 년에 평균 세 번 정도 소개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대보다는 소개팅과 미팅을 할 기회가 적지만 적어도 일 년에 한 두 번은 소개팅 자리에 나간다는 건데요. 남쪽에서는 이렇게 사람 소개하는 걸 직업으로 갖는 사람들도 있고 인터넷 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주변에서 아는 사람들을 사심 없이 소개해 주는 것이죠.
권지연 : 저는 제가 소개팅을 주선해주고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세 쌍을 연결해주면 천국 간다는 얘기도 있거든요.
이정민 : 북에서는 소개를 잘 해주면 '술이 석 잔, 못해주면 뺨이 석 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권지연 : 남쪽도 같은 말이 있어요.
이정민 , 지철호, 김윤미 : 한민족이군요.
미팅, 소개팅에서는 서로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차를 마시거나 밥도 먹고 영화를 보고 서로에게 호감이 가면 두 번, 세 번 만남을 지속하게 되는데요. 첫 만남에서의 인상은 매우 중요합니다.
권지연 : 소개팅 문화가 남쪽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예전에는 소개시켜 준 주선자가 첫 만남에는 함께 나왔는데 요즘은 서로에게 전화번호만 주고 너희들끼리 만나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남자 분들이 첫 만남부터 전화보다는 문자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런 걸 싫어합니다.
김윤미 : 그렇죠. 저도 그러면 싫더라고요.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남녀 794명을 대상으로 '소개팅에서 하는 거짓 행동'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었는데 남성의 52.2%, 여성의 71.2%가 '소개팅에서 예의상 거짓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남성의 경우 소개팅 거짓 행동 1위로 '마음에 없어도 찻값이나 밥값을 계산 한다'를 꼽았다고 합니다. 주선자나 소개팅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로 생각한다는 것인데요. 이 설문 결과를 본 사람들은 대체로 공감이 간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철호 : 지갑도 두둑해야 하고 그런 것도 당연히 부담스럽죠.
그런데 이것보다 더 부담되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지철호 : 제가 케이크이나 빵을 잘 안 먹거든요. 그리고 먹기 싫어도 스파게티도 먹어야 한다고요. 그런데 미팅이나 소개팅하면 서양 음식을 먹길 원하는 그런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싫지만 먹었어요. 그러고 나서 배탈이 나서 정말 고생했거든요. 금전적인 부담뿐 아니라 먹기 싫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부담이 있죠. 남자로 사는 게 참 힘듭니다. (웃음)
<청춘 만세> 구성원들에게 소개팅에 대한 좀 더 솔직한 생각들을 들어봤습니다.
권지연 : 여성들의 경우 소개팅 나가면 나도 돈을 부담할 수 있다?
이정민 : 소개팅 자리에 나간다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여자도 함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자 부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권지연 : 저는 저만의 공식이 있습니다. 맘이 있으면 제가 안내요. 담에 제가 산다고 하는 거죠. 하지만 전혀 맘에 없으면 제가 차 값은 냅니다. 다신 볼 일 없으니까요.
김윤미 : 하지만 소개팅 나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번에도 온 몸이 굳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선보러 만난 남자를 거부하는 것도 힘든 북쪽에서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일이 흔치 않겠죠? 남쪽의 여성들은 훨씬 용감하고 대범한데요. 정민 씨와 윤미 씨도 남쪽에 와서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정민 : 북에서는 남자가 고백하는 경우가 많죠. 제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제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었죠. 지금은 제가 먼저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안 되더라도 말해보는 거죠.
권지연 :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짝 없는 사람이 셋! 큰 일 났습니다. 열심히 소개팅, 미팅 해야겠는데요? (웃음) 소개팅에 나왔을 때 서로 이런 건 갖춰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 해 볼까요?
지철호 : 썰렁한 개그를 많이 하는데 여자들이 웃진 않아도 공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김윤미 : 저는 먹는 걸 좋아하는데 제가 어딜 갈 지 찾는 걸 싫어해요. 미리 조사해보고 알아서 해 주는 걸 좋아해요. 준비를 좀 해왔으면 좋겠어요.
권지연 : 정말 공감 가는 말들인 것 같습니다. 정민 씨는 결혼 못하고 있는 청춘 남녀들에게 조언 해 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이정민 : 먼저 바라기 전에 자기가 해 주는 것이 중요해요. 바라는 대로 먼저 자기가 보여주는 거죠. 그냥 바라기만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사랑은 이루어가는 것이라고 들었거든요. 혼자만 바라거나 혼자만 해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애 기간은 짧게 갖는 것이 좋습니다. 북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날이 새면 해가 뜬다고... 연애 기간이 길면 단점이 많이 보이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 많이 합니다.
권지연 : 개인적으로 소개팅 나갈 때의 예의를 학교에서 좀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이정민 : 그런데 그게 일상이 아니라 소개팅을 위한 거라면 별로 의미가 없죠.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저의 밑바닥의 모습을 먼저 보여줍니다.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의 좋은 모습을 보면 더 좋아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권지연 : 이 분이 저보다 어리지만 거의 정신 연령은 저희 어머니 수준입니다. 아무튼 우리 주변에 좋은 사람 있으면 서로 연락해주는 아름다운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권지연, 이정민, 김윤미 : 청춘 만세!
자신의 반쪽을 찾는 일처럼 중요한 일도 없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좋은 사람이 되라... 이 말을 되새겨 보면서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한 많은 청춘 남녀들을 응원합니다.
<청춘만세>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0:00 / 0:00